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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nezia+Burano Island, Italy
코끝에, 눈가에 스치는 푸름과 바람 냄새가 좋았다.
기억을 타고 출렁거릴 그 마음속, 동(動)함의 끄나풀이 좋았다.
아름다움을 넘어선 완벽한 낯섦이 좋았다.
어딜 가도 서툴러도 마냥 그런 내 모습이 좋았다.
지금까지 나이기를 그만두고,
나 자신의 모습이 여과 없이 드러나도 좋았다.
거기에는 그러한 자유가 넘쳐도 되었다.
행여 어떤 것 하나, 갑작스레 내 마음 한 귀퉁이 쿵-하게 만들어버린다면,
내 눈에, 마음에 박혀 어느 한순간 무엇 하나, 가슴 시리도록 아름답다 느낀다면,
한 번쯤 미친 사람처럼 갑작스레 엉엉 울어도 되는 곳.
그러다 누구 하나, 내 눈물을 훔쳐봐도 좋을 곳.
부은 눈 한 번 닦아내고,
「그냥요.」싶은 눈으로 그저 쳐다보며, 씨익 웃으며 응답해도 좋을 곳.
그렇게 묻어두고,
뒤돌아서 터벅터벅 걸어도 그만인 그곳.
저 멀리.
<낯선 곳으로 떠나는 이유>에 대하여.
이탈리아, 베네치아+부라노섬에서.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