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콘 D-750에 담은 일기
저번 글에 이어 무려 두 달이나 지난 뒤에 다시 글을 씁니다.
사실 그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어요, 물론 좋지 않은 쪽으로 말이지요.
제가 입이 닳도록 칭찬하고 다녔던 회사에서의 별 같은 사람은
사실 '별'이 아닌 '별로'인 사람이었던 걸 알아버렸답니다.
입사하고 열흘밖에 안 된 저를 불러다 앉혀놓고
『건방지다, 멍청하다, 무례하다, 바보같다, 다른 사람들도 다 당신을 싫어한다. 등등』
정말 무례한 말들을 늘어놓지 뭐예요.
사실 저 쿠사리(?) 들을 듣고 정말 힘들었어요
왜냐면 맨 마지막 쿠사리가 바로 이거였거든요.
"다른 사람들이 하라씨 보면서 뭐라고 하는지 모르죠? 다 하라씨를 별로라고 생각해요. 말을 못해서 그렇지"
실제로는 거의 1시간 정도 진행된 이야기였지만
짧게 표현해보자면 저 면담(이라 쓰고 사실 현장답사였지만) 시간은
저의 두 달을 악몽으로 만든 시발점과 같았답니다
매일 먼저 웃으며 다가가 인사를 건넸던 다른 동료들의
얼굴을 쳐다보고 말을 걸기조차 무서워졌기 때문이죠.
글 안에 다 담지 못하는 일들이 왜 일어났었는지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했거든요.
정말 속상했어요, 매일 "다 멍청한 내 탓이야. 이번에도 다 망쳐버렸어" 하면서
펑펑 쓰러져 울기 바빴답니다.
그 이후에도, 나를 쏙 빼놓고 떠나는 자기들만의 회식 자리를 눈으로 보거나
저를 챙겨주는 척 비꼬는 '젊은 꼰대'의 면모를 맞닥뜨리며 매일 혼자 고군분투 해야 했거든요.
힘든 일은 한꺼번에 온다고 하지요?
회사 때문에 '옥상에서 떨어지고 싶다' 라는 생각을 매일 하던 찰나에
우연찮게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과 멀어지고, 연인과도 결별했답니다.
그러고나니 우연히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외국으로 이민 간 것도 비슷하겠구나'
그래서 이제, 완전히 혼자서 다시 세상과 맞서기로 했습니다!
사실 저와 타인 사이에서 발생하는 '쿠사리'들의 진짜 이름은
<나를 보듬어줄 것으로 당연히 기대했던 사람들의 외면> 이었기 때문이죠
이제 완전한 혼자가 되어
강아지들을 챙기고, 운영진으로서 지역 사진 동호회를 만들고,
책을 읽고, 운동을 하고, 노래 오디션도 보고(1차 합격했어요!), 직장에도 꾸역꾸역 나가며
하루하루 성장해나가고 있답니다.
회사에서 돌려까기를 참 당한 덕일까요?
PPT와 보고서 실력도 많이 늘었습니다. 조금씩 성과를 내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직장 동료들을 포함한 다른 사람의 차가운 태도에 상처를 덜 받게 되었지요.
매일 울고, 명상하고, 기도하며, 제 몫으로 떨어진 업무를 해내느라
하루에 두시간도 못 자던 두 달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네요!
하지만 하라, 잘 헤쳐나갔습니다. 이제는 많이 단단해졌네요!
두달-짧지만 참 긴 시간이었습니다.
혼자인 게 정말 두려웠지만 이제는 괜찮아졌어요
내가 나로 온전히 설 수 있는 게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어쨌든, 돌아보면 쿠사리가 절 성장시켰네요!
상사의-동료의-연인의-친구의-지인의-그리고 셀프 쿠사리 모두가요.
오늘도 잘 버텨봐야겠어요 :-) 다음 에세이에는 행복을 가득 담아 올게요!
그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