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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글 Jeonggeul Aug 18. 2021

[책리뷰]천 개의 파랑

소설


[천 개의 파랑]
작가: 천선란
출판사: 허블
발행일:2020년 8월 19일

나는 파란색을 참 좋아한다. 
하늘이 파란색이고 물이 파란색이어서 그런지 하늘과 물을 좋아하는 나로선 파란색은 나의 동경이자 나의 시선을 빼앗는 색깔이다.
파랑은 희망을 상징하고 순수를 상징하고 맑음을 상징하는 듯하다. 파랑에도 천 개의 파랑이 있다니 , 책 표지를 보며 느끼는 천 개의 파랑이 어떤 느낌을 주는지  생각하며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이 책을 처음 읽을 때
뭔가 낯선 느낌에 인간적인 정서는 느껴지지 않을 최첨단 과학의 찬란함에 대하여 쓴 소설일까 조금 실망을 하며 읽어나갔다.
 책을 빌린 지 2주가 지나도록 한 페이지도 진도가 나가지 않았으며 반납하려고 가져갔다가 파란색에 이끌려 다시 재대출을 해서 집으로 데려온 책이었다.

기한이 정해져 있는 서평을 써야 하는 책들에 밀려 이 책은 거의 4주간을 나의 책장 한편에 묵혀 있었고, 한 권 한 권 숙제처럼 꺼내어져 가는 책들 속에서 문득문득 눈에 띄는 천 개의 파랑이라는 제목에 나의 호감은 점점 커져만 갔다.

아무 생각 없이 중반부까지 스트레이트로 읽고선 무심코 책갈피를 꽃아 덮어 놓았던 책을 처음부터 다시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 읽었던 느낌과는 또 다른 느낌이 나를 압도하였다.

투데이.
달리는 말. 휴머노이드 로봇 기수..
참신한 sf소재구나...
말의 최고속력 갱신과 최고 몸값 갱신을 위해 다쳐도 생명에 지장이 없을 휴머노이드 로봇 기수를 앉힌다.
사람은 빠지고 동물과 로봇이 서로 교감하게 되는 특이하다.

사람은 휴머노이드를 고치고 말을 보살피며 그 둘을 이어주는 매개체로 등장한다.
말의 생명에 달리는 속도가 정해진 냥,
달린 거리만큼이나 생명도 일찍 일찍 줄어든다.
빨리 또, 멀리 달릴수록 말의 생명은 더더욱 줄어갔다.

투데이는 한창 몸값을 자랑할 때까지 뛰고 또 뛰었지만 결국 연골이, 뼈가, 신체부위 등등의 모든 수명이 다 되어 더 이상 선수로서의 자격미달로 안락사의 위기에 처한다.

투데이의 기분을 손으로 느낀 휴머노이드 기수. 그는 감성으로 기분을 파악하지 않는다. 신나게 달리면 그의 기다란 두 팔에 연결된 손에서 느껴지는 투데이의 숨과 박동으로 투데이의 기분을 예상하는 것이다.
그렇게 로봇과 동물은 서로 교감했다.

 기쁠 때도 , 힘들 때도.

인간이 빠진 로봇과 동물의 교감이라는 생소한 소재가 더욱더 순수하게 느껴졌다.
사람은 말을 위해 또 로봇을 위해 그들을 고치는 의사와 같은 역할이 되어 그들의 세계가 온전할 수 있도록 지켜준다.
 경주마의 생명에서 냉정하게 처치(?)될 뻔했던 투데이를 살리고, 낙마해서 박살난 부품들을 모아 다시 고쳐내어 온전한 휴머노이드 기수를 만들어 내는 인간은
그 둘이 함께 호흡을 맞추고 힘차게 달릴 수 있도록 세계를 만들어 준다.
인간의 감정 따위
어찌 보면 아무 힘을 쓰지 못하며 무의미해 보이기도 했고, 또 어찌 보면
인간의 감정 덕분에 그들의 운명과 생명을 살리며 이어주는 신과 같은 존재로 그려지기도 했다.

참신한 소재로 과학문명이 발달하더라도 잃어버려선 안 되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색다르게 느낄 수 있어 좋았고, 휴머노이드 로봇이 느낀 자연의 위대함에서 미래사회의 긍정적인 희망을 찾게 되기도 했다.

생소해서 4주간이나 덮어 놓아 버렸던 책에 미안함이 들었다. 미래 과학이라는 참신한 장르로 나의 독서 세계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 천선란 작가님께 경의를 표한다..

이상 한국 과학 문학상 장편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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