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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버른 일기 2

여행자의 기록 30

by 홍재희 Hong Jaehee Mar 0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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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땅덩어리가 어마어마하게 넓고나'를 느끼는 순간.

호주가 큰 섬이 아니라 대륙이라는 사실을 자각한다

아무것도 아닌 주유소 크기에 압도된다.

똑같은 기시감을 미국에서 캐나다에서도 지평선을 향해 끝없이 달리다 만난 주유소에서 느낀 적이 있다.



자정이 가까워 오는 밤.

인적 없는 도로변 주유소.

암흑 속에서 하얀 점점이 서서히 정체를 드러낸다.

제 혼자 빛을 내며 손짓하는 주유소.


나는 이런 적막한 풍경에 끌린다.

황량하지만 마음이 머문다.

그때 문득 월리엄 이글스턴과 에그워드 호퍼가 잡아낸 도시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한국에서 이 같은 이미지가 나오지 않는 것은 예술가의 재능 탓이 아니라 우리에게는 이런 풍광이 없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자연 풍광과 환경의 차이라 생각한다.

영화나 미술이나 사진이나 예술은 결국 현실의 반영일 터.

사람은 제가 발 딛고 숨 쉬고 살아가는 환경을 벗어날 수 없다.

호주의 황량한 주유소를  날마다 보며 오다가다 이용하는 사람이 느끼는 일상의 감정이

굽이굽이 산자락 계곡에 자리하거나 도시 곳곳에 아담하니 북적대는 한국의 주유소에서 느끼는 감정과 같을 수는 없다.

공간이 만들어내는 정서적 거리감은 그만큼 크고 다르다.

그게 다양성이고 다채로움이다.



예술가는 너무 익숙해서 보고도 지나치는 것을 시선 속에 붙잡아 낯설게 보여줌으로써 새롭게 표현하는 것일 뿐. 익숙한 풍경을 다르게 낯설게 새롭게 보기.


브런치 글 이미지 1
브런치 글 이미지 2
브런치 글 이미지 3
브런치 글 이미지 4


빔 밴더스의 <시간의 흐름 속에서>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영화가 세상 전부이었고 세상으로 난 유일한 문이었을 때 그 길을 향해 중단 없이 뛰어들었던 시절을 향수하며 뉴욕에서 벤더스가 찍은 사진 에세이집을 산 적이 있다. 그가 미국을 차로 종단하며 길 위에서 보고 느낀 시간의 풍경이 시공간을 넘어 이 밤을 달려온다.


 저 별들이 반짝이는 검은 하늘 어드메에서 섬광을 번쩍이며

찾아올 우주선을 기다리는 주유소. 야간 주유소에서 문득 어둠 속으로 난 길을 향해 끝없이 달려가고 싶었다.


- 그러려면 나는 일단 운전면허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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