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과 실재, 그리고 실존과의 괴리 속에서 살아간다.
사실 이것은 그 어떠한 화려한 "저주"도 아니며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인간 "본연의" 숙명론에 가깝다. 아니 인간의 실존적 숙명에 불과할 나름이다.
우리는 항상 꿈을 꾸는 도중에도 우리는 꿈을 꾸기 마련이다.
"꿈 속의 꿈" 그것은 무엇인가?
우리의 손에 닿을 듯 닿을 듯 하면서도 닿지 않는 그러한 꿈...
분명, 우리가 꾸는 꿈은 이에 가깝다.
우리가 꾸는 꿈은, 우리가 더더욱 추구할 수 없기에
그것은 미래를 가져다 준다기 보다,
낭만을 가져다 준다기 보다,
사실은 고통을 가져다준다는 것이 옳은 표현이겠다.
우리는 이러한 꿈을 꾸면서도,
우리의 꿈을 추구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우리는, 고통스러움에 몸부림을 친다.
분명 우리는 도주하고 하고 싶다.
아니, 삶의 공간이라는 장에서 탈출 하고 싶다......
하지만, 이는 멋대로 우리의 바람대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죽음의 욕망과 함께 삶의 욕망, 삶의 공간으로 우리를 끌어들이는
이름 모를 내적인 힘이 우리를 놓아주지 않고 있다.
우리는 더더욱 고통스러울 뿐이다.
우리는 이제 내밀하고 은밀하기 그지없는 "도주극"을 계획하기에 이른다.
이것은 우리가 삶으로부터 도주 아니 탈출까지 하고 마는
완벽한 "탈옥자"들과도 같다.
우리의 내밀한 계획 내지는 공모는 더 이상 발각되어서는 안 된다.
이것의 성공만이 우리가 추구하던 꿈으로 놓아줄 수 있던 것,
꿈의 장소에서 낭만을 즐길 수가 있던 것,
그토록 고대하던 꿈으로부터 우리를 인도해줄 수 있는 유일한 통로
즉, 탈출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토록 꿈을 꾸던 꿈을 향해 나아간다.
고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모든 것은 꿈에 대한 바람과 확신으로 가득 차 있다.
약속의 신은 탈출의 도중에도 우리에게 말을 한다.
"곧 있으면 당신이 바라는 것이 이루어진다." 라고..........
하지만 약속에 대한 확신이란 없다.
오직 약속의 신에 대한 맹목적 믿음만 있을 뿐이다.
이제 조심조심히 앞으로 나아간다.
꿈에 대한 바람과 확신으로 가득 차 있는 만큼,
심장은 우리를 더욱 더 미칠 듯이 요동쳐 버린다.
약속의 신은 말한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분명 우리가 꿈을 꾸는 곳은,
우리가 생전 처음 경험해보는 낯선 곳임에 틀림없다.
이제는 두려움과 초조함 보다는,
기대가 우리의 두 눈 앞을 가로막기 시작한다.
그래도 우리는 부풀어 있다.
꿈에 대해서 말이다...
어느새 꿈 앞에 있는 안개 같은 자욱을 드러내는
구름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내가 꿈꾸던 곳이 바로 저 곳인가?"
더욱 더 박차를 가해 추동적으로 구름 앞으로 나아간다.
우리는 꿈에 대한 욕망으로 가득 차다.
이내 구름 앞으로 도달하게 되고,
마침내 우리는 구름을 만져보기 시작한다.
"이상하다."
무언가가 불길하고 이상할 따름이다.
그 무엇보다도 저 멀리서 불투명하기 그지없었던 안개 같은 구름이
도무지 우리의 손에 만져지지 않는다.
그렇다...
구름은 우리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꿈의 상징"에 불과할 나름이었다.
구름 또한 우리의 꿈속에 존재하는 "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을 뿐이었다.
우리는 길면서도 짧은 "절망의" 숨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이 사태에 혼란스럽기만 하다.
이곳을 향해 우리는 얼마나 항해를 해왔는가?.....
이곳을 향해 우리는 얼마나 찾아왔는가?......
분명 우리는 하얀 구름을 우리의 손으로 직접 만져보고,
분명 "꿈의 장소"에 도착할 줄로만 알았었다.
우리가 추구했던 꿈을 분명 발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것도 그것은 우리는 꿈의 결핍과 갈증에 목이 말라 있었기에,
허기져 있었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낡은 슬레이트 지붕 조각과
여기저기 널린, 알 수 없는 무명의 파편들이었다.
심심함을 달래고자 파편을 하나둘씩 손에 쥐었으나,
파편을 "퍼즐로조차" 맞출 수가 없었다.
또 다시 "절망의" 숨소리를 내는 순간
이내 아름다운 붉은 꽃 한 송이가 보였다.
아름다운 붉은 꽃 한 송이를 향해 다가갔다.
"저" 꽃 한 송이만큼은 내 손아귀에 꼭 쥐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붉은 꽃 한 송이의 줄기가 손아귀에 들어옴이 실감적으로 느껴졌다.
아니, 내 두 눈마저도, 내 손아귀에 꽃줄기가 들어옴을 이미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느낌도 한 순간.................
내 손아귀에 분명 쥐어진 붉은 꽃 한 송이는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고 말았다.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우리에겐 이젠 꿈의 결핍도, 꿈 자체조차도 없다.
나는 나의 도피를 후회했다.
꿈을 찾아 도망 쳐왔지만
꿈은 "사실" 그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름 모를 나의 분노가 온 몸에 독처럼 퍼지기 시작하면서,
발바닥에까지 조차 분노는 울려 퍼졌다.
"울려 퍼짐"이라는 분노의 "울림" 속에 앞서 목격한
발밑의 낡은 슬레이트 지붕 조각에서 "뿌드득" 소리가 났다.
이제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었다.
이곳에서는 내가 그토록 갈구하고 갈망했던
"신" 조차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내가 이곳에서 유일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부재" 이 한마디였다.
"돌아가게 해주세요" "돌아가게 해주세요"
내가 숱하게 눈물을 흘리면서 애원한 반복적인 이 한마디는
신에 대해서, 아니 그 누구에게도 한 애원이 아니었다.
이제 결핍과 부재...이 모든 것 또한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나 자신의 애원만이 있었다.
사실 그것은 내 자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거는 듯한 애원,
아니 기도에 가까웠었다.
기도를 하는 순간,
시간도 공간도,
그리고 나를 그토록 옭아매었던 욕망 자체도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이것들은 지금까지 내 머릿속에 끊임없이
생식과 생산을 해오던 "괴물들"에 가까웠다.
이제 이것들조차 생성되지 않고 있다.
하염없이 나는 소리를 꾹꾹 참아가며(참을 이유조차 없었지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 두 눈에 무언가 환하게 비추었다.
'이것이 무엇일까?'하는 초조함만 가득 찼다.
초조함과 불안 속에 내가 살아온 모든 날이
눈앞에 스치듯 지나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저 위대하고 장엄하고 화려하기 그지없는 "대과거" 속에서
갑작스레 나는 깨어나기 시작하였다.
알 수 없는 차가움이 나를 감싸고 있었다.
너무 차갑다 못해 나는 차가움 속에 두려움과 동시에 벌벌 떨고 있었다.
나를 반긴 곳은 눈물로 적셔진 내 침대 시트,
그리고 내 창문의 두껍다면 두꺼운 유리창을 통과한
내 두 눈을 따스하게 안겨준 햇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