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sterdam, Netherlands
난 가끔 「물」이란 것이 우리 삶에 얼마나 큰 위로를 주는지 생각해.
난 항상 서울에 살면서, 우리 곁에 한강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뭐 그런 생각 자주 했었거든.
한강을 떠올리면 난 가끔 대학 다닐 때가 생각나.
그 시절 나는 전공특성상 학기 중 유난히 잦은 시험에 집에 늦게 들어가는 일이 허다했는데... 그럴 때면 늘 10분여 정도 걸어가 타던 버스가 있었어.
그리고 집으로 오는 길,
그 버스는 상대적으로 보폭이 좁은 다리로 한강을 건넜기 때문에 항상 가까이에서 강물을 볼 수 있었지.
지나고 보면 참 행복하기만 해도 모자를 시절이었는데 그때는 또 얼마나 고민이 많았던 지...
늦은 밤, 지친 몸, 그리고 한산한 버스.
나는 주로 바퀴에 맞물린 뒷자리에 앉았으므로-
두 다리를 높다랗게 올려놓고 밖을 쳐다보는 거야.
이어폰 볼륨을 최대로 키우고, 가장 좋아하는 음악을 준비해 놓고 있다가 다리에 접어들려는 찰나가 오면 냉큼 play를 눌러.
흐르는 멜로디에 귀를 맡기고 창문 틈새로 들어오는 옅은 바람을 맞이하면, 눈에 보이는 물빛들이 꼭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춤을 추는 것 같았어.
음악 선율에 맞춰 그들도 함께 넘실거리듯.
그걸 느낀 후로는 집에 오는 길이 별로 지루하지가 않더라...
+
부대끼는 일상 속에 그 물빛이 이렇게 날 다독이고 아는 척해주었듯이
저들도 나의 그때처럼, 그리고 지금처럼-
이 순간 어느 쪽 어딘가에서 흔들리고, 좌절하고, 또 그러다 위로를 받으며 살고 있는 거겠지.
반짝이는 물결의 흐름 속에 슬며시 겹쳐지는 희망 같은 것을 보면서.
지나면 대수롭지 않을 것들이라도 가끔씩은 갈 길 잃은 어린아이 마음으로-
동요하지 않는 어른 표정 지어가며 이 하루하루를 흘려보내고 있을 거야.
마치 물결처럼.
잔잔한 듯, 그러나 일렁이는 듯.
그렇게 분명 저들도 살고 있는 걸 거야.
<물이 삶에 주는 위로>에 대하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