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파이낸스 강의/제4강(1)
딜 떴다. 뭐부터 하나?
4-1. Bankability(금융적합성) - 척 보면 딱이어야 하는데...
발주처나 사업주, 또는 입찰에 참여하는 우리 기업 등을 통해 새로운 딜을 맞이하는 순간은 대개 즐겁습니다. (물론 ‘좋은 사업‘에 한하여 그렇겠습니다만...) 그 순간은 사업 추진 단계별로 다양하게 정의할 수 있겠지만, 여기서는 편의상 PF 사업을 추진하는 사업주가 예비사업설명서(Preliminary Information Memorandum, PIM)1)와 Term Sheet2)을 대주단에게 제공하는 순간이라고 가정하겠습니다.3) 즉, 이미 해당 사업에 대한 타당성조사(feasibility study)가 완료되었으며, 프로젝트 핵심 계약(양허계약 등)에 대한 입찰이 마무리되어 사업주도 선정된 상태이며, 그 결과 프로젝트 회사가 설립되고, 건설계약 등 중요 서브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준비도 상당히 진척되어 마지막 단추인 차입금을 조달하기 위하여 대주단에게 접근하는 순간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지금까지는 사업 준비에 드는 비용을 사업주 자본금으로 충당해왔는데, 이제 곧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시기4)를 앞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순간이 마치 학기가 바뀌어 선생님으로부터 새로운 교과서를 받아 드는 때와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뭐든지 처음은 신납니다. 나중에는 힘들고 귀찮아질지라도 말이죠. 저만 그런 느낌을 받는 것은 아닐 겁니다. 두꺼운 자료를 출력하여 바인더로 묶고, 거기에다 플라스틱 커버까지 씌워 출퇴근 시 또는 집에서 읽겠다는 직원들도 많이 봤거든요. 그리고, 이 순간은 아직 자료를 검토할 시간이 충분히 있고, 사업주는 은행원들에게 최대한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때입니다. PF 경험이 없는 직원들은 ‘이 딜을 훌륭히 마무리한다면, 나도 어엿한 PF 전문가가 될 수 있겠지?‘ 하는 꿈에 부풀어있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네, 즐겨도 좋은 시기입니다 –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런 즐거운 시간은 오래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사업주가 면담을 요청합니다. 이들이 금융기관 직원들을 접촉하는 목적은 명쾌합니다.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건 금융지원 가능한가요?“ 이 질문을 보다 멋들어진 PF 용어(jargon)로 바꿔 쓰면, “Is this bankable?“ 정도가 됩니다.
Bankability(금융적합성) – 딱 봐도 bank랑 ability를 붙여 만든 단어이니, 대충의 의미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Cambridge Dictionary는 ‘돈을 벌 수 있는 능력(an ability to make money)‘라고 이 단어를 정의합니다. 큰 맥락에서는 맞습니다. 다만, 이 용어는 은행원들이 주로 사용하는 용어이니만큼 PF에서는 ‘해당 프로젝트 리스크 구조가 PF 대출금을 차입하기에 적합함‘을 의미합니다. 문제는 적합함을 판단하는 주체가 누구냐는 건데, bankability와 관련하여서 그 주체는 항상 금융기관 직원입니다. 즉, 은행원이 보기에 적합하냐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매우 유동적인 개념입니다. 이는 시장 참여자의 행위나 분위기에 따라 급변하기도 하고5), 개별 프로젝트의 특성6)을 반영하는 개념이기도 합니다.
