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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 OFF Jung Aug 04. 2021

방어 필터 없이

쓸데없이, 머엉




드로잉 노하우 책을 펴냈을 때 왜 그런 방법까지 공개하느냐고 어떤 전문가에게 항의 메일을 받았다.


자신의 밥그릇을 빼앗길까 봐 조바심이 났던 모양이다. 좋은 것은 나누고 싶다.

그리고 더불어 살고 싶다. 만일 그렇게 다 퍼주고 남는 것이 없다면 나는 아마 노력하지 않는 예술가일 것이다. 우물을 더 열심히 파서 흘러넘친 것들을 나누며 사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그래서인지 여기저기 나를 이용하려는 이들도 참 많다.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다고, 자신들이 무언가를 얻은 뒤엔  돌변하거나 또 다른 이용거리를 찾아 나서기도 한다. 나도 인간인지라 그때마다 씁쓸하고 후회도 되지만 그렇다고 마음을 닫을 생각은 없다.


의심하고 싶지도 않다.



나의 눈부신 펜트하우스 2008 오은정 작 



특히 도시인들은 상처 투성이다. 

마음을 닫은 채 먹고, 먹히고, 밟고, 차 버리고, 무관심하게 굴고, 방관한다. 

센 척, 세련된 척, 차가운 척, 깔끔한 척한다. 사실 바보처럼 사는 것만큼 편한 것도 없다.

한 번도 상처 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배반당하고 뒤통수 맞아도

또다시 바보처럼 사는 것만큼 강한 게 어디 있겠는가.


내 영감을 갉아먹는 수많은 것 들 속에서 미소 짓고 싶고 따뜻하고픈 본능을 있는 그대로 살려 둘 수만 있다면, 우린 여전히 어린아이 같은 눈으로 세상을 호기심 있게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성공적으로 일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누군가를 이길 생각으로 가득 찬 사람, 자격지심으로 똘똘 뭉쳐서 어떤 기준에 자신을 맞춰 가는 사람, 자신의 이득을 위해 남을 능숙하게 이용하는 사람도 본래 따뜻한 사람이었을 테지. 


그런 각자의 본모습이 나오게끔 가끔은 바보가 되기를. 


방어 필터에 내 본연의 맑은 기운까지 모두 걸러지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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