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참치 같은 거야. 먹어봐.
방어가 무엇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먹어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숭덩숭덩 썰린 방어회를 간장에 찍어 한입 가득 넣었죠. 생애 가장 큰 회 한 조각이었을 겁니다.
미친듯이 뿜어져 나오는 기름과 서걱서걱 씹히는 식감. 그리고 그것들이 만나 이뤄내는 고소함. 참치 같은 건 둘째치고 참치보다 맛있었습니다.
날카롭고 예리하게 혀를 찌르는 참치와 다르게 둥글둥글하고 굴곡진 맛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입인 가득 채워지는 풍족함이 좋았습니다. 구강에 빈틈없이 매워지는 방어의 살코기가 좋았습니다.
그리곤 사회에 나와서 처음으로 방어를 사 먹었습니다. 한 점에 손바닥 반만 하던 그때의 방어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제 앞에 놓인 방어는 아주 정갈하고 반듯하게 썰린 자그마한 것들이었죠. 숭덩숭덩 썰려서 모양조차 불규칙하던 첫 방어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그런데 별 수 있나요.그냥 입에 넣었지요.
이게 웬걸. 입에서 오물오물 씹히는 방어에는 제가 기대하던 기름이 없었습니다. 있었는데 감흥이 없었다는 표현이 맞겠네요. 씹을 때마다 기름이 쭉쭉 나오던 그런 방어는 온데간데 없었습니다.
대방어였고. 나름 유명한 가게였습니다. 이후에도 방어를 여럿 사 먹었지만 단 한 번도 그때의 맛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제는 무뎌졌어요. 방어란 원래 이런 것이구나. 사회에서 먹은 첫 방어는 꽤나 맛있는 편이었구나.
며칠 전, 올 겨울 두 번째 방어를 사 먹었습니다. 나름 만족했습니다. 기름기도 적당했고 씹는 맛도 좋았어요. 자꾸 실망하는 것보다 적응을 택한 겁니다.
이제 제게 방어는 이런 것입니다.적당한 기름기.정갈한 담음새. 아담한 크기.
집 밖은 이런 곳이구나. 우습게도 방어를 사 먹으며 알아갔습니다.
내가 알던 것을 조금씩 바꿔가고 스스로 재정립하는 것. 타협과 합리화와 조정을 통해 순응하고 적응하는 것.
그 첫 단계는 방어였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방어는 참치보다 못하구나. 방어는 참치같을 수 없구나. 방어보다 참치구나. 내가 먹은 최초의 방어는 없구나.
제 사회의 첫 발은 방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