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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디아 Dec 08. 2023

윈드 시티 시카고

 'Freezing cold'

 '얼어 죽을 만큼 추운'


 미국 북부에 있어 가뜩이나 추운 이곳, 수많은 초고층 건물 사이로 부는 빌딩풍이 매섭게 불어 별명마저 'Wind city(바람의 도시)'인 시카고에 나는 겁도 없이 겨울 여행 첫 발을 내디뎠다.


 비행기에서 내려 시간을 확인했다. 시차가 1시간 났다. 한국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일, 국내 여행에서 시차라니 신기했다. 미드웨이 공항에서 토론토에서 교환생활을 하고 있는 은이를 다시 만났다.


 나와 달리 캐나다에서 국제선을 타고 미국에 온 은이는 길고 긴 입국심사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로밍부터 각종 서류까지 나보다 훨씬 많은 것을 챙기고 준비했을 터였다.

 

 숙소가 있는 시내로 가기 위해 시카고 교통카드인 벤트라를 구입했다. 나는 현금을 쪼갤 생각으로 50달러를 가차 없이 집어넣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거스름돈이 나오지 않았다. 기계가 고장 났나 싶어 확인하는 순간 빨간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No change"

  잔돈을 거슬러 주지 않는다는 경고 메시지였다.

  ‘아뿔싸’

  

 다행히 50달러는 용이하게 쓰였다. 다행히 은이는 나보다 적게 충전해서 나중에 다 쓰면 내 카드로 같이 다니기로 했다.


 건축의 도시 시카고에 왔으니 보트 위에서 건축물 투어를 해보기로 했다.


 “우와 우와”


 고층 빌딩부터 독특한 주차장을 가진 특이한 건물까지 다 눈에 들어왔다. 그것도 잠시 추운 12월 겨울바람에 볼은 어느새 새 빨게 졌고 코는 얼어서 루돌프가 되었다. 30분이면 끝날 줄 알았던 투어 시간이 생각보다 길었던 것이다.


 연신 감탄하면서 바라봤던 건축물에 대한 흥미도 추위를 이기진 못했다. 빌딩 사이로 부는 바람으로 꽁꽁 얼은 손과 발은 얼른 끝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추위에 얼어붙은 나머지 고문받는 기분이었다.


 호스텔에 돌아온 그날 저녁 나와 친구는 또 한 번 추위에서 고문받아야만 했다. 싸게 예약한 호스텔의 난방이 고장 난 것이다. 분명 전날에도 고생해서 아침에 고쳐준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말썽이었다.


 벌벌 떨며 나와 친구는 패딩을 입었다. 목도리, 장갑 둘을 수 있는 모든 걸 총동원해 빠져나가는 체온을 지켰다. 시베리아 사람들은 위스키로 극한의 추위를 견딘다고 하던데 우리에겐 추위를 이겨낼 알코올도 없었다.


 겨우 눈을 붙이고 아침에 일어나 보니 옆에 자던 친구가 보이지 않았다. 공용 거실로 나가보니 소파 위에서 자고 있는 은이가 눈에 들어왔다.


 “그나마 여기가 따뜻해서..”

 순간 우리가 너무 불쌍해서 웃겼다. 얼른 윈드 시티를 벗어나자 다짐할 뿐이었다.


 나에게 시카고는 바람과 추위로 얼어붙는 곳으로 남아 있다. 봄에 시카고를 간 사람들의 피드에는 생기가 넘쳐 보인다. 내가 경험한 세계와는 전혀 다른 곳 같다.


 엄청나게 추웠던 윈드시티가 추운 겨울바람을 타고 불어온다. 그때도 겨울이었는데. 지금도 엄청 춥겠지.


 시카고를 생각하면 한국에서 맞는 추위가 얼마나 따뜻한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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