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sbon, Portugal
[이 글은 제가 ‘여행’을 떠올리면서 적은 기록입니다.]
가끔씩 찾아오는 두근거림이... 내겐 있다.
갑작스레 돋아버리는 소름이... 내겐 있어.
언젠가부터 난 어떠한 그림을 마음에 품고 살아.
그 안에는 내 맘의 높이를 한껏 상승시키는 기분 좋은 기운과 빛, 향기, 인정 등이 숨 쉬고 있어.
어쩔 때 그것은 영상의 형상처럼 변할 때도 있어. 렌즈가 이리저리 막 헤집고 들이대는 것처럼 말이야.
물론 때로는 비바람도 불고 그로 인해 심하게 떨리거나 요동도 치지만,
그 끝은 언제나 기분 좋은 바람 냄새와 따스한 햇살, 뿌듯한 눈빛, 마음의 온기 등으로 끝이 나고는 해.
게다가 그 그림은 말이야.
어떠한 형용사로도 정확히, 세밀히 묘사 안 될 만큼의 빛깔로, 크기로, 농도로 그려있어 지우려 해도 씻으려 해도 도무지 퇴색되지는 않는 거 같아. 신기하지.
무엇이라는 건 끊임없이 변하기 마련이건만, 따라서 무엇이 박힌다는 건 도무지 못 미더운 것.
혹은 자칫 마음의 짐이자, 인생의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것.
그런 것일 수도 있는데. 그건 정말이지. 그렇지가 않더라고...
그런 면에서 난 지금도 꼭 내 발 밑에 색연필 하나 묶어 달고 찍찍찍 선을 그리고 다니는 것만 같아.
어마어마하게 큰 도화지에 중간중간엔 조그마한 둥근 점도 찍어가면서 꾸역꾸역 이리로 저리로.
그런데 이 점들 겉으로는 엇비슷해 보여도 자세히 보면 색깔이 모두 달라.
그러니 다 그게 그러려니 함부로 생각지는 말아 줘.
게다 이 점들은 언젠가 갑작스레 몸뚱이를 눈덩이처럼 불릴 거야.
그리고 불쑥 튀어 오르는 거지. 내게 한 순간 밀려들면서.
‘내가 바로 이런 존재다!’하면서 내가 미처 못 알아봤던 위엄 떨치는 순간 오는 거지.
계절이 바뀌는 어느 아침 물기 젖은 공기 한 결에,
일을 마치고 집으로 나서는 길 무심코 회전문을 열고 나가다가,
엉겁결 끊은 수화기를 붙들고,
달려들기도 하고, 메아리치기도 하고, 용솟음치기도 할 거야.
그러니 혹시 무심결에 맞이해도 너무 당황하지는 말아야 할 듯해.
그리움이란 원래 수면 밑에 가라앉아있는 거지, 녹아서 형체가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적당히 고개 들어 잠시 마음 마주쳐주면 되는 거야.
내 그리움아, 추억아.
너희는 훗날 내게 더 큰 그림이 되어 나타나줄 거란 걸 알아.
그리고 가끔은 쉬어갈 수 있는 의자가 되어줄 것이란 것도 알아.
나를 스치는 이 많은 풍경과 사람아.
너희는 내가 언젠가 만나게 될 위기에 쓰려고 상자 밑바닥에 단단히 붙여놓은 비상 눈빛이며,
마음이 건조해져 몹시 팍팍할 날 한 모금 마실 수 있는 온정이며,
숨죽이며 가슴 시려할 어느 컴컴한 밤에 조심스레 더듬어 발견해 낼 푸른 조각 빛이며,
녹녹한 하루에 지쳐 축축해진 발그림자 한 뼘 뒤에 따라오는 그윽한 향기이며,
생각이 복잡해 머리가 터질 것 같은 날 어디선가 따뜻한 손이 내미는 약봉지 같은 거란다.
그 자체로 너희는 내게 위로이자 선물이란다.
그러니 난 너희가 채색해 준 「그림」,
그것이면 충분하단다.
내 삶 속 <여행의 의미>에 대하여.
포르투갈, 리스본 구시가지 알파마에서.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