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뭐 해? 에서 엄마 어디야? 까지
15시 10분, 16시 40분, 14시 20분...
아들이 학교를 나서며 내게 전화를 거는 시간이다.
“여보세요? 엄마 어디야?”
전화를 받으면 아들은 늘 이렇게 묻는다. 아이는 왜 내가 어디 있는지가 그렇게 궁금할까. 그래도 나는 매번 대답해 준다. 우리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생각해 보면 나도 엄마에게 전화를 하면 항상 이렇게 물었다.
“엄마, 뭐 해?”
<엄마 뭐 해?>의 역사는 14년 전, 내가 휴학을 하고 1년간 외국 생활을 했을 때부터 시작됐다. 파트타임을 하며 중고로 스카이프 되는 휴대폰을 샀다. 당시 요금제가 집전화로 무제한 통화가 가능했기에, 아직 남아 있던 집전화로 엄마와 긴 통화를 이어갔다.
그때 엄마는 내 대화친구였다.
빨래한다, 반찬 만든다, 할머니 모시고 다녀왔다, 그냥 책 읽는다... 뭐 하냐고 자꾸 묻는 나를 향해 볼멘소리를 하면서도 엄마는 별일 아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8시간의 시차를 두고 우리는 서로의 하루를 나눴고, 어쩌면 함께 살던 때보다 더 많은 대화를 했다. 덕분에 나는 외국에서의 낯설고 고단한 시간을 버틸 수 있었다.
지금도 엄마에게 전화를 걸면 첫마디는 같다.
“엄마, 뭐 해?”
엄마는 이제 익숙한 듯 대답한다. “풀 뽑았어. 헬스장 왔어. 밭에 갔다 왔지....”
엄마가 뭐 하는지가 늘 궁금했던 나처럼, 아들도 엄마가 어디 있는지가 궁금한가 보다. 그렇게 묻고 대답하는 대화 속에서, 아이가 마음을 단단히 이어가길 바란다.
별것 아닌 듯 시작된 ‘엄마 어디야?’라는 말이, 사실은 서로를 확인하는 가장 든든한 인사일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