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을 '만들 수 있는' 사람

by Quat


영화에 종종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비밀리에 임무를 수행하는 요원들이 등장해, 세상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적과 싸우는 것들 말이다. 그들은 임무 도중 심한 상처를 입기도 하고, 동료의 죽음을 바로 옆에서 목격하기도 한다. 아무도 그들의 노력을 알아주지 않지만, 끝내 임무를 완수한 채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그들. 그런데 이런 일들이 사실 영화에서만이 아닌, 우리 일상 가까이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생각해 본 적 있는가. 오늘은 "세상을 구하는 평범한 영웅들"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며칠 전 글 하나를 보았다. 군대에서 운전병 출신이었다던 글쓴이는, 오늘 비탈길에서 미끄러져 내려가는 5톤 트럭을 보고 급하게 올라탄 뒤 시동을 걸어 차를 세웠다고 말했다. 자칫하면 대형 사고가 날 수도 있었지만, 그의 경험과 빠른 대처 능력으로 다행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뉴스나 다른 매체들에서도 이와 비슷한 기사를 접할 때가 있다. 고층 건물 난간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고양이를 구출한 사람, 멀리서 기차가 들어오는데 실수로 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하기 위해 서슴없이 몸을 날리는 사람, 에스컬레이터를 타지 못해 머뭇거리는 사람의 손을 잡고, 두려움을 느끼는 상대에게 안심시키는 말을 건네는 사람.



그들은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흔한 외형을 지니고 있었다. 그들 중에서는 일반 사람보다도 키가 작거나, 마른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보통 사람들이 쉽게 할 수 없는 일을 해내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한 일을 해낸 사람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들어보면, 그들은 마치 짠 듯이 비슷한 뉘앙스의 말을 하곤 했다. '해야 할 일을 한 것뿐', '누구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며 쑥스러운 듯한 모습을 내비쳤다.






누구나 머릿속으로 생각은 한다. 위험에 처한 사람을 보면 도와주는 것이 옳은 행동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러한 상황에 실제로 맞닥뜨렸을 때,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매우 드물 것이다. 위급한 상황에서 누군가를 도와준 사람들이 큰 화제가 되고 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아 그들을 칭찬한다는 게, 그것이 정말로 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입증해 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하나 간과하는 사실이 있다. 그것은 바로 오늘 하루동안 나와 당신 또한 누군가에게 있어 '영웅'이자 '은인'이 되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별생각 없이 베푼 친절과 배려, 말 한마디가 힘들고 지친 상대에게 생각보다 큰 의미로 다가왔던 순간을, 당신도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최근 그런 적이 있었다. 지인과 만나 대화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날 대화 주제가 결코 가볍지만은 않았기에, 집으로 가는 길에 지인에게 메시지로 '너무 걱정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뉘앙스의 내용을 보냈다. 그러고 나서 며칠 뒤 그 지인을 다시 만났다. 지인은 내게 그때를 기억하냐고 물으며 당시 그 말이 정말 힘이 되었다고 말해주었다.



그 말을 듣고 속으로 내심 놀랐다. 물론 걱정하는 마음은 진심이었지만, 내가 아닌 누구라도 걱정이 되었을 내용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메시지를 보내 응원했을 뿐이었는데 그 일을 아직까지도 기억하고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누군가의 시선에선 사소해 보일 수 있는 말 한마디였음에도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지인의 모습을 보며, 오히려 내가 더 감사한 기분이 들었다.



힘든 사람에게 손을 내밀었을 때 사람마다 보이는 반응은 저마다 다르다. 어떤 이는 상대의 도움에 감사하다고 말하며 선뜻 손을 잡는 반면, 누군가는 '네가 뭔데 날 돕는다는 거냐', '지금 나를 동정하는 거냐'라며 역정을 내기도 한다. 이러한 반응의 차이는 비단 손을 잡는 사람뿐만이 아닌, 손을 내미는 사람의 태도와 타이밍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상대를 도와주려는 모습 뒤에 숨겨진 의도가 빤히 보이는 사람이 있다. 상대에 대한 애정과 진심이 전혀 없이, 그저 형식상 로봇처럼 뻣뻣하게 팔을 뻗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손을 뻗는다고 한들, 그들의 손을 선뜻 잡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결국 도움을 주는 사람과 도움을 받는 사람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건, '그것을 어떤 식으로 표현하고 받아들이냐'라는 것이다. 도움을 주는 사람이 행동하기 전 생각해봐야 할 것"스스로가 상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이다. 그저 상대에게 잘 보이고 싶어 무작정 잘해주다 보면 언젠간 해준만큼 자신도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바라게 되는 보상심리가 생기기 마련이다. 도와주었다고 해서 대가를 바라지 않는 마음. 자신의 일상에 지장이 갈 정도로 지나치게 상대를 신경 쓰는 건,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서로에게 해가 될 뿐이다.



도움을 받는 사람이 상대의 도움을 받기 전 고려해야 할 건 "상대방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이며, 도움을 받은 후 해야 할 건 "도움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다. 먼저 "상대방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이란, 나를 도와주려는 사람이 평소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고민해 보라는 뜻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철저하게 득실을 따지는 듯한 모습을 자주 보이거나, 자신에게 있어 상대라는 존재가 그리 크지 않다면 도움을 받지 않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오히려 작은 도움을 받은 후, 당신이 상대로 인해 받을 스트레스가 훨씬 더 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도움에 대한 감사의 표현"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얼마나 중요한지 알 것이라 생각한다. 상대의 성향에 따라 어떻게 감사의 표현을 하는지도 중요하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베푼 배려나 친절만큼 자신도 돌려받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기도 하고, 또 다른 이는 상대의 즉각적인 감정 표현이나 리액션에 더욱 뿌듯해하기도 한다. 두 가지 방법 모두 중요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후자에 조금 더 비중을 두는 편이다. 자신의 들인 시간과 정성에 진심으로 감사함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에게, 더욱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한 사실이다.






평범해 보이지만 용기 있는 행동으로 세상을 구한 영웅들이 있다. 위급한 상황에서 보여준 그들의 행동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들을 진정한 영웅으로 만들어줄 수 있는 건, 그들처럼 평범한 우리들의 태도에 달려 있다. 그런 건 자신도 할 수 있겠다며 비아냥거리거나 깎아내리는 듯이 말한다면, 그들은 영웅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가만히 있느니만 못한 사람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무언가를 하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것을 제대로 알아주는 사람의 유무'이다. 아무리 자신이 무언가를 잘한다고 한들, 그것을 제대로 알아봐 주는 사람이 없다면 그 사람은 자신이 그것을 잘한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할 수도 있다. 사소한 배려일지라도 그것을 제대로 알아주고 진심으로 칭찬해 주는 사람을 곁에 두면,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게 된다.



당신이 누구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해 주는 사람을 곁에 두어라. 당신 또한 곁에 있는 사람들의 강점을 진심으로 칭찬해 주는 사람이 되어라. 서로의 단점을 지적하고 상대의 강점을 자신에게 베풀지 않음을 서운해하지 말고, 그 사람이 가진 강점을 본인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음을 아쉬워하고 안타까워하라. 좋은 사람만을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곁에 있는 사람이 누구든 그 사람을 전보다 더 좋게 만들어줄 수 있는 사람. 우리가 추구해야 할 이상향은 그런 모습을 가진 사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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