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대주들이 프로젝트 파이낸스에 참여할 경우, 이들 간의 권리관계를 정하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예컨대 과반수를 차지하는 대주가 존재할 경우 해당 대주는 가급적 자신이 의사결정권을 가지기를 원할 것이며, 그렇지 않은 경우는 가급적 자신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되지 않기를 희망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편, 프로젝트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일방이 원하는 바를 그대로 성취할 수 있으면 프로젝트는 수많은 대주들의 이해관계에 휘둘려 갈가리 찢기는 것을 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 때문에 대주단 간 계약은 대주들 뿐 아니라 사업주들도 신경을 쓰게 됩니다.
한편, 대주단 간 계약서는 차주에 대한 보다 질서 있는 권리행사를 하게 하는 것이지만 개별 대주의 입장에서 보면 오히려 권리를 제약하는 것으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대출금에 대한 기한이익을 상실시키는 조치나 자신의 개별 금융계약의 조항들을 변경시키는 조치를 행할 권리가 제약되기 때문이며, 대주단의 과반수 투표에 의한 의사결정 방식으로 인하여 자신이 반대하는 방식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래에서 소개하는 내용들은 대주단 간 계약서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내용들입니다.
(1) 권리의 우선순위
대주단 간 계약의 가장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대주단끼리의 권리관계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입니다. 즉, 선순위 채권자의 권리는 mezzanine 채권자의 권리에 우선하며, mezzanine 채권자의 권리는 후순위 채권자로서의 사업주의 권리에 우선한다는 것을 밝히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계는 cash waterfall에서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또한 담보물에 대한 강제집행을 통해 마련된 현금의 처리 순서도 그러합니다. 선순위 채권자의 몫이 가장 먼저 상환되고, 그 다음으로 mezzanine 채권자의 몫, 그리고 그 다음이 사업주 후순위채권자의 몫이 상환됩니다.
그러나 프로젝트 회사에게 부도가 발생하여 법원의 관리를 받게 될 때에는 이러한 계약적 관계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프로젝트 회사를 담당하는 법원의 파산부는 대주단 간 또는 대주단과 채무자 간 어떠한 계약관계를 맺었다 하더라도 해당 계약이 동국 파산법에 어긋나는 경우 이를 배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회사의 무담보 채권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일반적인 조치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안은 대주단 간 계약에 후순위 조항(subordination provision)을 포함시키는 것입니다. 이는 후순위 채권자의 차주 앞 보유하는 권리를 선순위 대주단 담보 패키지의 일환으로 포함시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권리는 선순위 대주단의 담보 대리인(security agent)이 보유케 합니다. (마치 차주 주식에 대하여 질권을 설정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이렇게 조치할 경우 후순위 채권자들이 받을 몫은 선순위 대주단의 담보 대리인이 받게 됩니다. 또한 다음과 같은 문언을 포함시키는 것입니다.
