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콘 D-750에 담은 일기
이럴수가. 무려 첫 출근을 했습니다.
게다가 메타버스를 만드는 IT 스타트업으로 말이죠.
제 영어 이름은 '하라' 랍니다.
강물 하에, 열매 라자를 쓰지요!
올해 첫 모노키니 수영복도 개시했습니다.
첫 브런치 협업으로 뷰티브랜드
AGE 20'S 스토리에 에세이 한 편도 써봤구요.
꽃집에서 처음으로 마리모도 사봤습니다.
조금은 삭막한 제 사무실 자리를
둥실둥실 떠가는 구름처럼 살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요.
아참, 이름은 팡팡입니다. 김팡팡.
캐주얼한 출근룩도 처음입니다.
회사에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가다니.
오피스룩만 입던 저에게는 꿈만 같은 일입니다.
자율 복장 규정을 지키기 위해 다시금 많은 돈을 써서
캐주얼 룩을 맞춰입어야 하는 게 아이러니 하지만요.
처음으로, 좋은 직장 동료들을 만났습니다.
기싸움이 필요하거나, 사생활을 들춰보일 필요 없이
서로의 영어 이름을 부르며 상명하복이 아닌
'소통을 위한 대화'가 되는 곳을
저는 이제야 처음 만났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너무 낯섭니다.
처음은 원래 낯설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제가 부족한 탓일까요
오랜만에 별 같은 사람도 만났습니다.
처음으로 돌아가 어린 아이가 된 것 같습니다.
모나고 못난, 자기방어적 업무 태도의
사회적 자아가 아닌 사회에서 상처받은
작고 어린 개인적인 자아가 자꾸만 나와서
괜히 별같은 사람, 즉 새로운 별에게
자꾸 민폐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인생에서의 오각형이 모두 균형을 이루는
안정형의 사람.
사실 그 별이 저를 믿고 뽑아주셨는데,
죄송하게도 별 앞에서의 저는 바보같이
말하는 감자가되어버립니다.
가끔은 말도 못하는 감자이지만요...
별이란 걸 몰랐을 때는 별로 떨리지 않았는데
옆자리에서 업무를 배우고,
하루종일 아기새처럼 따라다니다보니
인간적으로나 업무적으로나
존경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이런 관계를 망가뜨리지 않고
원만한 관계를 오래 유지하는 시도가 처음이라
너무 두렵습니다.
사실 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원하는 걸
얻으며 정말 날카롭게 생존하며 살아왔거든요.
그런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
즉 별 같은 안정형의 사람을 보면
몸과 머리가 돌처럼 굳어져버립니다.
고민입니다.
살면서 쉬이 만나지 못할 이 인연을 오래오래
잔잔하고 여여하게 붙들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말하는 저는
사실 별이 맡기신 업무를 오늘도 개차반을 낸 걸요!
혹여나 제가 진실의 방으로 들어가게 되지는 않겠지요?
하라씨는『보편적이지 않은 사람』이에요
전 직장 대표님께서 저에게 해주신 조언 중
제 마음을 아직도 아프게 짓이기는
못과 같은 말입니다.
처음 만났던 별같은 사람도
저에게 비슷한 말을 했거든요.
저는 상처가 많아 방어적인 사람인데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나 봅니다.
그래서 다들 저를 떠나버리는 걸까요.
이번에는 별과 다른 동료들처럼
보편적인 사람으로 보일 수 있게
매일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눈치를 많이 보게 되네요.
처음이 많은 일상은
원래 이렇게 기진맥진한 걸까요?
내일이면 첫 근무 1주차를 달성합니다.
다음 주면 스트레스도, 메스꺼움과 두통,
복통과 어지럼증도
모두 사라질까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아픈 게 많을 수록 사람들은 저를 멀리할 테니까요.
처음인만큼 천천히
공감대를 만들어가며 사람들에게 스며들고 싶습니다.
처음으로 정을 붙이고 싶은 곳이 생겼기 때문일까요
처음으로 별 같은 사람 곁에
머물고 싶어졌기 때문일까요!
두렵기는 하지만
처음이 많다는 것은
참 설레는 일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