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겹지 않던 여러 이름들이
힘겹게 느껴질 때.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동생,
누군가의 친구,
누군가의 무엇이 힘겹게 느껴질 때.
그때 나는 마음이 매우 불안정했다. 누군가에게 주던 마음을 더 이상 주지 못하게 되었고 그 마무리가 내게는 꽤 큰 상처라서 나의 존재가 아무런 조건 없이 사랑받을 수 있는가 의심을 하던 때였다.
나는 정신적으로 힘이 들 때면 혼자 있는 시간을 간절하게 원하고, 어느 날 갑자기 없어지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는데 그때가 그랬다. 이전에도 그런 날은 많았다. 하지만 이전과 다르게 받은 상처라서 인지 전보다 회복의 시간이 오래 걸렸다.
회복의 시간을 보내면서 힘들었던 것 중 하나는 나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나의 모습으로 최대한 지내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딸로서, 동생으로서, 친구로서 그들이 알고 있는 내 모습을 유지하는 것. 쉽게 말하면 별일 없다는 듯 잘 지내는, 괜찮아진 것처럼 지내는 것이었다. 내가 힘들다고 그들에게까지 날카로워지지 않고, 그들에게 소홀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왜냐하면 나는 그들에게 내가 진정으로 힘들 때 어떻게 되는지 보여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그들에게 보여주었을 때 그들이 느낄 당황스러움과 그 당황스러움에서 받을 나의 상처가 신경이 쓰여서 내가 나를 옭아매었다.
그래서인지 그때 나는 내가 누군가의 딸이고 동생이며, 친구인 것이 버거웠다. 내가 힘들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하지 않던 행동을 하기에는 나의 사람들이 눈앞에서 아른거렸고, 그러면서도 나는 하루가 매일 버거워서 충동적으로 무언가 안 하던 것을 하고 싶었다. 그런 때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