① 프로젝트 회사 부도시 후순위 채권자들은 선순위 채권자들의 동의 없이 자신의 채권을 법원 앞 신고하지 않겠다는 약정
② 후순위 채권자가 금융계약에서 정한 이외의 방법으로 받게 되는 돈은 선순위 대주단의 담보 대리인에게 이체하겠다는 약정
이러한 후순위 조항이 포함될 경우 대주단 간 권리의 우선순위는 프로젝트 회사의 부도와 무관하게 당초 금융계약이 체결된 취지가 보전될 수 있습니다. 이에 더하여 선순위 채권자들은 프로젝트 회사의 구조조정시 후순위 채권자의 동의 없이 담보권을 해지할 수도 있습니다.1) 이러한 조치를 통하여 담보에 대한 강제집행 시 담보물이 ’깨끗한 상태‘로 제삼자에게 매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2) 의사결정 구조
의사결정권은 통상 one dollar one vote 방식이 차용됩니다. EoD가 발생하기 전까지 미인출 잔액은 언제든지 인출될 수 있기 때문에 미인출 잔액 또한 대출잔액과 동일하게 취급됩니다. 그러나 블록 보팅(block voting) 등 다양한 방법이 활용될 수도 있습니다. 블록 보팅이란 유사한 채권자들을 각각 block으로 묶은 다음, 해당 블록에서 과반수 동의 등을 통하여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면 해당 블록 채권자들 전체가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입니다. 기본 원칙은 간단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악마는 디테일에 있습니다. 예컨대 선순위 대주단 간에도 대출금 만기가 각각 다를 수도 있고(그래서 시간이 흐를수록 권리관계가 변경됩니다), 헤지 제공자2)들도 포함될 수 있으며(익스포져가 매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각기 다른 통화로 대출금을 제공하는 경우(환율변동에 따라 익스포져가 매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등도 있어 대주단 간 계약 조항을 협상하는 것이 가장 까다롭다고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습니다.3) 게다가 ECA나 MDB 등은 환경 관련 이슈, 뇌물 관련 이슈 등과 관련하여서는 자신들이 대주단 의사결정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일이 많습니다. 더 나아가 one dollar one vote 원칙을 크게 훼손하는, 예컨대 대주단 과반수 동의 + ECA/MDB 2개 기관 이상의 동의 등과 같은 요구를 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요구는 ECA나 MDB가 대출금의 대부분을 제공하는 경우에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상업은행들도 이에 크게 개의치 않습니다. 어차피 ECA/MDB가 제공하는 금액이 과반 혹은 2/3를 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채무재조정 등과 같은 중요한 이슈는 어차피 만장일치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의사결정 메커니즘 또한 그 기본은 단순합니다. 일반 행정적인 조치에 불과한 경우에는 대주단 대리은행(agent bank)이 알아서 처리합니다. 그러나 그 어떠한 경우에도 대주단 대리은행은 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고민이 필요한 경우에는 대주단에게 의사결정을 미룹니다. 금융계약의 가장 중요한 사항들, 예컨대 대출금액 변경, 이자율 변경, 대출상환기일 변경, 담보물 해지 등 금융계약의 가장 기본적인 내용들은 만장일치가 적용됩니다. 이렇듯 만장일치가 필요한 항목들을 다른 각도에서 보면 프로젝트 구조조정시, 특히 채무재조정시 모든 이들의 동의가 필요한 항목들입니다. 이보다 덜 중요한 사항들(예컨대, 재무 완공일의 정의, 운영비용의 정의, Material Adverse Effect의 정의 등)은 가중 과반수(super majority, 통상 채권액 기존 75% 또는 66.7%) 방식을 채택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일상적인 의사결정들은 과반수(majority)의 결정에 따르게 됩니다. 의결정족수에 대한 예시는 이 강의의 참고자료를 보세요.
사업주는 빠른 의사결정을 희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주단 의사결정이 늦어질 경우 기일 경과로 인하여 EoD가 발생하고, EoD가 발생하면 프로젝트 회사의 통제권이 대주단에게 넘어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일을 방지하기 위해 사업주 또한 과반수 또는 우호적인 대주단의 결정만으로 대부분의 업무를 처리하기를 희망합니다. 또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의사결정 정족수가 축소되는 장치를 도입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예컨대 EoD 발생일로부터 90일까지는 가중 과반수의 동의가 필요하다면, 그 이후로는 단순 과반수의 동의만으로도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하는 방식입니다.4) 그리고 snooze you lose 조항 도입을 희망합니다. 이 조항은 의사결정 요청일로부터 일정 기간 동안 아무런 의사표시를 하지 않는 대주의 경우 투표권을 상실한 것으로 간주하는 조항입니다.
(3) 후순위 채권자 보호
후순위채권자 보호조항은 통상 다음과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합니다.
