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갖고 싶은 게 있으면 그걸 사자
대체품은 마음을 대체해줄 수 없다
라떼 접하던 스토리는, 가난한 집의 아이가 통학길마다 보이는 장난감 가게에 가서 주인 아저씨에게 저 로봇은 제가 꼭 사고 싶어요, 돈을 모아서 가져올게요- 해서 돼지 저금통에 저금을 하는 그런 식의 감정선이 주류였다. 솔직하게는 교과서에 얼추 비슷한 류의 이야기들이 실려 있었던 것 같고, 진짜 내 어린 시절 이야기도 아니긴 하다. 요새의 정서로는 돈 모아서 살 게 무엇이 있나 싶다. 카드 한 번 긁으면 알아서 척척 몇 개월의 할부로 알아서 정산이 되는 걸. 미래의 나, 혹은 우리 부모님이 갚아주실 건데.
갖고 싶은 게 있으면 그걸 사라니, 어쩌면 소비 욕구를 정당화시키는 말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전제가 있다. 할부가 아닌 현금으로 '돈을 모아서', 대체품이 아닌 바로 '그걸' 사는 것이다.
사실, 이 말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당연하지 않은 구석이 많다. 돈이 통장에 차고 넘칠 정도의 재력이 있는 사람은 이런 걱정을 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늘 돈은 부족하지 않는가. 대기업 재벌 회장한테도 돈과 자금은 부족하다.
화장품 씬에서 한 때 유행했던 것들이 있다. 비슷한 성분이나 비슷한 컬러감인데 가격만 차이가 나는, 일명 저렴이와 고렴이 비교 같은 것들.
블로거도 안 했고 화장품 업계 종사자도 아닌데 난 그걸 둘 다 샀었던 것 같다.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 눈에 해당 제품이 띄었다. 사고 싶다. 근데 비싸다. 그럼 어떡해? 같거나 비슷한 효과인데 그것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물건을 찾는 거지. 때마침 나같이 지갑이 가벼운 사람들을 노리고 한 마케팅이 많았다.
소비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물건은 세상에 많다. 그 중 많은 것들이 선뜻 사기엔 대번 부담스러울 정도의 큰 가격대의 것들도 많다. 그러면 나 같은 소비지향적 인간도 합리적인 이유를 찾는 것이다. 꼭 필요한가, 얼마나 갖고 싶은가, 가격은 괜찮나, 사면 잘 쓸 수 있나?
그렇게 스스로를 납득시키지 못하고 오리지널의 저렴이 버전, 대체품 버전 같은 것들을 수없이 사고 또 사고 방황하다, 결국은 오리진의 환상을 버리지 못하고 마치 연어처럼 회귀해 처음 사고 싶었던 그 물건을 사는 것이다. 놀라운 건, 여태까지 사 온 저렴이와 대체품 등등을 사느라 쓴 돈을 합하면, 원래 사려고 했던 그것을 사고도 남는다는 거다.
마케팅에 노출이 되었든, 주변 지인들의 강력한 추천이든, 마음의 충동이든, 무엇이 시발점이 되었건 중요하지 않다. 이미 소비 욕구가 생겼고, 돌이킬 수 없고, 사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면, 무리해서라도 정말로 사고 싶은 '그'것을 사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인 소비다. 대신 할부는 안 된다. 몇 달이 걸릴지언정, 딱 그걸 살 돈을 모으는 거다. 그동안 비슷한 류의 다양한 할인하는 제품에 넘어가지 않고, 원하던 딱 고걸 사기로 계획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해당 물건을 사고 싶은 소비 욕구가 마음속 진실 된 욕구인지를 판단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사게 된 것들이 다른 사람의 인생템이 아닌 내 '인생템'이 되는 거고.
세상의 모든 저렴이, 대체품 같은 제품들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나도 여전히 잘 쓰고 있는 오리진의 중저가 정도 하는 제품들도 많다.
세면에 진심인 누군가는 세면보조도구에 10, 20만원을 쓰는 것이 전혀 아깝지 않을 수도 있다. 아직 오리진은 안 써봤지만, 2만원 짜리 중저가 제품으로도 딱 만족하면서 잘 살고 있는 나도 있다. 나는 에어랩을 너무너무 잘 쓰고 있고 주변 지인들에게도 강력추천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드라이기 하나에 60, 70만원이 도무지 용납이 안 되는 가격일 수도 있다. 오히려 등쌀 떠밀려 남들 따라 샀다가 제대로 활용도 못하고 자리만 차지하는 짐만 될 수도 있다.
물건을 사기 전에 내가 이구역엔 이 정도의 예산을 쓸 정도의 마음과 애정이 있다, 그러고 싶다-라는 스스로의 마음구석을 잘 들여다보자. 그리고 스스로가 설득된다면, 무리해서라도 그걸 사자. 쇼핑이 아닌 값비싼 경험이어도 된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을 '무리해서라도' 소비해보는 경험을 꼭 한번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음은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없다는 것을 경험해보시길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