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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령 Jul 21. 2024

어디냐는 말

  

어디 있는지 알고 있어도 그렇게 물었다. 

집이면 집의 어디쯤인지, 거실인지, 침실인지, 욕실인지……     


거실에 누워있어.      


나는 당신과 그 거실에 함께 누워 바깥의 공중을 바라보았다. 

공중에는 바람이 고여 있었고,     

내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당신의 가족들이 

종종걸음으로 어딘가를 오가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누구야?     

누군가 물으면 당신은 그냥 있어, 그렇게 대답했다.     


누구야?     

다시 내가 당신에게 물으면     

언니, 당신은 그렇게 대답했다.      

나는 갑자기 최고의 인맥을 가진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어디야?

어딘데?     


당신이 그렇게 물을 때에야

나는 내가 어디 있었던 것인지 생각했다.     

아예 모르는 길을 걷고 있을 때도 있었다.     


모르겠어.

모른다고?

응, 몰라.     


정말 모르는 곳이었다.     

그곳은 다만,

내가 다시 당신에게, 

어디냐고 물었을 때, 


당신이 문득 내 눈앞에 바람처럼 훅, 끼쳐오곤 하는 곳이었다.       


그 때의 당신과 함께 난 잃어버린 모든 길을 다시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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