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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아 Feb 27. 2023

무례한 사람에게는 어떻게 대해야 할까

언제나 입조심


나는 싸움을 잘하지 못한다. 이 말을 들으면 남편은 네가?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음.. 그렇다면 정정. 나는 다른 사람이 나에게 무례하게 행동할 때 맞받아치는 것이 참 어렵다. 집에 돌아와서야 아오! 그렇게 말할걸! 하고 이불을 쾅쾅 차고 남편에게 당시 상황과 내 감정을 털어놓을 뿐이다. 맞받아치는 것도 평소에 준비가 되어 있어야 나오는데 매일매일 순간순간을 전투태세로 살 수 없는 노릇 아닌가. 애석하게도 우리 부부 둘 다 그런 성향은 비슷하기에 서로의 화나는 상황에 함께 열받아하고 다음에 이런 상황이 또 생긴다면 이렇게 말하자! 며 연습까지 하는 웃픈 마무리를 한다.


몇 년 전, 우리의 결혼을 2주 정도 앞뒀던 어느 날이었다. 한 모임에서 만난 사람이 청첩장을 건네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결혼 축하해요. 그런데 내 남편은 비장애인에 막내아들인데~ 장애인에 맏아들, 홀시어머니까지 어떡해~”
 
그녀는 초면은 아니었으나 나와는 그날이 두 번째 만나는 날이었다. 나의 지인은 아니고 굳이 따지자면 남편의 지인이었으나 남편 또한 그녀와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다. 한마디로 가족도 얼굴에다 대고 하기 어려운 이 말을 거의 처음 보는 이 여자가 내 얼굴에 대고 한 것이다! 너무 당황스러웠다. 아니 이년이…? 하고 마음의 소리가 입 밖으로 나올뻔했지만 나는 결혼을 2주 앞둔 새색시이기에... 그저 웃으며 “네, 그런데 요즘 홀시어머니가 뭐 어때서요.”라고 말했다. 당장 일어설 수 있는 자리는 아니어서 그녀 앞에 여전히 앉아있었지만, 그 자리가 끝날 때까지 그녀와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그녀가 나에게 억하심정이 있어서가 아니었을 것이다. 남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녀는 평소 언행으로 주변 사람들의 기분을 나쁘게 하는, 뭐 원래 그런 사람이라 한다. 악의는 없으나 생각이 없는 그런 말들로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그런 사람. 그런 것을 알았기에 그다지 말을 섞고 싶지 않았으나,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것이었는데 결국 이 푼수 아줌마가 나에게까지 실언을 했다. 나를 언제 봤다고!     


그녀도 나의 싸함을 느꼈는지 내가 떠날 때까지 내 눈치를 슬슬 보고, 심지어 못 올 수도 있을 것 같다던 내 결혼식에 신부보다도 더 먼저 신부대기실에 도착하여 날 기다리고 있었다. 그다지 고맙지도 반갑지도 않았지만 말이다. (아직도 왜 결혼식에 왔나 의문이다.)

 
그녀가 저런 뜨악할 말을 저리도 뻔뻔하고 당당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 그녀 자신이 장애인이어서가 아니었을까. 그녀는 장애인이었다. (그날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 중 나를 제외한 모두가 장애인이었다.)
그녀가 장애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저런 말을 나한테 했을까 싶다가도, 장애가 있다고 그런 말을 그렇게 했어야 했나? 싶다. 그 말을 했을 때 남편은 그 자리에 없었는데, 아마 남편이 있었어도 똑같이 말했을 것이다. 그걸 들은 우리 둘은 또 별말 못 하고 속으로 이 년이 뭐라는 거야?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지.


 그녀는 내가 장애가 없음이 부러웠을까?
 그녀의 말에 나도 그냥 "제가 장애인이 아니라 괜찮아요."라고 받아칠 걸 그랬다. 그랬다면 그 말을 무례한 말이었을까? 그런 나의 무례함에 그녀는 기분이 나빴을까?
 

시간이 한참 지난날에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그냥 그렇게 말할걸..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렇게 말했다면 또 괜히 그랬나, 왜 그랬지, 좀 참을걸. 하고 후회하고 있을 것 같다. 나는 그냥 그런 사람이라 어쩔 수 없나 보다.
 

비장애인인 막내아들과 살고 있는 그녀는 오늘도 아마 그것을 무기로 잘 살고 있을 것 같다. 그녀의 장애가 무례함의 방패가 되어주지 않는다는 걸 아직도 깨닫지 못했겠지. 장애유무를 떠나 할 말 못 할 말 구분을 부디 하고 살길 바란다. 장애인인 남편에다 홀시어머니까지 있는 나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딱한 삶을 살고 있지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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