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도, '마크툽'

by Quat


가끔 삶이 녹록지 않다고 느껴지는 순간들이 존재한다. 자신이 기울인 노력이 결국 아무짝에도 쓸모없어지게 되어버린다거나, 믿었던 사람에게 예상치도 못한 상처를 받기도 한다. 어른이 되어가며 슬프다고 느껴지는 일중 하나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날 해야 할 것들은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어른이 되어서 이런 행동들을 할 수 있는지, 반대로 이런 행동들을 하며 어른이 되어가는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지나간 과거는 어떤 식으로든 추억으로 바뀌어 버린다. 자신의 잘못도 "그땐 어렸으니까"로, 타인에게 받은 상처도 "좋은 경험이었지"로 말이다. 뚜렷이 기억에 남아 있는 예전 추억들을 더듬어보다가 문득 지금 자신이 살고 있는 현재를 떠올려보면, 과거에 자신에게 일어난 특정한 사건 몇몇을 기점으로 삶의 전체적인 흐름이 바뀌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곤 한다. 아마 당신 또한 이런 경험을 한 적이 분명 존재할 것이다. 오늘은 "자신만의 표지를 쫓아갔던 기억들"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최근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오랜만에 읽었다. 책을 펼친 후 끝장을 넘기기까지 약 1시간 정도 걸렸다. 결코 두꺼운 책은 아니지만, 마지막 문장을 읽고 나서 느껴지는 여운은 여전히 강렬했다. 10대 때 이 책을 처음 접한 이후로 방황하던 나의 20대엔 늘 이 책이 함께였다. 힘들 때마다 책을 읽으며 다시금 무언가를 할 의지를 불태웠던 시절이 불과 몇 년 전이었는데, 그때에 비해선 훨씬 안정된 삶을 누리고 있음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연금술사'를 아직 읽지 않은 분들을 위해 간단히 줄거리를 말씀드리면, 주인공인 양치기 '산티아고'는 평범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 똑같은 꿈을 두 번이나 꾸게 된다. 그 꿈이란 자신이 이집트의 피라미드 앞에서 보물을 발견하게 되는 내용이었다. 그는 고민 끝에 결국 자신이 가진 양을 모두 팔고, 꿈에서 본 보물을 찾아 이집트로 떠난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순진한 양치기의 보물여행'처럼 들릴 것이다. 하지만 책을 한 번이라도 읽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이 책이 단순히 '보물찾기'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책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표현을 꼽자면, '표지'와 '자아의 신화'가 아닐까 싶다. '자아의 신화'란 쉽게 말하자면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갖게 되는 자신의 삶에서 궁극적인 지향점이다. 단순히 '현재 막연히 바라는 것'이나 '단기적인 목표'에 한정되는 것이 아닌, 스스로 정말 이루고자 간절히 바라는 무언가를 의미한다. '표지'란, '자아의 신화'를 이루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 앞에 나타나는 일종의 표지판과 같다.



예를 들어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한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사람은 어렸을 때부터 세계여행을 다니며 많은 사람과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하길 원했지만, 어느 순간 현실적으로 그러한 삶을 산다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렇게 자신의 꿈을 접고 남들처럼 살아가던 중, 그는 우연히 회사 출장 겸 스페인으로 떠나게 된다. 2박 3일간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그는 그 시간을 통해 자신이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것이 바로 이 순간이었음을 느낀다. 그렇게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많은 고민 끝에 퇴사를 하고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세계여행을 떠나게 된다.






