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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미 Jun 10. 2024

술 없는 세상

'사는 낙이 없다'


나는 이 말을 자주 했던 것 같다.


어려웠던 어린 시절을 이겨내려고 악착 같이 공부해서 직장도 얻고 가정도 이뤘는데 큰 아이가 자폐 판정받고 먹고 자는 기본적인 것조차 어려웠고 그동안 착하던 둘째 아이는 나도 좀 봐 달라라는 식으로 사춘기를 혹독하게 보냈다.


진짜 사는 낙도 없고 내 심정을 이해하는 사람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나가서 놀 형편도 기분도 아닌데 시간이 생겼을 때

나는 맥주를 마셨다.


점점 양도 늘었고 횟수도 늘어갔다.


안 먹어야지 다짐했다가도 주말이 가는 게 아까워서 분위기가 좋아서 스트레스받는 일이 있어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자꾸 다짐이 깨졌다.




인자한 자는 자기의 영혼을 이롭게 하고 잔인한 자는 자기의 몸을 해롭게 하느니라

                  - 잠언 11장 17절




아무 생각 없이 펼친 성경에서 이 구절이 내 뇌리에 딱 꽂혔다.


그리고 내가 그동안 나 스스로를 해치고 있으면서 다른 사람에게는 피해를 안 주니까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을 깨달았다. 그것이 어떻게 보면 더 잔인한 일인 거다.


술 없는 세상에서 살아보려 한다.


더 이상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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