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원고를 제출하기 전날의 밤
공모전에 도전해보라는 말은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
쓰는 것과
내보내는 것 사이에는
생각보다 깊은 간격이 있었다.
원고를 쓰기 시작했을 때,
나는 자꾸만 문장을 고쳤다.
지우고, 다시 쓰고,
괜히 더 어렵게 표현했다.
혹시라도
부족한 사람이 들킬까 봐.
글이 완성될수록
이상하게 자신감은 줄어들었다.
이 글이 맞는지,
이게 정말 내 글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제출 전날 밤,
원고를 다시 읽었다.
잘 쓴 글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다만
거짓말은 아니라는 생각은 들었다.
그때 처음으로 알았다.
공모전에 글을 낸다는 건
상을 받기 위한 일이 아니라,
내 이름을 감정 위에 올려놓는 일이라는 걸.
봉투에 원고를 넣으면서
손이 조금 떨렸다.
혹시 누군가 이 글을 읽고
고개를 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이 글을 아무도 읽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날 나는
결과를 기대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도망치지 않았다는 사실만은
기억하기로 했다.
비록 어린 마음이었지만,
그 선택은 꽤 용감했다.
내가 쓴 문장을
세상 쪽으로 밀어본
첫 번째 순간이었으니까.
돌이켜보면
그 공모전은
내 인생을 바꾼 사건은 아니었다.
하지만 분명
내 태도를 바꾼 경험이었다.
글은
혼자 쓰는 것이지만,
세상으로 나가는 순간
다른 책임을 갖게 된다는 걸
나는 그때 처음 배웠다.
그 밤 이후로
나는 더 이상
완전히 혼자 쓰는 사람이 아니었다.
비록 여전히 두려웠지만,
그 두려움마저도
글의 일부가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부터였다.
쓰는 사람으로 사는 일이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이 되기 시작한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