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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쿰척 Aug 19. 2021

#16. 도대체 Z세대가 뭔데?

Z세대가현서 씨같으면, 난 젊은 꼰대가되어야 할것 같아요.

지난 3월 윤사원이 정대리의 인수인계 군기를 버티지 못하고 퇴사한 이후 그 자리는 공석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막내의 회사생활 #4. 인수인계 참고) 덕분에 난 꾸준히 막내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야 했다.


윤사원이 퇴사한 지 약 5개월이 지난 지금. 슬슬 우리 막내 자리가 채워진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입사 대기 후보자 중에서 입사 가능한 사람이 있었고, 실장님도 급한 마음에 우리 실 막내 자리로 데려오자고 한 것이었다. 막내자리로 채운다고 한 걸 보니 적어도 나보다는 어린 나이인 게 분명하다. 드디어 입사 3년 차에 막내에서 벗어나는 것인가. 


신입사원의 입사 일정이 확정되었다. 다음 주 월요일. 들리는 바에 의하면 96년생 여자라고 한다. 회사 내에서 동생을 쉽게 찾아볼 수 없었는데 기대가 되었다. 드디어 나도 제대로 된 선배노릇을 할 수 있는 것인가. 주변에 동생들이 없어서 요즘 아이들은 어떤 지 궁금하기도 하였다.


월요일. 96년생 삐아리 같이 생긴 이현서 사원이 입사하였다. 현서 사원은 칼 졸업하고 입사한 케이스라 어린 축에 속하였다. 많이 차이나 넌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내 눈에 현서 사원은 애기처럼 귀여워 보였고 왠지 잘 챙겨주고 싶었다. 여느 때와 달리 우리 부서 사람들은 신입을 둘러싸고 학력부터 거주지와 연애 경력까지 물어보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현서 사원은 기존까지의 분위기와는 달랐다. 


> 현서 씨는 남자 친구 있어? 얼마나 됐어?

>> 네, 있어요. 그냥 만나고 있어요.

> 현서 씨는 데이터 관리 관련 Tool 다룰 줄 알아? 

>> 아, 입사 준비할 때 자격증은 땄는데 실무는 할 줄 몰라요.

> 현서 씨 인턴 했다며 거기선 뭐했어?

>> 제가 뭘 하겠어요. 저 인턴이었는데요? 그냥 전화받고 다른 분들께 넘겼죠~.


이런 식이었다. 뉴스에서나 보던 90년대생/Z세대가 이런 부류를 지칭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오히려 자기 자신을 꾸미지 않고 당당해서 좋았다. 앞으로 실 분위기가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하였다. 현서 자리가 자리 배치를 받고, 난 현서 씨한테 이것저것 사무실 정리 관련해서 인수인계하라는 오더를 받았다. 별 거 아니었지만, 안면도 틀 겸 현서 씨와 커피 한 잔을 같이 하였다. 


> 현서 씨. 난 강서현이고, 서현 씨 들어오기 전에 내가 막내였어ㅎㅎ 

>> 아 그러시구나.

> 혹시 회사 생활하다가 힘든 거 있으면 얘기해요.
> 네. 

>> 그리고 현서 씨, 우리 부서에서 막내들이 해야 할 일이 있어요. 일단 그 캐비닛에 커피, 종이컵, 휴지 채우기. 아침에 1층에서 신문가 져오기, 부서 간식 구매하기 같은 것들이 있는데 이건 내가 차차 어떻게 하는지 알려줄게요. 딱히 어려운 건 아니라서 그냥 보면 할 수 있을 거야.

> 네? 이런 걸 제가 해야 해요? 그냥 필요한 과자는 알아서 사 먹으면 되고, 부품 같은 건 떨어진 거 마지막에 발견한 사람들이 채우는 거 아니에요? 전 이런 거 하려고 입사한 게 아닌데.

>> 아? 그렇죠. 현서 씨. 근데 아무래도 저희 회사 분위기가 있고 그러다 보니까 입사 초반에는 이러한 자질 구리 한 일들로 사람을 평가하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현서 씨 앞으로의 회사생활을 위해서라도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사실해보면 딱히 힘들거나 번거로운 것도 아니거든요. 

> 아, 아니요. 전 할 생각 없어요. 제 업무 목록에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혹시나 이거 가지고 뭐라고 하시면 제가 인사실 같은 곳에 얘기해보겠습니다.

>> 아 네. 


정적이 흘렀다. 이걸 거부할 사람이 있다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입사 처음부터 기분 나쁠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부푼 꿈을 갖고 입사한 건데 내가 너무 첫날부터 잡일을 시켰나. 반성하게 됐다. 


> 현서 씨. 현서 씨는 어떤 일 제일 하고 싶어요?

>> 전 일은 욕심 없고 놀고먹는 게 제 취미예요. 워라벨 딱 지켜서 퇴근 후에 놀고 싶어요. 

    저기.. 저 96년생 Z세대예요. 워라벨을 중요시한다고요. 96년생부터 Z세대인 거 아시죠? 전 야근은 절대 안 해요. 


