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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식작가 Dec 27. 2023

라면보다 어려운 파스타

  아마 제가 한 첫 요리는 중학생 시절의 파스 타였을 겁니다. 물론 난생처음으로 만든 음식은 프라이나 라면이었겠지만 제가 어엿한 음식으로 인정한 것은 파스타가 처음이었습니다. 오일파스타를 너무 좋아했습니다. 어디선가 먹었던 알리오올리오의 맛을 잊지 못했습니다. 올리브 오일에 절여진 마늘을 품은 파스타는 끝도 없이 들어갈 것만 같았으니까요. 기름과 마늘이 이렇게 감칠맛 나는 것이구나.  


  그 맛을 집에서도 먹고 싶었습니다. 인터넷에서 본 레시피대로 했습니다. 스파게티면, 마늘, 올리브오일, 페페론치노, 소금이면 충분하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었습니다. 마늘을 오일에 볶고 페페론치노로 매운맛을 냈습니다. 소금으로 간하고 면수를 넣고 삶아진 스파게티면과 잘 익혔습니다. 색깔은 희멀건했지만 나름 냄새는 그럴싸했죠. 


  하지만 실망스러웠습니다. 입에 넣자 올리브향과 마늘향이 탁 터졌습니다. 딱 거기서 끝이었죠. 그리곤 페페론치노의 매콤함으로 싱겁게 끝이 났습니다. 기대하던 감칠맛은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요. 부랴부랴 인터넷을 뒤져 파마산 치즈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어찌어찌 파마산치즈를 한 통 구해 갈아 넣었습니다. 짭짤하긴 했지만 여전히 거기서 멈췄습니다. 


  그 이후로는 시판 소스를 사서 토마토나 크림 파스타를 해 먹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일 년에 한두 번씩 꾸준히 알리오올리오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한 것은 여전히 웃음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래도 덕분에 식재료에 관심을 가지고, 음식에, 식당에, 결국에는 이 산업과 시장에 호기심을 느껴 전공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참 묘한일입니다. 


  그리고 얼마 전, 저는 비로소 알리오올리오를 완성시켰습니다. 비법은 가루였죠. 치킨스톡. 한 마디로 조미료입니다. 대충 다진 마늘을 툭 넣고 건고추와 파스타 면, 치즈를 대충 갈아 넣은 다음에 치킨 스톡으로 마무리하면 기가 막히게 그 맛이 납니다. 저를 대학교 책상에 앉힌 그 파스타가 돌고 돌아 가루 엔딩을 맞이한 것입니다. 


  인터넷에는 '라면보다 쉬운 파스타' 레시피가 종종 떠돌아다닙니다. 파스타는 어렵고 고상한 음식이 아니라 사실은 매우 쉬운 음식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저에게만큼은 아니었습니다. 라면보다 어려운 음식이었고 십 년이 되어서야 완성할 수 있게 된 음식입니다. 삶의 방향을 틀어놓았고, 전공을 정하게 해 준 복잡하고도 어려운 음식입니다. 


  그래서 오늘 점심은 파스타를 먹어야겠습니다. 라면보다 어려운 그 파스타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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