① 후순위 채권자들의 채권보전에 직접 영향을 주는 방식으로 선순위 대출금의 대출조건 변경 금지
② 후순위 채권자들의 선순위 채권 매입 권리 부여
③ 선순위 채권자들의 담보물에 대한 강제집행 시 투명성 확보
첫 번째 제약으로 인하여 선순위 채권단이 자신들의 대출금을 대폭 늘릴 수 없습니다. (사실 선순위 채권단이 그렇게 행동할 이유가 거의 없긴 하지만 말입니다) 만약 선순위 채권자들이 자신의 대출금을 큰 폭으로 증액시킨다면 그만큼 후순위 채권자들이 받을 금액의 순서가 뒤로 밀리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조항은 구조조정에서 후순위 채권자들이 통제권을 확보할 수 있게 하는 방법입니다. 이 또한 매우 예외적인 경우에서만 현실화될 수 있는데, 선순위 채권자들에게 프로젝트 회사 구조조정을 맡기는 것보다 자신들이 직접 구조조정을 처리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할 때 선택할 수 있는 옵션입니다.
마지막 조항은 선순위 채권자들이 정당한 가격을 받고 담보물을 매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담보물 매각 대금으로 선순위 채권을 다 만족시킬 수 있다면 선순위 채권자들은 제값을 받지 못하더라도 담보물을 매각할 유인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후순위 채권자들은 경매/공매 등 투명한 방식을 통하여 담보물에 대한 강제집행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하게 되는 것입니다.
9-4. 담보계약(Security Agreement)
제8강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프로젝트 파이낸스 방식의 채권보전장치는 담보물의 ’공격적 성격‘, 즉 강제집행을 통하여 대출금 원리금을 상환시키는 기능은 약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이미 얘기하였습니다. 또한 이러한 제약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담보물을 취득하는 것이 방어적 목적, 경영관리 목적, 그리고 부도시 통제권 확보 목적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중요하다는 까닭도 얘기하였습니다.
혹자는 이렇게 얘기할 수도 있겠습니다. 어차피 담보의 공격적 성격이 없으면 ’negative pledge’ 조항으로 충분하지 않겠냐는 것이죠. 참고로, negative pledge 조항은 차주가 자신의 자산 및 계약적 권리 등을 타인에게 담보물로 제공하지 않겠다는 약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주는 언제든지 약정을 위반하여 다른 이유로 특정 채권자에게 담보물을 제공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5) 그러므로 이러한 상황일 발생하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담보물을 취득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아, 물론 이 얘기는 담보의 방어적 목적의 연장선상입니다.
여하튼 프로젝트 파이낸스에서 제공되는 담보는 크게 (1) 차주 주식에 대한 질권, (2) 차주 자산에 대한 저당권, (3) 차주 계약적 권리에 대한 양도담보, (4) 차주의 받을어음(receivables), 프로젝트 계좌 등에 대한 질권 등이며 이에 대한 내용이 담보 계약서의 주요 내용을 이룹니다. 아래에서 이들 각각에 대하여 간략하게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프로젝트 회사의 주식에 대한 질권
프로젝트 회사 주식에 대하여 질권을 설정하는 까닭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사업주는 약정을 위반하고 주식을 매각하는 것이 프로젝트를 계속해서 운영하는 것보다 상업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하여 사업주들이 프로젝트를 쉽게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방편으로 대주단이 주식 질권을 설정하는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다음으로, 대주단은 주식 질권을 행사하여 프로젝트 회사를 컨트롤할 수 있습니다. 즉, 주식에 부여된 권한을 행사함으로써 회사의 임원을 교체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방식은 대주단이 직접 프로젝트 회사의 모든 채무에 대하여 책임을 질 수 있으므로 매우 제한적으로 행사된다는 점은 제8강에서 언급한 바와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프로젝트를 손쉽게 매각하는 방편으로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즉, 주식 매각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는 법적으로 양도될 수 없는 권리(예컨대 정부의 인허가6) 등)의 양도가 허용될 수도 있습니다.
매우 예외적이지만, 사업주가 프로젝트 회사 대출금에 대하여 보증을 제공한 경우라면 사업주 자체가 부도상태가 될 때 프로젝트 회사 대주단은 법원 앞 담보 채권자로 스스로를 신고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준거법에 따라 프로젝트 회사 주식을 담보로 제공할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주로 세계은행의 negative pledge 조항7)이 적용되는 국가에서 자주 발생합니다. 이 경우, 역외 지주회사 설립 또는 신탁구조 등을 활용하여 이러한 제약을 우회하기도 합니다.