한편, PF 대출을 취급할 수 있는지 여부는 척 보고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실사 과정을 통해 최종 결정됩니다. 그렇다면 금융적합성 검토와 금융실사 간 무슨 차이가 있는지 반문해볼 수 있겠습니다. 저는 전자는 프로젝트의 사업성을 바라보는 금융기관 직원의 기본적인 입장 표명, 그리고 후자는 금융기관 직원의 입장이 사업주의 입장과 협상 과정에서 충돌하면서 구체적으로 제시되는 대안 마련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설명을 한 번 보시죠. 이는 PF 업계 최고의 변호사 중 하나인 Graham Vinter가 쓴 것입니다7):
금융적합성이라는 미묘한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리스크에 대한 금융기관들의 태도를 이해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 대주단은 예측가능성을 매우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대주단은 미리 분석할 수 없거나, 대주단이 리스크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을 가급적 피하고자 한다. 대주단은 유전의 매장량에 대해서는 전문가의 분석자료를 사전에 검토할 수 있으므로, 예상치 못한 매장량 부족 리스크는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8) 또한 유가에 대해서도 과거 추세에 기해 분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유가변동 리스크도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공기지연이 발생할 경우 건설회사가 LD를 지급하므로 해당 리스크 또한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비용을 수요자나 생산물 구매자 앞 전가할 수 없는 법률 변경에 따른 무제한적 리스크는 수용하기 어려워할 것이다. 법률 변경 리스크는 일종의 와일드 카드라고 볼 수 있다: 이 리스크가 현실화될지, 그리고 현실화될 경우 변경의 규모가 얼마나 될지 미리 예측하기 어렵다.
저는 이 문단을 이렇게 요약하고 싶습니다 - 대주단은 측정 가능한 리스크만 수용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강한 느낌이긴 하지만 영어로 한 번 표현해 보겠습니다: Lenders do not wish to fund into uncertainties.
그런데, 서두에 얘기한 ‘새로운 교과서를 받아 드는 때‘ 해당 프로젝트가 금융적합성이 없다고 바로 얘기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이미 발주처 및 사업주가 오랜 시간에 걸쳐 사업을 진척시켜 왔기 때문입니다.9) 게다가 수출입은행의 경우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수주한 (또는 수주를 추진하는) 사업에 대하여 금융적합성을 핑계로 금융지원이 어렵다고 얘기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PIM과 Term Sheet을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업주 등이 “이 건 금융지원 가능한가요?“라고 물을 때 뭐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요? 이 시기는 아직 대주단 자문사도 선임하지 않은 때입니다. “네, 아직 자료를 좀 더 열심히 살펴봐야겠습니다. 대주단 자문사도 아직 선정되지 않았으니 말이죠“ 하고 답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는 이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간 답변을 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특히 수출입은행은 거액 여신을 지원하는 기관이고 공신력 있는 기관이므로, 수출입은행의 입장은 해당 사업 금융조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이 강의를 듣는 목적 중 하나가 바로 빠른 시간 내에 금융기관의 기본적인 입장을 표명할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협상 초기에, 즉 bankability를 가늠해야 하는 시기에, 프로젝트의 핵심 쟁점사항을 빨리 파악하고 이에 대하여 문제제기(“이 부분은 아무래도 좀 부족합니다. 좀 더 탄탄한 리스크 분배 구조가 필요하겠습니다”)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최종투자결정10)이 이루어진 LNG 개발사업의 예를 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LNG 판매계약(LNG Sales and Purchase Agreement)11)에서 LNG 도입 가격 산식은 S-curve 형태를 띠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이는 단기 변동성이 심한 유가에 연동되어 있는 LNG 가격 변동 리스크를 프로젝트 회사와 LNG 구매자 간 적절히 배분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예컨대 이런 식입니다.
P(LNG) = α + β× P(직전 3개월 평균 JCC, 즉 유가)
단, 유가가 100불을 넘을 경우 100불을 그 한도(upper limit)로 하고,
유가가 50불 이하일 경우 50불을 그 한도(lower limit)로 한다.
이러한 산식은 유가가 너무 높을 때는 LNG 구매자를 보호하고, 유가가 너무 낮을 때는 LNG 판매자(즉, 프로젝트 회사)를 보호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12)
한편, 이 프로젝트는 대주단 입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재무지표 중 하나인 차입금 상환계수(DSCR)13)가 다소 낮았습니다. 사업주 또한 이를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은 DSCR은 다소 낮지만 유가 하한선(50불)을 설정해 놓았으니 별 문제없지 않겠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이에 대하여 즉답은 어려우니 우선 재무모델에 50불을 넣으면 어떻게 되는지 한 번 살펴보자고 답변했습니다.
