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
낙선 통보는
생각보다 담담하게 도착했다.
짧은 문장,
정중한 표현,
그리고 아무 설명도 없는 결과.
처음엔
아무 감정도 들지 않았다.
기대하지 않으려 했던 마음이
정말로 기대하지 않았던 건지
그제야 알 수 없게 되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서야
묘한 감정이 올라왔다.
분명히 상처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아무렇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는 마음.
나는 그날
내 글을 다시 꺼내 읽었다.
낙선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처음으로.
그리고 의외로
그 글이 그렇게 싫지 않았다.
물론
지금 다시 쓰라면
다르게 썼을 문장도 많았다.
부끄러운 표현도 있었다.
하지만 그 글에는
그때의 내가
분명히 들어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이상한 안도감을 느꼈다.
선정되지 않았지만,
부정당한 것은 아니라는 느낌.
공모전은
내 글을 평가했을 뿐,
내가 계속 써도 되는지까지
결정해주지는 않았다.
그날 나는
처음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그래도, 계속 쓰겠구나.’
상을 받지 못해도
글은 사라지지 않았고,
낙선해도
내가 글을 썼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았다.
어쩌면 그 낙선은
내게 필요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너무 이르지도,
너무 늦지도 않은 시점에
현실을 알려주는 방식으로.
나는 그날
글을 그만두지 않았다.
대신
조금 더 오래 가는 쪽을 선택했다.
낙선은
끝이 아니었다.
다만
이 길을 계속 가도 된다는 질문에
스스로 “그렇다”고 답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