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에 머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구랑 무슨 마음이냐가 중요하다

by jairo


비가 그치고, 하늘이 개이고


저 멀리 물안개가 가득 올라오는 그 순간


닫혔던 텐트 문을 열고


지난 밤 살아남은 모닥불에


주전자 하나 올려 놓고


준비한 컵에


커피 하나를 넣고


물이 끓어 오르기를 기다리며


다시금 바라보는 물안개는


내 잔 속에 채워진 세상과 다를 바가 없다.



모든 것이 손에 쥐어진 세상


그때문일까?


그 많은 내 추억과 기억들을


내 대신 기억해주는


손 안의 작은 물건


이것이 없으면,


내 추억도, 기억도, 그리고 모든 계획까지도


한 번에 흔들려 버린다.



너무 지나친 신뢰와 믿음을 쏟아 붓고 있는 건 아닐까?



과거


기술이 약하던 시대에는


밤 새


전국지도를 펴 놓고 구석 구석 등고선의 위치와 차량의 변화


그리고 주변의 지명 등을 달달 외우고 출발을 했다.



그때문인지,


초행 길임에도 낯설지가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왜 이럴까?


가고 있으면서도


연신 예쁜 아가씨의 목소리에


내 모든 신경이 집중되어 있다.


바로, 코 앞에 목적지가 있음에도 불안하여


재차 확인한다.


그때, 한 마디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무엇인데,


내가 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이끌림에 의해 가는 세상이 되었다.



가끔 멍하니


아무도 없는 깊은 산 속에서


작은 모닥불에 의지하며


그 어떤 세상의 잔재도 몸에 지니지 않고


불멍을 하며


자연이 주는 쉼과 여유를 마음 껏 누려본 것이 언제인지...



우리나라를 3번을 돌며


구석 구석 무엇이 있는지...


왜 이곳이 그렇게 사람들의 입에 회자가 되었는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질문


"그래서? 나하고 어떤 관계로 남을건데!!!"



간밤에 엄청난 비가 쏟아졌다.


최첨단 시설도 무력화 되었고,


한국이라는 상징의 도시가


물이라는 존재 앞에 무기력했다.



그 물 앞에는 모두가 평등했다.


고급차라고 다르지 않았고,


자전거라고 다르지 않았다.


세상 공평한 모습이었다고 해야 하나?



왜?


이런 아픔이 찾아와야 그것이 보이는걸까?



그래서


쉼을 찾아 떠나려하고


여유를 얻기 위해 내려놓는 이유가 있는가보다.



나도


다시


개나리 봇짐 하나 등에 메고


이 산자락 구석 구석을 다시 떠돌 날이 오겠지?



방랑시인 김삿갓처럼,


한 잔의 맑은 공기에


한 잔의 깊은 계곡물에


한 잔의 이야기를 나누며


인생을 그 한 잔에 담아보고 싶구나.



2022.08.09. Namu ArtTalk Jairo의 걸으며 생각하는 1분 세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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