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살을 가르며 얻은 힘

교사도 엄마도 아닌, 그냥 수영인으로 사는 시간

by 루시아



금요일 저녁, 수영 가방을 챙기고 있자 아들이 묻는다.

“엄마, 내일 토요일이잖아. 수영 가?”

“응, 토요일도 수영하는 날이야.”

“엄마는 수영이 그렇게 좋아?”

“응 그럼~ 토요일은 수영하고 수영 친구들이랑 커피 마시는 날이거든. 엄마는 사실 그거 때문에 더 가는 거야.”


토요일은 자유수영으로 운영된다. 출근도 없으니 마음이 가볍다. 물론 늦잠 자느라 놓친 토요일이 더 많긴 하다. 그래도 굳이 새벽부터 일어나 나서는 이유는, 수영 후 이어지는 커피타임 때문이다.


한 시간 제각각 페이스로 수영을 마친 사람들은 수영장 옆 편의점으로 모인다. 파라솔 의자에 둘러앉아 커피를 마시며 일주일의 근황을 나눈다. 오전 6시 수영을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동지다.


그 시간대를 선택한 사정은 다 다르다. 육아와 가사에서 벗어나려는 사람, 직장의 의무와 책임에서 잠시 도망친 사람, 스스로와 마주할 시간이 필요했던 사람…. 물살을 가르는 순간만큼은 누구도 엄마도, 아빠도, 교사도, 직장인도 아니다. 그저 자유롭게 수영하는 사람일 뿐이다.


그리고 이런 커피타임으로 다시 주말 육아를 이어갈 힘을 얻는다.


“수영하면 살 빠지나요?”라는 질문을 종종 듣는다. 저녁수영은 모르겠지만 새벽수영이 다이어트에 큰 도움은 안 되는 것 같다. 대신 나는 수영을 하며 ‘구김살’이 많이 빠졌다.


내 하루를 반듯하게 세워 주는 수영. 시작하길 참 잘했다. 오래오래 이어가고 싶다.

이전 09화요란한 나의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