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수영

못 갔다는 게 함정

by 루시아


오전 5시 45분, 수영장 문이 열린다.

‘그 시간에 누가 있긴 할까?’ 하고 첫날 수영장으로 향했는데, 나는 정말 놀랐다.

수영장 문 앞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부스스한 머리, 커다란 수영가방, 그리고 묵묵히 기다리는 눈빛.

울타리 하나 너머 체육관 앞엔 배드민턴 가방을 멘 이들도 줄지어 서 있다.

서로 말은 안 하지만 속으론 다들 같은 생각일 것이다.

‘너네도 참 대단하다.’


회원카드를 내고 열쇠를 받아 탈의실로 들어간다. 하품을 크게 하며 옷을 벗고 샤워실로 간다.

가끔 “집에서 씻고 왔는데요?” 하고 맑은 눈으로 수영복을 입은 채 들어오는 사람도 있다.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씻으라고....!’ 눈빛으로 보내던 찰나, 내 뒤의 어떤 회원님이 속 시원히 말한다.

“그게 매너예요.”

그녀는 똥 씹은 표정으로 "네"하고 답한 뒤 몸에 비누칠을 한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보이지 않았다.


샤워를 마치고 수영장으로 나가면 준비체조 음악이 흐른다. 오래된 곡인데, 사장님은 절대 바꿀 생각이 없나 보다. 처음엔 옆사람 눈치를 보며 동작을 따라 했는데, 요즘엔 누군가 내 동작을 따라 한다.

아, 그러면 또 열심히 해줘야지.


이런 더운 날엔 오히려 물속이 낫다. 겨울엔 “아우, 차가워!” 하며 떨면서 들어가지만, 요즘 같은 날엔 풍덩 뛰어들고 싶어진다. 수영을 계속하다 보면 물이 따뜻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손목에 차고 있는 스마트워치에 기록을 잘 되고 있나 틈틈이 확인도 해준다. 어디 금메달 주는 것도 아닌데 기록은 왜 그리 재는지. ㅎㅎ


엄청난 베테랑처럼 말하고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 수영한 지는 햇수로 4년. 그런데 아직도 제대로 하는 영법이 하나도 없다. 좀 되는 것 같은데? 싶으면 지적을 받는다. 내가 생각해도 이건 아닌 것 같다. 아직 갈 길이 멀다.


그 헛헛함을 채우는 방법은 단 하나.

영복을 산다.

새 수영복을 입으면 이상하게 수영이 더 잘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 마법은 한 달도 못 가 풀리지만... 뭐, 그건 비밀이다. 주 5일 수영하러 가는데, 수영복 다섯 개 정도는 있어야 하잖아?!


사실 이렇게 수영 이야기를 잔뜩 쓰고 있는 오늘, 나는 수영장에 못 갔다.

한 달에 한 번 찾아오는 그날에 이어, 느닷없이 덮친 전정신경염까지. 결국 이번 주는 쉬게 됐다.

그 아쉬운 마음을 이렇게 글로 풀어본다.


새벽 수영을 4년째 이어오고 있지만, 아침마다 늘 고뇌에 빠진다.

갈까, 더 잘까,....


'갈까 말까 할 땐 가라”는 말을 떠올리며 주로 그냥 가는 선택을 하는데, 억지로라도 다녀오면 괜히 뿌듯하다. 말까를 선택한 날은 온종일 몸도 마음도 찌뿌둥하다. 알람소리를 들었으면 그냥 가는 게 맞다. 어차피 잠도 몇 분 더 못 잔다.


다들 아프지 않기 위해 운동을 해야 한다고들 하지만, 수영을 해보니 이렇게 말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수영을 하기 위해서라도 아프면 안 된다. 아프면 수영장에 못 간다."


그러니 오늘의 결론은,

아프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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