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brovnik, Croatia
지도를 보며 정했어.
난 여기, 그리고 여기를 거쳐 저 끝까지 가봐야지.
아, 그런데 저기 정말 끌리네. 아, 그럼 거기를 넣어볼까 저... 저길 포기하더라도...
그리고 지금껏 달려왔어.
사전조사를 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다 아는 건 아니었기에 지금 너를 보는 이 순간조차 실은 잘 믿기지 않는단다.
나 정말 너를 보고 있긴 한 거니?
따지고 보면 얼마나 신기한 건 줄 알아?
내가 가야 하는 길이란 애초부터 없었기에 어떤 곳이든 갈 수 있었는데, 난 왜 여기를 가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이토록 오랜 시간 또 어떻게 달리고 달려온 건지. 자꾸만 갸우뚱해진다고.
내가 하는 말 한마디는 또 어찌나 중대한 힘을 가지고 있는지. 그 한 마디에 운전대는 돌려지고, 돌려지기를 반복.
마침내 왔어. 이렇게.
얼마나 온 걸까. 이곳은 또 어디야. 참 멀리도 왔다.
순간의 결정으로 나는 너를 택했고, 내 뒤에 있는 것들은 그렇게 지나쳤구나.
+
정말 인연인 걸까, 우리.
우리 인연은 참 쉽기도 했고, 어렵기도 했구나.
우리 인연은 참 우연이기도, 필연이기도 했구나.
네가 있는 것처럼 나도 결국 여기 있고.
네가 누군가를 만나 보여주는 색깔과 깊이만큼
나도 누군가가 느껴줄 딱 그 정도의 색깔과 깊이 붙들고, 겨우 우리 만난 거야.
이렇게.
그래. 나 여기까지 왔어.
이토록 먼 길을 돌아 결국 여기까지.
앞으로 또 얼마나 가야 할까. 어떻게 가야 할까. 아직은 감이 안 와.
그래도 지금 이 순간처럼 많은 순간들이 모여 어떠한 길들이 또 내 눈앞에 펼쳐지겠지.
마법처럼. 숙명처럼.
괜찮다면 같이 갈래?
우리 이제야 만났는데.
삶에서 만나는 <인연>에 대하여.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에서.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