앞서 말한 예시에 등장한 사람의 '자아의 신화'는 '세계 각국을 여행하는 탐험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그 또한 현실의 장벽에 부딪혀 자아의 신화를 이루며 사는 것을 포기하고 있었다. 그때 그의 앞에 '해외 출장'이라는 표지가 등장한다. 그는 이 표지를 따라갈 수도, 따라가지 않을 수도 있었다. 과정이야 어찌 됐든 그는 그 표지를 따랐고, 그로 인해 잊고 지냈던 자신의 자아의 신화를 떠올리게 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표지를 마주하고, 다양한 형태로 자아의 신화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 중 하나가 바로 배우 '허성태' 님이다. 중견기업에서 꽤 많은 연봉을 받으며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성실히 살아가고 있던 그는, 우연한 계기로 내면에 있던 '연기'에 대한 열정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연기에 대한 경험이라곤 전무했던 그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해 준수한 성적을 거두게 되지만, 현실은 매우 가혹했다. 수입은 형편없었고, 해당 작품에 출연했는지조차 알아차리기 힘든 단역만을 맡아 겨우 연기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행복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밀정'이라는 영화에 송강호와 함께 출연했었는데, 원래 대본에는 없던 즉흥 연기를 해보자고 송강호에게 제안했다. 그가 제안한 연기란 바로 송강호가 자신의 뺨을 때리는 것이었다. 수차례 NG가 나고, 뺨을 세게 얻어맞으면서도 그는 머릿속으로 '이렇게 맞으면서도 행복한 일을 내가 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그는 결국 '오징어게임' 등의 굵직한 작품들을 통해 자신의 진가를 입증해 냈고, 훌륭히 자아의 신화를 이뤄냈다.






책에 등장하는 유명한 구절 중 '당신이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라는 문장이 있다. 내가 느끼기엔 많은 사람들이 이 문장에 대한 착각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자신이 무언가를 간절히 원했는데 이뤄지지 않았던 경험을 하고 나서, "뭐야, 간절히 원하면 도와준다더니 순 거짓말이잖아"라는 식의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 것 같다.



'간절히 원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정말로 그것을 원하는 것'은 다르다. 이 둘의 가장 큰 차이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행동하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 나는 무언가를 진심으로 간절히 원하면, 그것을 얻기 위해 기꺼이 자신이 현재 누리고 있는 것들을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 입장이다. 살을 빼고 싶다면 먹고 싶은 것을, 자격증을 따고 싶다면 휴식 시간을, 사고 싶은 것이 있다면 당장의 소비욕구를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선, 또 다른 무언가를 포기해야 한다" 연금술의 가장 기본 원칙인 '등가교환의 법칙'이다. 나는 이 말을 믿는다. 새로운 무언가를 얻길 바라는 동시에, 현재 자신이 누리는 것들 또한 포기하지 않는다는 건 그만큼 자신이 '간절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과 같다. 필연적으로 우리가 무언가를 얻게 되면 포기하거나 할 수 없게 되는 것들이 반드시, 반드시 존재한다. 이 말인즉슨 포기하거나 내려놓게 되는 것들의 가치가 크면 클수록, 추후에 돌아오게 되는 것의 가치 또한 커진다는 것이다.





현재 자신이 원하는 무언가를 얻기 위한 과정이 고통스럽고 힘들다면, 그것을 얻게 되었을 때 느낄 행복과 기쁨 또한 크다는 것을 기억하라. 나 또한 매일 퇴근 후 쉴 수 있는 시간을 줄여가며 글을 쓰고, 유튜브 영상을 편집하는 게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하지만 그런 시간 없이 내가 간절히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기에, 힘들 때마다 꿈이 이뤄질 그날을 상상하며 매일 해야 할 일들을 하고 있다.



지금 당신이 누리고 있는 것들을 가만히 떠올려보라. 그리고 그것을 누릴 수 있기 전까지 당신이 기울였던 시간과 에너지, 노력들이 어땠는지 또한 되짚어보라. 하지 않아도 되었을 선택들을 실행에 옮겼거나, 했어야만 하는 것들을 외면했던 경험들. 수많은 과거의 사건들 중에서 현재 당신의 일상이 만들어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분기점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한 '표지'들을 거쳐 당신 또한 당신만이 이뤄낼 수 있는 '자아의 신화'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라.



'마크툽'. 누군가는 유명한 가수의 이름으로 알 테지만, 나는 이 말을 좋아한다. 책 '연금술사'에 등장하는 이 단어는 아랍어로 '기록되어 있다' 또는 '어차피 그렇게 될 일이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지금 당장 원하는 것이 없더라도, 원하는 것을 얻는데 실패할 수도 있다. 사실 그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것과는 상관없이 우리는 이 순간을, 그리고 내일을 살아가야 하니까 말이다. 눈앞에 닥친 불운에 너무 좌지우지되지 않길 바란다. 결국 계속 무언가를 하며 살아가다 보면 우연한 계기로 각자만의 자아의 신화를 이룰 표지를 만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당신과 나, 우리 모두 각자의 자아의 신화를 발견하고 그것을 이룰 수 있길 바라며, '마크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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