이것 역시 예상하지 못한 답 번이었다. 일을 물어봤는데 놀고먹고 싶다니. 근데 본인을 Z세대라고 칭하면서 Z세대는 원래 그렇다는 식의 답변들의 연속이었다. Z세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내가 이상한 취급을 당하였다. 현서 씨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내가 막내였는데 한 3~4년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진짜 Z세대는 다 그런 건가?


현서 씨의 업무 인수인계는 정대리가 하였다. 정대리는 윤사 원한 테 한 것처럼 인수인계를 듬성듬성하였지만, 현서 씨는 이에 대한 불만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현서 씨는 업무 이관을 받은 후에도 모르겠다는 태도로 일관하며 정대리나 박 팀장님께 못하겠으니 해결해달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혹여나 현서 씨에게 전화가 오면 현서 씨는 무슨 내용인 지 묻지도 않은 채 정대리에게 돌리곤 하였다. 입사 첫 주차부터 현서 씨는 자리에서 핸드폰만 보았고, 웬일인지 아무도 나서서 현서 씨의 태도를 지적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 지났나. 사원들끼리의 커피타임에서도 현서 씨의 존재감은 남달랐다. 

> 현서 씨. 현서 씨는 여름휴가 계획 없어?

>> 아. 전 8월 16일부터 24일까지요.

> 그렇게나 오래? 그러면 현서 씨네 팀 사람들이랑 일정 공유해서 업무 지장 없도록 해야겠다.

> 대리님~ 제가 무슨 일이 있어요. 저 신입사원인데요! 전 일 없어서 갖다와도 될 것 같아요. 설마 저 Z세대인데 휴가 가는 거 가지고 뭐라고 하는 건 아니시죠?


휴가를 가는 건 좋은데, 그래도 팀에 빈자리가 많으면 업무에 지장이 있을 수 있으니 팀원들이랑 조정하라는 말이 꼰대 같은 말일까. 회사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일이고 일을 위해서는 부서원 간의 일정 조율이 필요할 수 있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내가 꼰대인 건지 현서 씨의 말은 이해가 안 되는 것들이 많았다. 그러다가 결국 일이 터지게 되었다. 현서 씨가 맡은 일 중 본사에 매월 자료 제공하는 것이 있었는데, 기한이 정해져 있었다. 이는 본사 내 업무 처리 중 첫 단계라서 이 일이 밀리면 본사 전체에 영향을 주었다. 현서 씨가 맡은 일 중에 가장 중요한 일이었고, 현서 씨는 김 팀장님과 정대리님한테 두 번이나 해당일의 업무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그리고 해당일의 기한이 다가오자, 팀장님과 정대리 모두 현서 씨를 쪼기 시작하였다. 잘하고 있냐는 질문에 현서 씨는 항상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퇴근시간이 되자, 그들은 현서 씨의 업무를 재차 확인했고 현서 씨는 다하고 전달까지 완료했다면서 6시 00분에 퇴근을 하였다. 다른 사람들도 서서히 퇴근을 하려고 하자 현서 씨 자리 전화가 울리기 시작하였다. 내가 전화를 당겨 받았는데 본사 직원이라면서 현서 씨를 찾았다. 현서 씨가 퇴근하였다고 하자 정대리와의 통화를 요청하여서 전달해드렸다. 알고 보니 현서 씨는 기한 내 모든 일을 할 수 없었고, 60% 정도만 완성한 상태로 본사에 메일을 보낸 것이었다. 


상황을 파악한 정대리가 현서 씨의 휴대전화를 거듭 전화를 걸었지만, 현서 씨는 전화를 받지 않았고 일은 정대리가 야근을 하면서 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다. 현서 씨가 작업한 내용이라도 알 수 있으면 더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는 것을 현서와 통화가 되지 않아 처음부터 작업해야 했고 그날 정대리님은 9시에 어느 정도 마무리하고 퇴근하였다고 한다. 


다음날 현서 씨는 별일 없다는 냥 평소와 같은 표정과 출근을 하였고, 실장님과 김 팀장님이 현서 씨를 호출하자 현서 씨는 당당하게 그들을 따라갔다. 실장님과 김 팀장님이 현서 씨의 업무 처리에 관련에서 꾸짖자, 현서 씨는 일을 제때 못한 건 맞지만, 업무시간에 도저히 할 수 없는 양이었고, 이러한 사유를 들어 본사에 제공했다고 반박하였다. 또한, 본인은 업무시간 외적으로까지 일을 할 생각이 없고 이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한 것이라며 근로기준법을 들먹거렸다고 한다.(실제로 근로기준법에 어긋나는지는 모르겠다.)


그 이후로도 현서 씨는 이런 워라밸을 지키는 행동을 지속하였고, 회사에는 득이 아닌 실이 되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Z세대는 원래 이렇다며 강요하지 말라는 입장을 굳건히 하던 현서 씨는 결국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났다. 아마 현서시쓰이 소문은 못 듣고 인력 충원이 급한 부서에서 데리고 간 모양이었다. 


현서 씨. Z세대는 나랑 3년 정도밖에 차이 나지 않지만, 도대체 그 3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Z세대가 이렇다면 난 Z세대에게 나서서 젊은 꼰대가 될 수 밖에 없다 .


그들이 추구하고자 하는 WORK & LIFE BALANCE. 

WORK을 더 열심히 해야 LIFE와 동등한 BALANCE를 맞출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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