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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많은븐니씨 Nov 28. 2021

[캥블리의 연애 이야기] 남자는 말이야..

캥블리가 만난 할머니 | 우리 할머니 같은 분

난, 업무적인 일을 처리할 때 특유의 집중력으로 그 일을 잘 처리해내고 행정적으로 깔끔하게 일처리를 잘한다는 칭찬을 종종 듣곤 했다. (어떤 부분에서는 집중력이 너무 좋아, 가끔 일에 빠져들면 타인의 말을 씹는 듯한 모습이 보여 나의 과몰입을 조금 걱정하기도 했다.) 그렇게 나에게 맡는 일들에는 비교적 좋은 칭찬과 격려를 많이 들으며 일을 하며, 성취감과 행복감에 젖어 하루하루를 보내던 시절. 어쩐지 연애 성적표에는 그리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는 점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늘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더 우선순위의 사람들로 두고 다녔기 때문인가.


그렇게 화려한 트위더 재킷과 화려한 네일을 하고, ~하니 버스정류장에 앉아서 집에 가려고 하는 찰나. 어떤 할머니가 나를 유심히 지켜보시더니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시고 무슨 말씀을 하시는데, 낯선 사람에게  내주지 않는 수비력과 눈치로 빠르게 다른 자리로 기며 수비를 하기도 하였다. 그렇게  할머니가 가신  알고 다시 앉아 있던 자리에 몸을 옮기려는 찰나, 가신게 아니었다. 할머니께서는  말이 많았던지, 손녀가 생각났던 찰나인지 나에게 굵고 짧은 한마디 해주셨다.


"남자는, 너를 많이 좋아해 주는 사람 만나."

이게 무슨, 장갑과 털모자 같이 따뜻한 말이람..? 할머니가  카톡 내용을 관심법으로  읽으신 건지, 꾸미기 좋아하는 경향의 나의 사랑 타입을 읽어내신 건지. 정말 내가 들으면  찔리면서도 누군가에게 언젠가 한번 들어야  말을 해주고 계신 것이었다. 그리고 무슨 다른 버스비나,  좋은 접근은 아닐까..?  생각하고 조심스럽게 듣고 있는데 할머니는 그렇게 남자 이야기에 대한 조언과 자신의 남편 이야기를 마치시고 나서 유유히 버스를 타고 가셨다는 버스 기다리다가 나의 마음 들켜버린 날의 일이었다.


난 언젠가부터, 만남을 시작할 때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더 끌리는 마음이 생겼다. 그리고 나를 좋다고 하면, 상대가 아무리 멋있어도 좋아지지 않는 이상한 나쁜 남자를 좋아하는 버릇이 자리 잡아 쉽게 고쳐지지가 않았다. 나를 좋다고 하지 않는 사람이 좋아지는 건, 이 무슨 하드코어(Hard Core) 같은 심보란 말인가? 그렇게 나의 연애 성적표는 늘, 잘하면 C+이나 중간이면 D, 운이 나쁘면 F였다. 그런 내 삶에 어떤 이름 모를 우리 할머니 같은 마음의 한 마디는 추운 버스정류장에서 한 줄기 빛 같은 소리로 다가왔다. 날 더 많이 좋아하는 사람.


날 더 좋아하는 사람 만나면 행복할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도, 상대가 어느 정도 나에게 조금의 호감이라도 있고 마음의 감정이 있는 상태에서 가능한 것이지. 정말 눈길 한번  주는데 나만 좋다고 매달리는  사랑은 정말 어렵고 힘이 들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마음 60이면 상대가 40 상태로 썸을 타거나 연애를 하는 을 좋아하는 개인적인 연애 스타일이 있었다.  번은 내가 좋아하는 마음 10, 상대가 90(?) 상태로 만난 적이 있었는데 -나중엔 50:50 되긴 했어도- 내가 너무 멋지지 못한 태도로 상대방의 마음을 당연시 여기는 마음으로 연애를 하기에 매력적이 라고 느끼지 못했다.


어찌 되었든 나는 친할머니께서 내가 태어나기 이전에 돌아가셨기 때문에 어르신들을 대하는  어려운 부분도 있고, 남들처럼 어른들에게는 살갑게 많은 표현이 낯선 츤데레 같은 사람의 부류 중 하나이다. 그래서 버스에서 만난  할머니의 나를 위해주는 마음이 오랜 기억에 남을 정도로 할머니에 대한 정을 갈구해왔고, 궁금한 느낌으로  인생에는 없을 감정이라고 생각했다. 할머니가 저렇게 나를 손녀처럼 편하게 말해주신 데에는 분명 무슨 이유가 있을게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_@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왜이렇게 매력적?


그렇게, 할머니의 조언과 따뜻한 말을 들어도 이 청개구리파 블리는 좀처럼 멋진 오빠분들 앞에서 맥을 못춘다. 내가 아주 멋지다고 생각한 분은, 토플 점수가 좋아 영어도 잘하고 심지어 교환학생으로 내가 가고 싶었던 미국의 한 도시를 다녀온 선배였다. 나도, 교환학생에 관심이 많았는데 토플공부가 어려웠고 (나중에 서울대에서 공부하고 싶다면 텝스나, 영국 유학 GRE같은 시험을 준비하는 게 좋겠다고 여기면서) 굳이 내가 좋아하는 상대와 나의 영어 실력을 비교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아주 멋지고 세련된 여행을 마치고 온 선배와 마주한 식사 자리에서, 이 사람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니 왠지 모르게 나도 엔돌핀이 생기면서.. 더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잠도 많은 사람이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이른 시간부터 카페에 나가 자기계발을 하고 독서를 하고, 영어공부도 하면서 이 사람을 닮아가려고 긴 마라톤같은 경주를 시작했다. 아직도 이렇게 멋진 선배를 꼽으라고 하면 음, 별로 많지는 않다. 이 사람은 나의 20대를 끊임없이 도전하게 만든 멋지고 슬픈, 다시 한번 보고 싶은 그런 나만의 책 같은 사람이다. :)


"할머니, 저를 일깨워주셔서 감사듀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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