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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디아 Dec 10. 2023

악마의 길

캠퍼스 안이 슬슬 지루해졌을 무렵 나는 캠퍼스 밖을 나가보자고 마음먹었다. 호기롭게 시작한 내 혼여행(?)이었다. 무작정 셔틀을 타고 마음이 이끌리는 곳에 내렸다.


 나이아가라 월풀에서 나는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미국의 산은 자연 그대로 보존하는 것을 중시해 험악한 것이 특징이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청바지에 스니커를 신고 온 것이다.


 스틱이며 등산 가방까지 제대로 무장한 사람들이 스쳐 지나갔다. 걷다 보니 신기한 다리며 일렬로 모여있는 작은 집들이 눈에 보였다. 호기심 대마왕인 나는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그렇게 끝과 끝을 오가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위에서 아래를 보는데 절벽처럼 거친 바위를 계단으로 삼아 내려간 사람들이 보였다. 순간 나도 내려가고 싶었다.


 그저 발이 이끌리는 대로 걸어 내려갔다. 내려갈 땐 몰랐는데 아래서 아까 있던 위를 쳐다보는데 까마득했다. 다시 올라갈 길이 없어 보였다.


 앞으로 걷기 시작했다. 뭔가 앞으로 가면 올라갈 길이 있으리라 짐작한 것이었다. 그런데 동굴 사이로 표지판 하나가 보였다.


 ‘Devil’s Hole Trail’

 

 ‘제길. 악마의 길이었으면 진작에 알려줄 것이지 ‘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월풀에서 데블스 홀까지 꽤 먼 거리를 나는 걸어온 것이었다.


 다행히 지나가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다시 위로 올라올 수 있었다. 문제는 이때 발생했다.


 미국에 온 지 일주일도 안되었을 시기였기에 학교 주변을 잘 알지 못했다. 어떻게 올라오기는 했는데 이곳이 어디이며 어떻게 학교로 돌아가는지 몰랐다.


 설상가상으로 남은 핸드폰 배터리는 2퍼센트였다. 아슬아슬하게 우버를 잡으려는 순간 방전되었다.


 제대로 망했음을 직감한 순간이었다.

 ‘미국으로 간 한인 유학생 실종’

 헤드라인 대문짝에 이렇게 실리는 게 아닐까. MBTI 극 N은 두려움에 떨 뿐이었다.


 히치하이킹을 시도하려고 주차되어 있는 차에서 서성거리는데 운전자처럼 보이는 한 사람이 보였다.


 ‘저 사람한테 학교까지 데려다 달라고 부탁해 볼까’


  극 N은 또 한 번 생각했다.

 ‘만약 저 사람이 다른 곳으로 데려가면 어떡하지?’


 지레 겁이 나 포기했다. 일단 앞으로 걷기로 했다. 몇 걸음 걸었을 때 도로 표지판이 보였다.


 학교 이름이 보였다.

 ‘살았구나’


 캠퍼스에 도착했을 땐 해는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또래 친구들은 하나둘씩 저녁을 먹으러 식당으로 가는 듯 보였다.


 나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간신히 부여잡고 카페테리아에 들어서자마자 물부터 찾았다. 다리도 다리인데 갈증이 너무 심해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다.


 “어디 갔다 왔어?”

 해맑은 표정으로 날아오는 친구들의 질문에 나는 표정을 대답을 대신했다.


 ‘죽을 뻔했네’


 이날 나는 14,815 걸음을 걸었다. 이날 이후 난 혼여행을 계획할 때 기나긴 고민의 시간을 가져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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