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를 묻는다면, 고민 없이 하이드 파크이다.
하이드 파크는 퍼스 시내에서 대중교통으로 2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번화가에서 조금 벗어난 한적함이 느껴진다. 이전 글에서 소개한 커스터드 크림에 감탄했던 츄 베이커리도 공원 근처에 있어 빵이랑 커피를 사서 공원에서 피크닉을 하면 딱이다. 퍼스에 여행을 가거나 일정이 있으신 분들은 하루 정도 꼭 시간을 내어 가보길 추천한다.
하이드 파크는 넓지 않지만 큰 나무가 곳곳에 있어서 시원한 그늘이 많다. 퍼스에 다른 공원들이 많지만 내가 이곳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요가 매트를 깔고 누워서 하늘을 보면 나무들 틈으로 비치는 햇살과 하늘이 보인다. 태양이 뜨겁지만 햇빛을 쫙 내리쬐고 나면 에너지가 합성되는 느낌이 든다. 요가는 'Meet up'이라는 어플에서 무료로 신청해서 참가할 수 있다. 재능기부 성격으로 진행되어, 수업 전후 돈이나 카드로 원하는 만큼 감사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했던 소모임 어플의 Language exchange에서 한 친구를 만났다. 처음 보았을 때 기타를 메고있어서 눈에 띄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나와 동갑이고 음악을 좋아하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 친구는 기타를 주로 쳤고, 우쿨렐레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인스타그램 계정을 주고받고서 나는 우쿨렐레를 잠시 빌릴 수 있을까, 디엠을 보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평소에 친구랑도 연락을 잘하지 않는데 모르는 사람에게 덜컥 악기를 빌릴 생각을 하다니. 어디서 그 용기가 났을까.
그다음 날인가, 고맙게도 친구가 선뜻 우쿨렐레를 빌려주었다. 만난 날 공원에서, 또 혼자 바닷가에서 띵가띵가 우쿨렐레를 치고 노래도 불렀다. 아무 데서나 노래 부를 수 있는 퍼스의 자유로움이 좋다. 다른 나라에서 이방인으로, 곧 떠날 사람이라는 점이 대담함과 용기, 그리고 자유를 만들어준 것 같기도 하다.
그때의 기억들이 지금까지도 한번씩 내가 꺼내보고 싶은 추억이 되었다. 그리고 친구는 내 취향을 기가 막히게 알았는데, 나중에 들려준 Bebadoobee - Coffee는 커피에 미쳐있었던 그때와 잘 맞았고, 같이 불렀던 Dodie - Dear Happy도 퍼스의 BGM으로 남아있다.
https://youtu.be/xQVXm-imzoA?si=nuiD_xdg1tQYgiI3
이제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는 손가락이 시리다. 그곳은 점점 뜨거워지는 여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으려나. 나는 옷을 여러 겹 입고 두꺼운 패딩을 꺼내야겠다. 그리고 지금쯤이면 저녁을 먹고 있을 친구에게 오랜만에 연락해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