해당 프로젝트 재무 모델상 기준 유가14)는 물가상승률에 따라 매년 일정하게 상승합니다. 즉, 지금 유가가 50불이라고 가정하고 물가상승률이 매년 2%라고 가정하면, 10년 뒤 유가는 50 × 1.0210 = 약 61불이 됩니다. 한편, LNG 장기판매계약상 최저한도 50불은 물가상승률이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여하튼, 제안한 대로 재무모델에 50불을 넣어봤더니15) DSCR이 매우 낮게 나왔습니다. 이어서 대주단에게는 소용이 되지 않는 최저 보장 유가가 어떻게 결정되었는지 물으니, 그들은 LNG 판매자(프로젝트 회사)와 LNG 구매자 간 상업적으로 합의한 결과라고 답했습니다. 해서 한 발짝 더 나아갔습니다. 그럼, 최저 유가를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실제로 발생하면 대응할 수 있겠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상대방의 답변이 걸작이었습니다: 그럼 뭐 사업 접어야죠. 네? 그럼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사업을 접어야 하는 수준의 최저 유가 보장을 받아서 뭐하려고요? 상대방은 침묵에 빠졌습니다.
바로 이러한 부분이 PF와 기업금융의 차이가 도드라지는 부분입니다. 프로젝트 당사자들끼리 합의한 내용이 양자 간 거래관계에서는 합리적인 타협의 산물일 수 있지만, PF 대주단에게는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 존재합니다. 그 결과 이런 부분을 조기에 포착하여 협상 어젠다에 포함시키지 않으면 나중에 금융종결을 지연하는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즉, 협상 후반에 해당 이슈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는 경우(이미 LNG 장기판매계약이 체결된 상태일 수도 있습니다), 진퇴양난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16) 대주단의 말을 듣자니 (이미 체결한) LNG 장기판매계약이 문제가 되고, LNG 구매자의 말을 듣자니 대주단과의 협상을 마무리 짓는 것이 어렵게 됩니다. 그러므로 프로젝트 파이낸스를 활용하고자 한다면, 사업주의 재무이사와 대주단뿐 아니라 다양한 관계자들(즉, 프로젝트 개발자, 엔지니어, 건설회사, 납품회사, 원재료 공급자, 생산물 구매자, 그리고 공공 인프라와 관련하여서는 공공기관 관계자들 등) 또한 프로젝트 파이낸스의 기본 작동원리와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부분이 프로젝트 파이낸스 전체 구조에서 어떻게 연결되고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지에 대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다음과 같이 덧붙이고 싶습니다. 대주단은, 특히 수출입은행과 같이 PF 금융조달의 핵심 역할을 하는 금융기관은, 딜 초기에 주요 이슈를 선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실제로 위의 예에서 최저 유가 보장 이슈는 협상 내내 뜨거운 감자였고, 최종적으로 bankable한 수준으로 상향 조정되었습니다. PF 업무의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때가 바로 이러한 순간입니다.
자, 이제 bankability에 대하여 감이 좀 잡히셨나요? Graham Vinter는 미묘한 개념이라고 말했습니다만, 저는 ‘미묘하다’는 것은 아무래도 금융기관의 속성을 속속들이 잘 알기 어려운 사업주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주단 입장에서는... 음, 프로젝트의 특정 구조17)가 (매우)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바로 그 부분이 not bankable 한 부분입니다. (오히려 더 헷갈리나요?)
1) (거의) 확정된 금융조건을 바탕으로 금융주선사가 해당 딜을 금융시장에 제시하는 시점에 ‘예비(Preliminary)’라는 단어가 사라지고 ‘사업설명서(Information Memorandum, IM)’가 됩니다. 대주단에게는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지만 향후 사업주와 금융주선사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정보가 금융시장에 알려져 발생하는 손실에 대한 책임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러한 구분을 하게 됩니다.
