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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령 Aug 07. 2024

다시 만나고 싶다는 말

    

 하지만 나는 기어이 당신과 헤어지고 말 것이다. 이별은 우리의 중대한 과업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일해야 하며 별일 아닌 일로도 웃어야 하며 입맛이 없어도 무엇인가를 먹어야 할 것이다. 간신히 집으로 돌아가 몸을 누이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내가 당신을, 당신이 나를 생각하는 것은 아주 잠깐의 일이 될 것이다.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아니고, 열 번째나 스무 번째도 아니다. 무수한 순간들을 유용하거나 필요한 것들에게 다 내어준 뒤에 그러고도 남은 시간이 있다면 그 시간 끝에 마지못해 허락하고 마는 일이 될 것이다. 당신과 함께 살고 싶지 않다는 말을, 당신처럼 살고 싶지 않아, 라고 말해버린 것을 오랜 꿈으로 잃어버린 뒤에야 겨우 생각하고 마는 일일 것이다. 당신 없이 오래 살아보았으므로 다시 당신을 곁에 두고 살아볼 수 있지 않을까, 아니 어쩌면 이제는 당신을 견딜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수백 번째, 수천 번째 생각하고 나서 해보는 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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