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의 덧붙임 혹은 변명 10
‘짐을 챙겨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우린 이유 없이 즐거웠다. 이상한 철판 때문에 삼겹살도 먹지 못하고 라면마저도 양껏 먹지 못했다. 밤새 추위로 인해 잠도 제대로 못 잤다. 박사의 잦은방귀로 공기마저 탁했다.’
- 텐트 밖은 환장 中
어딜 가는지도 모르고 떠난 스무 살 우리의 하룻밤 여행은 그야말로 좌충우돌이었습니다. 놀러 많이 간다는 양평을 선택했지만, 특별한 이유도 그곳을 가본 친구도 없었습니다. 삼겹살 구워 먹고 자고 오는 것이 유일한 목표이자 목적이었습니다. 농장은 친구들에게 더 맛있는 고기를 맛보여 주겠다는 신념 하나로 기차에 올랐습니다. 저는 텐트와 코펠을 준비했고, 박사와 감독은 굶주린 청년의 모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철망의 플라스틱 코팅이 녹아 고기를 구울 수 없게 되었을 때 그 허망함과 실망감은 오히려 우리의 웃음 소재가 되었습니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농장을 씹어댑니다. 앞으로 30년은 더 그럴 겁니다. 농장은 아직도 그 철망을 다 녹여보지 못한 것을 아쉬워합니다. 조금 더 불에 녹였더라면 됐을 거라 우깁니다. 저와 박사, 감독은 애정을 듬뿍 담아 얘기합니다. “닥쳐”
당시에 우리가 지나갔던 기찻길은 현재 팔당 자전거길로 바뀌었습니다. 기차를 타고 다시 가보고 싶은 그 길을 자전거로 달렸습니다. 그때는 어두웠던 터널이 지금은 여러 가지 색의 조명으로 인해 환하게 웃으며 저를 반겨줍니다. 문득 기차 맨 뒤 칸에 매달려 얼굴이 까매지는 것도 모른 채 사진을 찍던 친구들의 모습이 생각나네요.
살다 보면 유난히 오래 기억되고 선명히 기억나는 것이 있습니다. 특별한 것 없던 우리의 여행이 그랬습니다. 희미해져 가던 기억이 우연히 찾은 사진 한 장에 어제 있었던 일처럼 또렷합니다. 친구와 함께한 하룻밤을 다시 한번 추억해 봅니다. 저를 지치게 했던 것들이 어느새 사라지고 행복했던 그때 그 시간으로 저를 데려갑니다. 천진난만한 스무 살의 그날로 말이죠.
어딘가에 먼지가 쌓인 채 잊힌 앨범을 열어보세요. 한장 한장 찬찬히 보다 보면 신기한 듯 그날 그 순간이 생각날 거예요. 돌아가 보세요. 깊게 숨을 들이켜고 잠시 다녀오세요. 때로는 웃음이 나고 때로는 눈물도 납니다. 돌아보면 아쉽기도 하고 분명 후회도 있을 겁니다. 그렇더라도 잘 버텨온 그때의 나에게 얘기해 주세요.
‘넌 잘하고 있어. 걱정하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