놈놈놈

by 루시아

성당에 가는 길, 누군가 뒤에서 나를 부른다.
"저기요, 가방이 열렸어요."
가방이 열려 헤벌쭉 입을 벌리고 있다.

나와 함께 걸어가는 이가 3명이 있지만

그 누구도 나의 가방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3명이나.. 3명이나 있는데!!!!


놈놈놈.. 나는 그들과 산다!




앞머리가 갈라져도,

앞니에 고춧가루가 끼여있어도,

가방이 열린 채로 다녀도,

바지 지퍼가 내려가 있다 해도!


함께 다니는 놈이 세 놈이나 있지만

그 어떤 녀석도 나에게 이렇다 할 말을 해주지 않는다.

역시.. 나를 챙기는 녀석은 나 자신밖에 없다.

놈놈놈들을 믿지 말자.

그렇다면 놈놈놈, 그들은 누구인가?





안 보이는 놈

(비하 아님)(시각장애인입니다)(남편이고요)


보이는 데 말 안 해주는 놈

(여섯 살 아들)


아직 말을 잘 못하는 놈..

(세 살 딸)






아들과 딸이 놀이터에서 놀다가

아빠와 함께 슈퍼에 갔다.

놀이터 벤치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저 멀리서 아이가 뛰어오며 신이 나서 말한다.

"엄마!!! 아빠가 포켓몬빵 사줬어요!!!

그런데 파이리만 있었어요! 파이리야 파이리!!"

혀 짧은 딸도 뛰어오며

"파이이 파이이!!!"


아이는 나에게 오자마자

빵을 뜯고 띠부띠부씰을 확인했다.

나는 우와~ 파이리네~ 하면서 빵을 살펴보는데.... ​​




"파이리의 화르륵 핫소스팡"


화르륵....?


핫소스....?



한입 베어무려고 하는 아들을 잠시 막고

뒷면을 보니 <불닭소스>가 들어있단다.

(참고로 6살 아들은 엄청난 맵찔이)


놈 1 : '핫소스'가 의미하는 바를 알지만 아들이 파이리라고 하니까 그런 줄 아는.. 앞 못 보는 놈

놈 2: 글자는 읽을 줄 알지만 '핫소스'가 의미하는 바를 잘 모르는, 놈 1에게 핫소스팡이라고 말 안 해주는 놈

놈 3: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놈


놈 1이 빵을 계산했고,

놈 2는 스티커를 가진다는 생각에

신이 나서 빵을 뜯었고,

놈 3은 놈 2가 하는 것을 그대로 한다.


결국 놈 123은 띠부띠부씰만 챙기고

다른 빵을 사러 갔다.

떠나기 전 놈 1은 불닭소스빵을 먹었다.

나도 놈 123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불닭소스빵을 한 입 베어문다.



놈놈놈과 함께 하기에

따분한 내 삶에도 이런 에피소드가 생긴다.

나에게 글감을 제공해 주는 놈놈놈에게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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