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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맑은븐니씨 Mar 11. 2022

<도깨비>와 윤회(輪廻)


네가 계속 눈부셔서 하는 말인데

그 모든 첫사랑이 너였어서 하는 말인데

또 날이 적당한 어느날

이 고려 남자의 신부가 되어줄래?-

김 신(공유)


<도깨비 15화>


<멜론- 도깨비OST>

◇드라마 <도깨비> 리뷰를 들어가며


귀신나오고, 자극적이고, 무서운 좀비&자극적인 스릴러 못보는 블리작가가 큰 맘 먹고 선택한 우리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TVN드라마 <도깨비>. 시청률 20.5%기록할 정도로, 많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 드라마를 블리는 몇 년 뒤에 보게 된다. 아마, 해당 드라마가 방영된 2016년도 12월은 블리가 역대급 바쁜 일정들을 소화해내느라 지금처럼 드라마/영화/문학작품 을 이토록 많이 접한 시기는 아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아, 물론 바쁘더라도 드라마 한,두편 정도는 보는 여유로움을 가지고 살았어야 했는데, 당시엔 그런 여유가 없었던 날들이었다.


공유(김신), 이동욱(김우빈), 김고은(지은탁), 유인나(써니), 육성재(유덕화), 이엘(삼신할매), 김성겸(유신우), 조우진(김비서)등의 탄탄한 연기력을 가진 배우들이 드라마에서 눈을 떼려야 뗄 수 없게 만들어버린다. 간단한 줄거리는, 전생에 고려 장군이었던 김신(공유)가 이 생의 도깨비로 살고 있는데, 이 도깨비가 900년을 살자니 불멸의 삶을 마무리하고 싶어하기도 한다. 그러한, 도깨비 앞에, '시집간다'며 등장한 도깨비 신부가 나타나며 이들의 삶이 왁자지껄한 즐거움으로 가득차게 되는데•••


◇<도깨비>와 불교의 윤회(輪廻)


고려시대의 왕, 왕여는 현 생의 이동욱 (김우빈 저승사자)였고, 상장군 김신은 현 생의 공유(도깨비)였다. 왕후 김소현의 현 생은 유인나(써니)였고, 그들의 얽히고 설킨 전생에서의 인연과 사랑은 현생에서도 이어지고 있었다. 생명이 있는 것, 곧 중생은 죽어도 다시 태어나 생이 반복된다고 하는 불교의 윤회사상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특히 김병철(박중헌)이라는 고려시대 간신으로 인하여, 김신과 왕후 김선은 고려시대에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이를 후회하는 왕, 왕여역시 남은 생을 그리 편안하게 보내지 못한 과거의 역사와 현재의 달달한 러브스토리가 만나 드라마의 탄탄한 재미거리를 만들어낸다.


정확히, 937년을 사는 도깨비 김신. 그의 앞에 나타나 도깨비 가슴에 꽂힌 검이 보인다고 말하는 도깨비 신부 지은탁. 그리하여, 도깨비 신부로서의 '효용가치'가 생긴 도깨비 신부 '지은탁'은 도깨비 신랑(공유)과 저승사자 오빠(이동욱)와 한 집에 살게 되는 행운(?)을 거머쥐게 된다. 어린 시절, 어머니를 이른 나이에 여윈 그녀의 인생에도 이런 축복쯤은 있지 않아야 할까?를 생각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그렇게 900년이라는 인생의 시간이 돌고 도는 시간 속에서, 상장군 김신은, 자신을 외면했던 고려시대의 왕, 왕여에 대한 감정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었을까? 드라마를 보면, 알 수 있다.


같이 살던 저승사자가, 내가 모시던 한 시대의 왕이었다는 사실을 도깨비 공유가 알았을 때에는, 그의 눈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한다. 현 생에서는 이토록 달콤살벌한 최고의 동거파트너이던 그들이, 결국 전생에서는 한 맺힌 슬픈,인연으로 만났던 왕과 상장군의 관계였다는 이 스토리에서, 많은 시청자들은 안타까움과 함께 슬픔을 느꼈을 것이다. 전생에 대한 이야기가 개연성 있게, 탄탄하게 전개 될수록 드라마에 대한 몰입도를 더욱 높여주는 요인이 되기도 하였다. 한편, 우리의 전생도 이처럼 얽히고 설킨 인연들 속에서 정말 존재하고 있다고 재미있는 상상을 해보게 되기도 하는 부분이다.