2) 협상의 편의를 위하여 프로젝트 계약서 및 금융계약서의 중요 내용을 모아놓은 서류를 지칭합니다. 사업주와 대주단은 이 Term Sheet을 중심으로 협상을 하고, 나머지 보다 일반적인 사항들(boilerplate 조항들)은 법률자문사 등에게 위임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처리합니다.
3) 사업주가 준비를 착실히 해 왔다면, 기술, 환경, 시장, 보험 등 각 분야 자문사들의 리포트들도 한꺼번에 제공할 것입니다.
4) 시공을 앞두고 있는 시기라고 할 수 있겠죠.
5) 예컨대, 최근 환경이 점점 중요한 이슈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상업적으로는 매우 우수하나 환경 이슈가 많은 경우 금융기관들이 참여를 꺼려하기도 합니다.
6) 예컨대 환율 변동폭이 매우 큰 국가에 소재한 프로젝트의 현금흐름에 대하여 환헤지가 되지 않을 경우 금융지원이 어려운 경우 등이 그런 경우입니다.
7) Graham Vinter 등 「Project Finance : A Legal Guide, 제4판」, 제6장 참조
8) 세상에서 가장 큰 유전 중 하나는 사우디의 가와르(Ghawar) 유전입니다. 그러나 대주단은 매장량 부족 리스크를 검토하기 위하여 가와르 유전에 대한 매장량 검토보고서를 받습니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과도한 요구인가요?
9) 통상적인 PPP 절차는 별첨 도표를 참조하세요. 우리 기업이 금융지원을 요청하는 때는 도표에서 볼 때 ‘Draft PPP transaction’ 또는 ‘Manage PPP transaction’에 해당할 것입니다. 즉, 상당 부분 일이 진행된 상태입니다.
10) Final Investment Decision(FID)이라고 합니다. 사업주는 금융종결(financial close)이 이루어지는 시점에 맞춰 최종투자결정을 합니다. 한편, 금융종결은 금융계약 체결 후 선행조건(conditions precedent, CP)마저 완료되어 차입금을 인출할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한 때를 일컫습니다.
11) LNG 사업의 사업계약(Project Agreement) 역할을 합니다.
12) 그러므로 상한(upper limit)에 대하여 대주단은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여하튼 이 산식은 발전 프로젝트 PPA(Power Purchase Agreement)의 tariff 산식과 유사한 기능을 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무엇보다도 가장 먼저 살펴본 것입니다.
13) 여러 재무지표들이 사용되지만, 아무래도 대주단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지표는 DSCR(Debt Service Cover Ratio)입니다. DSCR은 분자를 일정 기간(예컨대 6개월) 중 차입금 상환에 쓸 수 있는 현금흐름이고, 분모는 해당 기간 중에 상환하여야 할 차입금의 원리금입니다. 그러니, 이 수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대주단은 만족감을 표하게 됩니다. 그러나 사업주의 입장에서는 (자본금이 필요 이상으로 투입되어) 투자수익률이 너무 낮게 나타나는 상황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상세한 내용은 제7강을 참조하세요.
14) 이를 base case(또는 banking case) 유가 시나리오라고 합니다.
15) 민감성 테스트(sensitivity test)의 일부분입니다. 즉, 프로젝트에 여러 가지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변수를 재무모델에 투입하여 그 결괏값을 바탕으로 프로젝트의 견고함 또는 취약함을 보고자 하는 것입니다.
16)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법률자문사가 기타 자문사들의 협조를 받아 작성하는 issues list에 이 내용이 포함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도 있습니다. (위에서 예를 든 경우는 실제로 issues list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전문가들에게 지나치게 의존을 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항상 금융기관 직원으로서의 해당 PF 사업에 대한 분명한 관점이 필요한 까닭입니다.
17) 상식적인 얘기지만, ‘중요한’ 구조에 국한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