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B110 01화

그녀는 돌아오지 못했다 (1)

part 1

by 서정윤

“오빠… 미안해… 더는 못 버티겠어…인권위원회 너무 힘들어.”

혜린은 흐느낌 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점점 혀가 풀려가는 것 같다.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아… 거기 불려 가는 게 너무 수치스러워…

다신 가고 싶지 않아…나는 너무…너무 억울해 오빠…나는… 나는 절대…….”

스물아홉 살, 교사 강혜린의 목소리는 거기서 끊겼다.

이어 유리컵이 바닥에 떨어져 깨지는 소리. 그리고 여교사 휴게실은 정적에 싸였다.

거대한 블랙홀 같은 정적 속에 강혜린은 빨려 들어가듯 사라졌다.


그날 아침 혜린은 인권위원회에 다녀왔다.

그날도 조사관들은 눈조차 마주치지 않았다.

“왜 단톡방에 초대하지 않았죠?”

“장애 학생에게 체험학습 안내를 제대로 하셨나요?”

“장애 학생에게만 교복을 입힌 이유는요?”

대답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다음 질문이 이어졌다.

아무도 그녀의 설명을 끝까지 들어주지 않았다.

이미 결론은 정해져 있는 듯한 분위기 속에서 혜린은 무력감을 느꼈다.


오후 수업을 위해 학교로 돌아온 그녀는 교무실 문 앞에서 멈춰 섰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부장은 또 힐끔거리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을 테고, 다른 교사들은 시선을 피할 것이다.

결국 발걸음을 돌려 여교사 휴게실로 향했다. 그곳만이 유일하게 숨 쉴 수 있는 곳이었다.

소파에 몸을 기댄 채 눈을 감으니 체험학습 전날이 떠올랐다.


목요일 오후는 외부 동아리 활동이 있어 4교시가 끝나면 아이들은 분산된다.

체험학습 관련 공지를 전달할 시간이 없어 혜린은 3교시 쉬는 시간에 교실 앞문에 가서 소리쳤다.

“내일 아침 9시 30분, OO역 5번 출구 앞이야. 알았지?”

하지만 일부 아이들은 엎드려 자거나 장난치느라 듣지 않았다.

‘지각하는 아이들 많겠는데…….’

결국 학급 전체를 단톡방에 초대했다.

‘전해림은 특수학급 따라갈테니 연락 안해도 될 거고’

그런데 다음 날 아침, OO역 광장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던 혜린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선생님, 해림이가 계속 자기 반 애들이랑 가겠다고 떼를 써요. 난리예요.”

망설임 없이 택시를 잡아탔다. 교복 차림의 해림이를 데리고 다시 광장으로 돌아왔다.

사복을 입은 아이들 속에서 해림이는 눈에 띄었지만, 다들 그런 거 가리지 않고 잘 놀았다. 체험학습은 무탈하게 마무리됐다.


하지만 그 다음 주, 교장실에서 걸려 온 인터폰.

“전해림 부모가 교육청에 민원 넣었어요. 내려오세요.”

민원 내용은 어이가 없었다.

‘담임이 아이를 단톡방에서 배제해 왕따를 조장했다.’

‘사복이 아닌 교복을 입혀 아이가 수치심을 느꼈다.’

‘아이가 스스로 ‘차별받았다’고 느끼고 있다.’

혜린은 너무 기가 막히고 억울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이후 교육청과 인권위원회는 혜린을 수시로 불렀다.


그날 이후로 교무실에 있는 것이 힘들어졌다. 공강 시간에 앉아 있으면 누군가의 수군거림, 힐끗거리는 시선, 불편한 침묵에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점심도, 수업 준비도 모두 여교사 휴게실에서 해결했다.


감았던 눈을 떴을 때는 사방이 깜깜했다. 아이들이 모두 돌아간 학교는 적막하다.

“내 마음처럼”

혜린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불이라도 켜야 할 것 같은데 몸을 일으키고 싶지 않다. 아 무 것 도 하 고 싶 지 않 다.

다리를 모아 안고 얼굴을 파묻은 혜린의 뺨으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린다.

‘내가 잘못한 게 아닌데… 왜 아무도 내 말을 믿지 않는 거지?’

혜린은 휴대폰을 꺼냈다. 손끝이 떨렸다. 그녀는 녹음 버튼을 눌렀다.

그것이 그녀의 마지막 목소리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자살, 혹은 조작된 결론]

OO병원 영안실.

여름인데도 냉기가 감도는 공간, 싸늘하게 식어있는 혜린의 모습에 서준은 무릎을 꿇고 오열했다.

경찰의 전화를 받던 순간부터 지금껏 억지로 눌러왔던 울음이, 뱃속 저 깊은 곳에서부터 마침내 터져 나왔다.

짐승의 울음 같은 절규가 영안실을 채웠다. 그의 가슴은 갈기갈기 찢어지는 듯했다.


형식적인 조사를 마친 경찰은 기계적인 말투로 말했다.

“스트레스와 우울증 징후에 의한 우발적 선택으로 보입니다.”

유서 한 장 없고, 약물 복용 이력도 없었다. 그럼에도 우울증이라는 말 한마디로 모든 것을 덮어버렸다.

너무도 손쉬운 정리.

서준은 그 깔끔한 결론 앞에서 말문이 막혔다.


조문 온 교사들은 “강 선생이 우울증이었대”, “장애 학생 부모가 민원 넣어 그랬다며……”, “인권위 몇 번 불려갔대” 따위의 말들을 지껄이며 서둘러 사라졌다.

“교사가 하필 애들 공부하는 곳에서…….”, “애들 트라우마 생기면 어쩌라구……”, “학교가 어수선해서 원……”

빈소를 채 나서기도 전에 혀를 차며 수군거리는 사람도 있었다.

누구 하나 진심으로 애통해하는 사람 없이 형식적인 조문을 마지 못해 하고는 서둘러 장례식장을 빠져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에 서준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치밀어 올랐다. 그는 입술을 꽉 깨물고 주먹을 쥔 채 빈 벽만 뚫어져라 쏘아보고 서 있었다.

혜린은 누구보다 강하고 긍정적인 아이였다. 그들은 서준이 알지도 못하는 동생의 병명을 마음대로 떠들어대고, 자기들 멋대로 ‘우울증 교사의 자살’이라는 편리한 결론을 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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