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날의 검
하얀색의 물감에 검은색 물감을 한 방울 떨어뜨린다.
아직도 하얀색이다.
다섯 방울 정도 떨어뜨린다.
아직 하얀빛이 더 돈다.
검은색 물감을 크게 짜서 섞는다.
회색이다. 검은색에 가까운 회색.
다시 검은색 물감을 더한다.
검은색에 가깝지만
아직도 회색.
좋은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논어에서 진정 좋은 사람에 대해 논한 글이 있다.
공자에게 한 제자가 묻는다.
‘마을 사람 모두가 어떤 사람을 좋아한다면,
그것은 어떤 건가요?”
공자가 대답한다.
“좋은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자 제자가 다시 묻는다.
“마을 사람 모두가 그를 싫어한다면, 어떤가요?”
공자가 대답한다.
“그것도 좋다고 할 수 없다."
"왜냐하면 마을 사람들 중에
선한 사람이 그를 좋아하고,
선하지 않은 사람이 그를 싫어하는 만
못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따르는 성격의 사람은 행복할까?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성격은 양면이라 주위에 사람들이 많은 성격일 경우 자기만의 시간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만큼 자기만을 위해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이 부족하게 되고, 자기 자신 보단 남을 우선으로 챙기느라 행복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자기 계발을 할 시간이 없으므로 혼자서 집중하는 사람보다 뒤처질 수도 있다.
혼자서 고독하지만 잘 지내는 사람은 행복할까?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주위에 사람이 없는 만큼 고독한 사람은 자기 시간을 자유자재를 쓸 것이다. 혼자서 일을 하게 되면 시간이 절약되니 그만큼 빠르게 목표에 도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쁜 일이 있거나 슬픈 일이 있는 경우 같이 나눌 수 없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그 사람을 불행으로 이끌 수도 있다.
이 세상의 사람들은 선함과 악함의 그 사이에 있다. 단순하게 좋다 싫다로 이분법 되지 않는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하나로 정해지지 않는다. 상황에 휘둘리기도 하고, 친구에게 상처 받기도 하는 우리는, 모두 사람이며, 사람들은 대체로 회색지대 안에 있다.
영화 <몬스터 콜>에서 인상 깊었던 이야기가 있다.
얘기를 한번 해보자면.
주인공인 코너는 상상을 자주 하는 아이다. 자신의 상상으로 만들어낸 괴물과 약속을 하고, 첫 번째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이 이야기 속에서는 한 국가의 왕과 손자가 나온다. 왕은 원래 아들이 3명 있었는데, 3명은 모두 각자의 이유로 이른 나이에 다리를 건넜다. 그런 이유로 왕은 하나밖에 없는 손자를 아꼈다.
주변 국가를 소탕하던 중 한 국가의 왕비를 자신의 아내로 맞게 되는데, 그 아내는 마녀라고 소문이 났었던 사람이다.
그 시각 손자는 마을 바깥에 있는 한 농부의 딸에게 마음을 뺏겼다. 왕이 나이가 들어 돌아가시게 되었고, 사람들은 왕비의 계략이라고 말한다.
손자는 왕비가 손을 쓰기 전에 농부의 딸이랑 사랑의 도피를 한다. 왕국 끝에 다다러서 한 나무 아래에서 잠시 낮잠을 잔다. 자고 일어나니 농부의 딸은 숨을 거뒀다.
왕의 손자인 왕자는 분노에 차서 사람들을 끌어모은다. 그리고 마녀 왕비를 몰아내고 왕권을 잡는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사실 마녀는 농부의 딸을 죽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왕자가 농부의 딸을 죽였다. 그는 왕비가 먼저 치기 전에 명분을 만들어 왕권을 가로챈 것이었다.
이야기가 끝나고 괴물은 주인공인 코너에게 말을 한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고.
다들 그 중간에 자리할 뿐이라고.
그러니 오해받았다고 울지 말자.
내가 오해를 한 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상처 받았다고 주저앉지 말자.
내가 상처를 주기도 했었을 것이다.
그러니 사람을 함부로 재단 말자.
그 사람이 나의 모든 순간을 알 수 없듯이
나도 그 사람의 전부를 알 수 없는 것이므로.
또한 누가 나를 미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받아들이자.
나도 누군가를 미워했을 것이므로.
나도 누군가가 이유 없이 좋고,
어떤 일을 해도 싫은 사람이 존재하기에.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이라고 소리쳐서
무슨 소용이 있을까.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일 뿐이다.
품을 수 없는 것은 내려놓자.
함께 갈 수 없는 것들은 그 자리에 두자.
대신 아프면 아프다고 얘기할 수 있는 용기를
항상 지니기를.
흰색이지도 검은색이지도 않은 물감을 쳐다본다.
팔레트를 한번 쓰윽 훑어보니
다른 색들이 눈에 띈다.
초록색,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 보라색…
사람들은 법이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회색지대를 살아간다. 그 사람의 안개를 걷어내고 들여다보면 그 사람의 본연의 색이 보일 것이다.
어떤 사람은 불같은 빨간색이기도 할 것이다.
어떤 사람은 바닷속의 파란색일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푸릇푸릇한 초록색일 것이다.
붓에 묻은 회색을 물통에서 풀어낸다. 붓을 살짝 닦고 팔레트에서 색을 고른다.
자. 오늘의 나는 어떤 색깔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