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보단 명목
섣불리 고백하면, 친구보다 못한 관계로 남을까 걱정됐다. 차라리 욕심을 내지 않은 채, 지금의 관계를 유지하면, 너를 더 오래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고백은 너무 많은 용기를 요구했고, 나는 그럴만한 기개가 없었다.
너와 연애를 했던 사람들은 금방 네게서 떨어져 나갔다.
뭐가 문제인 걸까 고민하며, 내 곁에서 눈물을 흘리던 네게 “네 탓이 아니야”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저 네 등을 토닥일 수밖에 없었다.
나는 너와 연애하고 싶은 걸까 궁금했다.
네가 웃겨서, 재미있어서 같이 있고 싶은 걸까.
그러면 친구로 있어도 완벽하지 않을까.
아직도 나는 나의 마음이 헷갈린다.
툭하면 자연스럽게 떠올려지는 너의 형상에 심장이 두근거리지만, 착각한 게 아닐까.
학창 시절의 치열함이 청춘으로 미화되듯, 친구가 주는 따뜻함이 사랑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나는, 친구라는 이름으로 너의 곁을 맴돌고 있다.
아마 너는 영원히 나의 마음을 모를 것이다.
혼자 간직하는 이 마음은, 이미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버린 탓에, 너에게 넘기기엔 너무 무겁다.
네가 내 앞에서 풀어진 모습이 정말 좋다.
나에게만 보여주는 특별한 모습들은 별 건 없어도 언제나 빛난다.
눈이 마주치면 자연스럽게 시선을 피한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는데, 내 눈을 통해 나의 마음속까지 들여다보면 관계는 어그러질 것이니까.
덕분에 감추는 실력만 엄청 늘었다.
눈치만 빨라졌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사랑이 보이기 시작했고,
네 것도 마찬가지였다.
너의 연락은 전부 친구를 향한 애정으로 나오는 걸 안다.
근데 나는 죄다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네가 나를 특별하게 여겨 이런 연락을 보냈다고 상상하고 싶다.
그래서인지 왠지 네 말들은 전부 나를 좋아하는 것같이 들린다.
물론 전부 내 확대해석이다.
너를 생각하며 쓴 글들은 모두 달콤 씁쓸한 초콜릿 같다.
슬픈 짝사랑의 이야기가 섬을 이루고 있어, 좋은 마무리가 될까 싶기도 하다.
너와 만난다면, 만나게 된다면 이미 아름다운 세상이 얼마나 더 아름다워 질까.
너와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셀 수도 없을 만큼.
이번 생에서 너를 만난 건 과연 내게 행운이었을까 궁금하다.
너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러한 괴로움 속에서 살아가지 않아도 됐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생에서도 언제나 너와 닮은 사람을 찾아다니지 않을까.
전생의 미련을 지우기 위해서.
사랑은 결국, 닮음을 찾기 위한 공식일 뿐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