◇세상에 듣도보도 못한, 신박한 프로포즈

"이 고려 남자의 신부가 되어줄래?"
-공유


이 드라마의 또 다른 매력포인트는, 옛 스러운 말투와 과거의 역사와 현재, 시간과 공간의 넘나듦이 자유롭다는 점이다. 현재에 담아내는 과거의 모습들이 고풍스럽게 느껴지기도 하고, 또한 현대와 어울리지 않아 재미와 유머로 다가오기도 하기에 드라마의 풍미가 더욱 깊어지는 느낌을 준다. 도대체 어느 시대에서 온 도깨비인지, 말투/검솜씨/다정함 이 예사로운 도깨비가 아니다. 매회를 거듭할 수록, '도깨비 신부'를 지키려는 그의 순수하고 다정다감하며, 올곳은 무인의 정신이 돋보이기에 드라마를 보는 매 순간 도깨비 오빠가 가슴에 꽂힌 검을 뽑지 말고, 이 생에서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마저 품게 된다.


그렇게, 색다른 웃음과 연출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도깨비의 프로포즈 방식은 여태껏 들어보지도 찾아보지도 못한 대사였으니, "이 고려 남자의 신부가 되어줄래?"라며 도깨비 신부의 운명으로 태어나 많은 수고를 한(?) 지은탁에게 프로포즈를 하기도 한다. 적당한 날 찾기를 좋아하는 도깨비가, 적당한 날에, 적당한 멘트로, 적당한 다정함을 보이며, 적당하게 프로포즈를 하는 그 장면이 필자는, 이 드라마의 가장 감동적인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도깨비 15화> 다시 만난 지은탁에게 신부가 되어달라고 부탁하는, 김 신의 모습.



◇주연들의 눈부신 비주얼과, 관전 포인트

:서브 주연들의 맹활약까지


처음, 이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이 것이 드라마인지 CF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배우들의 멋진 비주얼이 시선을 압도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드라마여? 화보촬영장이여?라 분간이 안 될 정도로, 배경도, 배우도, 풍경도 삼박자가 고루 갖추어진 그런 드라마이기에 완성도가 높게 느껴지기도 했다. 또한, 서브 주인공들의 명품연기와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는, 그들의 사연들이 한데 어루모아져서 귀신 드라마를 아예 못보는 블리의 마음도 녹여버린, 그러한 따스한 감성을 담고 있는 드라마라고 느껴졌다.


이렇게 눈부신 비주얼과 빼어난 드라마의 연출력, 잔잔한 OST까지 하나도 놓칠 수 없는 드라마 <도깨비>의 집중 관전 포인트는, 도깨비 공유 가슴에 꽂힌 '검'이다. 가장 슬픈 사실 이기도 한데, 도깨비 신부가 도깨비 김신의 검을 뽑으면, 김 신은 무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14화에서 김신은, 망자 박중헌을 베어내기 위하여, 자신의 가슴에 꽂힌 검을 빼어들어, 과거의 장군답게 그를 단숨에 베어 그 자리에서 없애버린다. 그리고, 그 검은 효용가치를 다 했다는 듯, 도깨비를 이 생에서 놓아주는 장면으로 많은 시청자들을 오열하게 만든다.


여기에, 지은탁(김고은)이 위기에 처할 때, 도깨비 오빠 만큼이나 듬직하게 나타나주는 삼신할매 (이엘)의 역할도 눈 여겨 볼 만하다. 또한, 도깨비 내외의 사랑에 집중하여, 드라마 시청 당시에는 잘 다가오지 않았지만, 왕여(김우빈/이동욱)과 치킨집 여신 사장님, 써니(유인나)의 사랑이야기도 심심한 마음을 간지럽히기에 충분하다는 느낌을 준다. 그리고, 신들린 유덕화(육성재)의 연기까지 더해지면서, 단조로울 수 있는 이야기 전개에 탄탄함을 전해준다.



◇모든순간이 너였다: 모든, 회차가 명대사였다.


<도깨비>는 16회차의 드라마다. 그런데, 매 회차마다 여운을 남기는 대사들이 마음을 울려, 삶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다. 삶과 죽음, 전생과 인생, 사랑과 우정, 악연과 인연 등에 다양한 문제를 동시다발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부분의 대사가 많다. 몇 몇 대사를 기록하고, 오늘의 리뷰를 마친다.


나 도깨비 신부할거야, 사랑해요-지은탁 <2화>

니 복은, 착한 니 심성에서 비롯되는 거야- 삼선할매 <12화>

널 만난 내 생은, 상이었다.-김 신 <13화>
사랑해요, 지은탁<13화>

기억해, 기억해야해, 넌 도깨비 신부야-지은탁 <14화>

너무 늦었지만, 많이 늦었지만, 9년 전에 했어야 했지만
900년 전에 했어야 했지만, 이제야 하는 이 말을 용서해주길 바라.
나의 정인을, 나의 고려를 지킨 너를 지키지 못한 죄를 용서해줘.-왕 여 <15화>

사랑의 물리학-김인육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제비꽃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그녀에게로 굴러 떨어졌다

쿵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였다

첫사랑이었다.


*드라마에서 남주인공이 읊는 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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