읽는 마음에서 쓰는 신념으로

글과 나 사이를 이어준 조용한 연결점, 독서

by 하얀 오목눈이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지만,

그 시작은 언제나 읽는 사람이었다.


글이 막힐 때마다

신념이 흐려질 때마다

나는 이상하게도

새로운 문장을 쓰려 하지 않았다.

대신 책을 펼쳤다.


독서는

나에게 답을 주는 행위가 아니었다.

오히려

내가 어떤 질문을 붙잡고 있는지

다시 확인하게 해 주는 시간이었달까.


좋은 책을 읽고 나면

갑자기 글이 잘 써지지는 않는다.

대신

조금 더 정직해진다.


“이 문장은 진짜 내 말일까?”

“이 감정은 흉내 낸 건 아닐까?”

그 질문들이

내 신념을 점검하게 만든다.


나는 독서를 하며

작가들의 태도를 읽는다.

문장 사이에 남겨진 망설임,

지워졌을 흔적들,

쉽게 말하지 않으려는 조심스러움.


그런 것들이

나에게 말해준다.


신념이란

세게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성실하려는 자세라는 걸.


그래서 독서는

나의 글과 신념 사이를 오가는

다리 같은 역할을 한다.


너무 잘 쓰고 싶어질 때는

다시 읽는 사람의 자리로 돌아가고,

너무 흔들릴 때는

누군가 먼저 흔들렸던 기록을 만난다.


그 과정 속에서

나는 조금씩 알게 된다.


내가 지키고 싶은 신념은

‘대단한 이야기를 쓰겠다’가 아니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진실만 쓰겠다’는 것이라는 걸.


책은 나에게

“이렇게 써야 해”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말해준다.


“너도 네 방식으로 걸어도 괜찮아.”


그래서 오늘도

글이 잘 안 써지는 날이면

나는 책을 읽는다.

도망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시 쓰기 위해서.


읽는 마음에서

쓰는 신념으로 이어지는 이 길 위에서

나는 여전히 배우는 중이다.


그리고 아마

그 배움이 끝나는 날은

내가 글을 멈추는 날일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책을 펼치고,

조심스럽게 다시 문장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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