(2) 프로젝트 회사의 자산에 대한 담보
대주단이 프로젝트 자산에 대하여 담보를 설정하는 까닭은 자명합니다. 프로젝트 회사는 대주단이 빌려준 돈으로 해당 자산을 구축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예컨대, 총사업비에 포함되지 않는 운전자금을 추가로 대여하는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기존 대주단의 동의를 얻지 않고서는 차주로부터 담보를 제공받지 못합니다.8)
프로젝트 파이낸스 대주단이 담보로 취득하는 프로젝트 자산 목록은 통상 다음과 같습니다.
① 프로젝트를 구성하는 물리적인 자산(즉, 부지, 공장, 기자재 등)
② 재고자산(원재료 및 반제품 등 포함)
③ 프로젝트 회사가 계약의 당사자가 되는 계약들에 대한 프로젝트 회사의 권리 및 라이센스
④ 프로젝트 회사의 지적재산권
⑤ 프로젝트 계좌 및 프로젝트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
⑥ 프로젝트 회사의 보험금 수취권 등
프로젝트 물리적 자산에 대한 저당권 취득 시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사안 중 하나가 해당 자산에 대한 준거법을 확인하는 것인데, 항공기나 선박 등 이동하는 자산에 대한 준거법은 생각보다 복잡할 수가 있습니다.9)
(3) 차주 계약적 권리에 대한 양도담보
유사한 문제는 프로젝트 회사의 계약적 권리에 대하여서도 적용됩니다. 예컨대 양도의 대상이 되는 프로젝트 계약의 준거법이 A 국가라면, 동 계약에 대한 권리를 양도하는 계약 또한 A 국가여야 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10) 한편, 그러한 권리를 양도할 때는 상대방 계약 당사자에게 통보를 해야 법적 안정성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한편, 상대방 계약 당사자는 이러한 권리양도 이후에도 프로젝트 회사가 자율성을 가지고 계약에 따른 행위를 할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예컨대 EoD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프로젝트 회사가 대주단의 허락 없이도 일정한 행위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 양도 통지서에 포함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11) 실무적으로는 별도의 양도 통지서를 보내는 것보다는 직접계약(direct agreement)를 체결하는 방식이 선호됩니다.
(4) 차주의 받을어음(receivables), 프로젝트 계좌 등에 대한 질권
받을어음(receivables)에 대하여 담보권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제9강 JAC 사례를 통해 살펴봤습니다.12) 받을어음에 대한 담보권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방법으로는 프로젝트 회사 앞 지급할 금액은 모두 대주단이 미리 질권을 설정해 놓은 프로젝트 계좌 앞 송금케 하는 것입니다.
한편, 위에서 언급한 대부분의 자산에 대하여서는 대주단이 완벽하게 통제권을 보유하고 있지만, 받을어음이라든가 프로젝트 계좌에 예치되는 돈에 대해서는 프로젝트 회사가 통제를 덜 받고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활용합니다. 그렇지 않고 매일매일의 업무에 대하여 매번 대주단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면 일상이 마비되고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프로젝트의 물리적 자산 등은 fixed charge가 되지만 받을어음이라든가 재고자산, 그리고 프로젝트 계좌에 예치된 현금 등과 같은 담보물은 floating charge가 됩니다. 프로젝트에 EoD 등이 발생하여 그 담보가액이 고정될 때(crystallized)야 비로소 fixed charge의 성격을 갖게 됩니다. 제9장 JAC 사례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담보의 성격이 쟁점으로 부각될 수도 있지만, 이는 통상 프로젝트 회사가 법정 구조조정 절차에 돌입한 경우에 국한됩니다. 대부분의 경우 프로젝트 회사의 구조조정은 채무재조정 형태를 띠기 때문에 개도국 소재 프로젝트 파이낸스 거래에서는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듭니다.
