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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 수용 Nov 14. 2024

닭이냐 달걀이냐

6화. 스타트업 실패의 정석-2


2명뿐이라도 성공할 수 있다. 단, 역량이 있다면.


어떤 사업이든 자본이 필요하다. 투여할 돈이 많다면 많은 인력을 투자해 단시간에 막대한 인프라를 생성할 수 있다. 돈이 없다면 적은 인원으로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인력 X 시간 = 투자비용이라는 간단한 공식이다.


앞서 빵잡의 가장 큰 실패 원인이 두 사람이 별다른 투자 없이 너무 큰 사업을 준비했던 것이라고 말씀드렸다.

그렇더라도 그 2인이 스티브잡스나 빌게이츠처럼 엄청난 천재였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으시는지.

쉽게 말해 2인이라도 성공할 수 있다. 결국 개개인의 역량에 따라 달라진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그 역량이라는 것에 대해 좀 더 깊이 들어가 보겠다.


스티브잡스는 애플을 창업하기 전 고등학교 시절 HP에서 인턴십을 하며 공학에 대한 흥미를 키웠고, 이후 아타리(Atari)라는 게임 회사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기술적 역량을 키웠다. ‘블루박스’라는 통신 장비를 제작하며 사업적인 가능성을 타진해보기도 했다. 관심을 갖고 경험을 쌓는 상당한 기간이 있었다는 말이다.


어린 시절부터 컴퓨터와 프로그래밍에 강한 열정을 가지고  있던 빌게이츠는 성장기 내내 다양한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를 통해 경험을 쌓았고 하버드 재학 당시 개발한 프로그램의 사업적 성공을 발판으로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했다.


비틀즈도 대표적 히트곡 “I Want to Hold Your Hand"가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하며 미국과 전 세계에서 비틀즈 열풍을 일으키기 전까지 6년 동안 수많은 공연을 통해 실력을 쌓았고 여러 차례 멤버를 교체하며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존 레논과 폴 메카트니가 밴드를 결정하고부터 6년이니 각각이 음악을 시작한 것부터 생각하면 그보다 훨씬 오랜 세월이 걸렸다고 볼 수 있다.


그 천재들이라고 일컬어지는 사람들도 알고 보면 혜성처럼 나타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을 갈고닦은 노력과 경험의 결과로 빛을 발한 것이다.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착각

다시 한번 부끄러운 얘기를 해야겠다.

자신감과 무모함만 앞섰지 결과적으로 우리는 웬만한 규모의 플랫폼을 단시간에 만들 정도의 역량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한참 지나서야 인정했다.

아니, 사업을 한다는 것에서 필요한 역량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온라인 상에서 수요자와 공급자를 불러 모으고 프로세스를 원활하게 작동시킨다는 것은 남의 회사의 브랜딩을 돕고 전략을 수립해 봤다는 것, 오프라인에서의 프로젝트 발주와 수주 프로세스를 꾀고 있다는 것과는 차원의 다른 문제였다.

프로그래머로써 데이터베이스에 특화된 남편도 온라인 서비스 개발에 필요한 각종 프로그램언어는 다시 공부해야 했다.


온라인 서비스라는 분야에서 적어도 10년은 굴러보았어야 했다. 우물 안 개구리가 우물 안에서 세상을 이렇게 저렇게 하겠다 구상해 본 꼴이다.

우리가 개발을 위해 투자했던 시간이란 것이 스티브잡스, 비틀즈가 실력을 갈고닦으며 보낸 수년의 준비기간 정도 밖에는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 안다.

아니, 아무런 피드백 없이, 외부적 자극 없이 골방에 틀어박혀 서비스를 만들고만 있었다는 것은 그들의 준비기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시간 죽이기였을 뿐이다.



닭이 되었는가

여러 문제나 상황에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하는 논리적 우선순위를 따지곤 한다.

자질과 역량이 있은 후에야 달걀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아니면 밑바닥부터 맨땅에 헤딩하면서 자질과 역량은 키워가면 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논제를 던져본다.

플랫폼 비즈니스를 창업하는 데 있어서 나의 대답은 ‘닭이 먼저다’다.


시장은 달걀이 실력을 갈고닦고 성숙하여 닭이 되어 알을 낳을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 시장은 그렇게 빠르게 변화하고 빨리 알을 내놓으라고 재촉한다.

알을 내놓을 수 없는 달걀인 채로 치열한 경쟁이 판치는 장터에 나온다면 닭이 되기 전에 달걀 프라이가 될 뿐이다.


그래서

이미 자신이 충분히 알고 있고 역량을 갖춘 후 시장에 얼굴을 내밀고 그 후에는 빠르게 치고 나가야 한다. 그럴 수 있는 분야에 도전장을 내밀어라.


물론 달걀인 상태에서 역량을 키워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역량을 쌓기 위해서, 큰 기대 없이 시장에 살짝 자신을 드러내며 여러 번 부딪치고 자주 맞닿뜨리면서, 깨지면 다시 새로운 달걀로 접근해보고를 반복하면서 말이다.


당신은 지금 당신의 분야에서 닭인가? 달걀인가?

또는 새롭게 도전하려고 하는 분야에서 닭인가? 달걀인가?

그에 따라 당신이 취해야 할 선택은 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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