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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홀로길에 Jun 27. 2023

전화 좀 받읍시다

글쓴이의 덧붙임 혹은 변명 9


  ‘“미친, 이 사람 또 전화 안 받아!”

  짜증 섞인 아내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휴대전화 너머로 들렸다. 계약하고 온 이후로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연락이 되지 않는 집주인. 처음엔 건강에 무슨 문제가 있나 걱정도 했다. 하지만 하루 이틀 시간은 가고 계약한 분양사무실에선 계속 독촉 전화가 왔다. 이번엔 이사하지 못하는 것뿐 아니라 계약금도 날렸다.’

  - 구해줘! 전세 中



  집주인은 작정한 듯 전화를 피했습니다. 계속 전화를 하면 꺼버립니다. 다음 날도 반복입니다. 설마가 현실이 되었습니다. 자기의 허물을 세입자에게 전가해 보려는 심보는 타고난 모양입니다. 그 아들도 똑같이 행동하는 걸 보면 말이죠. 소송이란 것이 저와는 상관없는 거로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너무 가까이 와 있었습니다. 왜 내 삶은 술술 풀리지 않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화도 났습니다.


  법무사와 간혹 통화를 하며 전해 듣는 이야기는 기가 막혔습니다. 저뿐 아니라 여러 군데에서 소송이 들어와 진행 중이라는 말이 비현실적으로 들렸습니다. 뉴스에만 나오는 사건이 나에게 벌어진 것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주위에서 다 이사 간다는 아파트는 먼 나라 이야기가 됐습니다. 당장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을지가 관건이었습니다.


  2년 가까운 긴 시간을 그저 돈을 돌려받기 위해 허비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부부관계는 나빠졌고 마음엔 상처로 가득했습니다. 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사실에 더 비참했습니다. 최소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살았습니다. 그래야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제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고 계획은 엇나가기 일쑤였죠.


  이 사건 이후에 저는 달라졌습니다. 남을 믿지 못하고 의심부터 했습니다. 미래에 대한 희망보다 현재가 중요해졌고 상처받을 만한 일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혼자가 좋고 편했습니다. 휴대전화 연락처에 있는 사람을 한명 두명 지워나갔습니다. 마음이 단단해졌다며 스스로 위로해 봅니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도움이 되지 않음을 느끼기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저는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갔고 웃을 수 있었습니다. 나쁜 결과를 생각할수록 더 많은 나쁜 상황을 끌어당긴다는 말에 공감하기 시작했습니다. 최악을 가정하다 보니 최악의 결과가 당연한 듯 다가왔던 겁니다. 끌어당김의 법칙에 대해 말하는 책과 영상이 매우 많습니다. 저는 매력적인 내용에 빠져들었고 생각한 대로 현실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상상했다고 이루어지는 게 말이 되냐고. 그렇죠. 가만히 누워 상상하고 있으면 될 리가 없습니다. 아직은 서툴지만, 그 상상이 저를 깨우고 일으켜 움직이게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나게 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깨닫게 합니다. 포기하지 않도록 용기를 주고 모든 순간을 감사하게 합니다.


  긍정과 감사함으로 행동하는 날이 모여 제가 상상하던 그 자리에 데려다 줄 것입니다.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생산적인 목표가 저의 원동력입니다. 해보지도 않은 얕은 지식으로 이래라저래라 충고하기보다 행동하고 경험한 결과로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기쁘게 저를 글쓰기로 담금질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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