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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디저트부터 시작하는 만찬

프렌치 수프

by 설민 Feb 28. 2025

결혼은 디저트부터 시작하는 만찬

프렌치 수프     


설민     


   프렌치 수프는 프랑스의 전통적인 문화와 맛을 함께 담고 있는 음식이다. 

   풍부하고 따뜻한 수프처럼 몸과 마음을 녹이는 프랑스 영화. 잃어버린 줄도 몰랐던 그 무엇을 찾은 느낌을 준다. 늘 함께 있어 소중한지 모르는 사랑하는 사람들, 공기, 물, 음식 등등등…….

   [프렌치 수프]는 1885년의 프랑스를 배경으로 레스토랑 소유주와 그를 위해 일하는 요리사와의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그들은 음식을 통해 교감하는 예술가다. 첫 장면부터 대화가 거의 없이 프랑스의 고급 코스 요리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미식가들을 위한 만찬. 신선한 재료들로 굽고, 볶고, 끓이는 섬세한 과정들을 통해 만들어지는 요리를 먹으며 와인을 마시고,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나의 맛이 완성되려면 문화와 기억이 필요하다. 그 지역만이 가진 특징을 살린 요리들, 특별한 음식 재료들로 눈과 귀가 특별해지는 느낌이다.

   유명 셰프의 자문을 얻어 요리에 대한 고증도 뛰어나고, 지금은 금지된 오르톨랑(멧새의 일종인 회색 머리 멧새를 잡아 만든 요리로 ‘프랑스의 영혼을 구현하는 요리’라고 찬사를 받지만 요리 과정이 잔인하여 법적으로 금지된 요리) 등 시대상을 반영한 요리를 보고, 머리에 수건을 쓰고 특별하게 먹는 방식이 흥미로웠다.

   콩소메, 플로방, 송아지 허릿살과 찐 양상추, 오믈렛 노르 베지엔, 캐비어, 굴, 미모사 에그, 크림에 얹은 배 요리 등 이름도 생소한 요리들의 등장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요리를 전수할 어린 제자에게 도댕은 골수 요리를 선보이면서 입맛이 완성되려면 문화와 좋은 추억이 필요하기에 마흔 전에는 미식가는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요리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것과 관련된 문화와 추억이 맛에도 한몫한다는 말에 공감한다.     


   20년간 최고의 요리를 함께 탄생시킨 외제니와 도댕. 그들의 요리 안에는 서로에 대한 존경과 배려, 그리고 사랑이 있다. 인생의 가을에 다다른 두 사람. 한여름의 자유를 사랑하는 외제니는 도댕의 청혼을 거절한다. 어쩌면 이들은 부부보다 더 가까운 사이, 음식으로 교감을 나누는 영혼의 반려자였는지도 모른다. 

   젊은 시절을 다 보내고 느지막이 결혼하고 싶어 하는 남자와 이대로 좋지 않냐는 여자의 견해 차이. 도댕은 행복은 가진 것을 계속 열망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청혼을 거절하자 도댕이 정성스럽게 요리를 만들어 외제니만을 위한 만찬을 준비한다.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느끼고 서로를 열망했던 그 오랜 시간이 요리를 만드는 정성과 과정에서 고스란히 외제니에게 전달된다. 도댕이 준비해 준 맛난 요리를 행복하게 먹으면서 결국 외제니는 청혼에 승낙한다.      

   행복한 시간도 잠시, 외제니가 알 수 없는 병으로 갑자기 죽게 되자 도댕은 레스토랑도 운영하지 않고 술만 마시며 폐인처럼 살아간다. 그녀의 빈자리가 크기만 하다. 늘 요리하며 분주하게 있었던 부엌과 외제니의 침실은 도댕에게 너무 커다란 허방 같다. 

   하지만 산 사람은 어떻게든 다시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다. 

   마치 움직이는 명화처럼 깊이가 느껴지는 영화를 보면서 지금 소중한 것들을 소홀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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