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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식작가 Dec 13. 2023

겨울 제철 붕어빵

  제철음식하면 저는 두릅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봄기운을 듬뿍 받고 자란 노지두의 향과 맛은 최고니까요.


  사실 먹는 것을 좋아하는 저는 두릅 말고도 챙겨 먹는 제철 음식이 꽤나 많습니다.

  그런데요, 그 제철음식 중에서 제일은 아무리 봐도 붕어빵입니다.


  겨울은요 외로운 계절입니다.

  모든 것이 넘치는, 심지어 수분마저도 줄줄 흐르는 여름과는 너무 다릅니다.

  우리가 입고 있는 옷 말고는 도저시 풍성함을 찾아볼 수가 없어요.

  습기마저 없어서 공기조차 메마른 겨울은 그래서 너무 구슬픕니다.

  그래서 겨울 풍경을 떠올릴 때면 자꾸만 흑백이 됩니다.

  딱 하나만 제외할게요.


  왜일까요.

  저는 붕어빵만 생각하면 푸릇한 겨울이 됩니다.

  달그락거리는 붕어빵 굽는 소리.

  옹기종기 모여 붕어빵을 기다리는 사람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

  뜨끈하게 갈라진 붕어빵.

  

  붕어빵을 쥔 사람은 늘 미소를 머금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붕어빵은 겨울이 제철입니다.

  외롭고 날카로운 계절에서 느끼는 따스함이니까요.

  그것을 잡은 손부터, 그것을 담은 입, 그것을 넘긴 목구멍과 그것을 담은 우리의 위장까지.

  

  때때로는 그 따스함이 위로 향할 때도 있더랍니다.

 

  붕어빵에는 아무개의 사연이 담겨 있습니다.

  이 작은 빵에 기억하나 묻어놓지 않은 이 없습니다.


  저는 유독 학원 앞에서 엄마와 먹은 붕어빵이 떠오릅니다.

  사실 맛은 기억나지 않습니다.

  요새 파는 잉어빵과 별반 다르지 않았겠지요.

  하지만 확실한 것은 웃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작은 붕어빵 노점에서 엄마와 희게 웃으며 사 먹은 붕어빵은 박제되었습니다.

  그리고 길이길이 저에게 남았지요.


  붕어빵은 제철 음식입니다.

  겨울이 되어서야 비로소 속에 담긴 이야기를 끄집어낼 수 있기 때문이죠.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혹독한 겨울, 과거의 아무개가 현재의 나에게 전해주는 따스함입니다.

  붕어빵이 겨울에 맛있는 이유는 그 때문일까요.

  

  오늘 붕어빵을 사 먹었습니다. 뜨거워서 혼났습니다.

  가격도, 모양도 살짝은 바뀌었지만 변한 것은 없습니다.  

  

  무탈히 따스함을 전달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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