9-5. 직접계약(Direct Agreement)
직접계약은 위에서 간단히 언급한 바와 같이 프로젝트 계약에 대한 차주의 권리를 양도했다는 사실을 표시하기 위한 방편으로 일차적으로 활용되지만 이보다 더 큰 역할을 합니다. 이 역할 또한 프로젝트 상황이 어려워졌을 때 빛을 발하게 됩니다.
프로젝트에 큰 어려움이 닥쳐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을 경우 모든 계약 당사자들은 모두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하여 행동할 것입니다. 아무런 계약적 장치가 없을 경우, 조금의 여유만 주어진다면 다시 정상화될 수 있는 회사들마저 큰 타격을 입고 쓰러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직접계약은 프로젝트 회사가 어려움에 처하여 계약적 의무를 지킬 수 없을 때 미리 정해진 절차를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도록 유도합니다.
(1) 직접계약의 의의
우선 대주단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직접계약의 장점입니다. 직접계약은 개입권(step-in right)13)을 발동시켜 대주단이 프로젝트 회사를 대신하여 계약의 당사자가 되어 프로젝트가 영업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러한 방식은 계약 상대방에게도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대주단의 신용도는 프로젝트 회사의 신용도보다 훨씬 높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직접계약은 계약 상대방으로 하여금 직접계약에 기재한 사유를 제외한 다른 사유로 인하여 해당 계약을 해지하지 못하게 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한층 더 높은 수준의 계약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계약 상대방 입장에서도 직접계약은 의미가 있습니다. 우선 직접계약은 해당 계약 당사자가 디폴트를 발생시킨 프로젝트 회사와의 관계를 정리(즉, 프로젝트 회사와 체결한 계약을 해지)하는 체계적인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프로젝트 회사가 빚진 금액을 대주단에게 받을 수 있게 합니다. 즉, 계약 상대방은 계약대금을 프로젝트 회사 또는 대주단에게 받지 않는 이상 계약의무를 이행하지 않겠다는 것을 명백히 해두는 장치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직접계약을 통해 대주단이 프로젝트 회사의 역할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기도 어렵고 그런 사례도 많지 않습니다. 또한 각국의 법체계에 따라 대주단이 프로젝트 회사의 비즈니스를 직접 운영하는 것이 금지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일반적으로 보아 대주단이 개입권을 활용하는 기간은 (예컨대 지분 매각 등을 통해) 새로운 프로젝트 회사의 주인을 찾기 전까지의 매우 짧은 기간이라고 보아야 옳을 것입니다.
(2) 직접계약의 주요 조항
위에서 언급한 사항들이 좀 모호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직접계약의 주요 문안들을 몇 개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① 계약 당사자는 프로젝트 계약과 관련된 대주단의 권리를 인지한다.
② 계약대금 지급액을 대주단이 담보로 취득한 계좌에 입금한다.
③ 프로젝트 계약에 default가 발생했을 경우 대주단에게 통보한다.
④ 대주단은 계약 상대방에 의해 계약이 해지되기 전 (프로젝트 회사가 제공받는 치유기간(cure period) 외) 별도의 치유기간을 부여받는다.
⑤ 대주단은 치유기간 중 계약관계에 개입(step-in)할 권리를 갖는다. 이 경우 프로젝트 회사는 더 이상 프로젝트 계약 당사자의 지위를 누리지 못한다.
⑥ 계약 당사자는 치유기간 중 중단 없이 대금지급을 받는 한 계약적 의무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키르기스스탄의 대문호인 칭기즈 아이뜨마또프는 그의 대표작인 「백년보다 긴 하루」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 트랙터를 타고 뒤따라오는 젊은 일행들을 돌아다보며 예지게이는 그들 중에 기도문을 단 한 구절이라도 아는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진정으로 마음이 괴롭고 슬펐다. 기도문 한 줄 모르는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를 묻을 수 있을까? 어떤 말로 그들은 사람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걸치는 시기를 포괄하면서 미지의 존재 없는 세계로 들어가는 고인의 출발을 요약할 것인가?‘
우리는 금융기관 직원입니다. 금융계약에 대한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방대한 프로젝트 파이낸스 세계로 뛰어들 수 있을까요? 세세한 부분까지는 아니더라도 금융계약의 뼈대를 이루는 중요한 조항들에 대하여서는 시간을 들여 공부하여야 할 것입니다.
1) 예컨대 담보물에 대한 강제집행 시 매각대금이 선순위 채권자의 채권을 상환시키기에는 충분하나 후순위채권자의 채권을 만족시키기에는 부족할 경우에 주로 이슈가 됩니다. 담보물을 매입하는 쪽에서는 권리관계가 깔끔하게 정리되기 전까지는 매입대금을 납입하지 않으려 할 것입니다.
2) 헤지 제공자들의 cash waterfall 순위에 대한 컨센서스는 존재한다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예컨대 헤지대금(hedge payment)는 대출금 이자와 동일한 순위가 되며, 헤지계약 해지대금(hedge termination payment)은 대출금 원금과 동일한 순위를 보장받을 것입니다.
3) 저 또한 같은 ECA들이지만 수출입은행과 같은 입장을 보이는 ECA와 그렇지 않은 ECA 간 신경전을 벌인 적이 있는데, 그 결과 대주단 간 계약에서의 의결정족수(voting threshold)와 관련하여 대치를 해 본 경험이 있습니다.
4) 이러한 방식은 사업주뿐 아니라 소수 대주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장치입니다.
5) 물론 이러한 담보물 제공이 특정 채권자(특히, 차주의 관계회사 등)를 유리하게 할 목적이라면 이를 취소할 수 있는 청구권이 타 채권자들에게 주어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6) 통상 정부는 양수인 또한 양도인과 동일한 수준의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만 기존 인허가를 양수인에게도 제공하는데 동의할 것입니다.
7) 사업소재지국 정부 또는 정부가 통제권을 보유한 공공기관이 타 금융기관과 거래 시 담보를 제공하지 못하게 요구하는 조항입니다. 사업소재지국 정부 등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보를 제공하는 경우, 세계은행은 이를 자신에게도 제공할 것을 요구하는 조항입니다.
8) 기존 대주단의 동의를 얻어 담보를 제공받는 대표적인 경우가 프로젝트 구조조정 중 신규로 투입하는 자금입니다. 이 경우 신규 대여금은 담보부채권의 지위를 부여받을 뿐 아니라 최우선상환권을 부여받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9) 이와 관련하여 매우 재미있는 케이스는 Blue Sky Limited vs Mahan Air 사례입니다. (당시 네덜란드에 위치하고 있었던) 항공기에 대하여 영국법에 따라 설정된 저당권이 유효한지 여부를 확인하는 재판이었는데, 영국과 네덜란드 양국 법률의 차이(영국 법원은 해당 사안은 네덜란드 법원에 물을 일이다라고 판결하였고, 네덜란드 법원은 자국 국내법에 의거 무효라고 판결하였습니다)로 인하여 양국에서 모두 해당 저당권 설정이 무효하다는 결과를 얻게 되었습니다.
10) 그렇기 때문에 담보계약은 통상 ‘onshore’ security document와 ‘offshore’ security document로 나뉘어 작성됩니다. 이는 결국 담보물을 관할하는 준거법이 틀리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11) 물론 프로젝트 계약의 중요한 내용을 함부로 변경하는 것은 금융계약서에 의거 금지됩니다.
12) 받을어음에 대하여 담보권을 설정하는 것은 프로젝트 계약에 대한 차주 권리에 대하여 담보권을 취득하는 논리의 연장선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13) 물론 이러한 대주단의 개입권은 PPP 거래에서 정부의 개입권과 충돌하는 면이 있습니다만, 대주단 및 정부 모두 프로젝트의 정상화를 최우선 과제로 인지할 것이기 때문에 실무적으로는 큰 마찰이 잘 발생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프로젝트에 큰 문제가 발생할 경우 모든 이들이 한 테이블에 앉아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고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