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by 선우

끄트머리에 서 있었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버리면

누군가 다가와 악 하고 놀래켜 버리면

그대로 떨어질 줄 알면서도

간당간당하게 그대로 서 있었다


두 팔을 벌렸다

마치 나에게 날개라도 있는 것처럼

날 수 있다는 터무니없는 상상을 해본다

내 안에 있는 날개를 찾기도 전에

곤두박질쳐버릴 것을 알면서도


나는 모서리에 발을 툭툭 쳤다


아무도 오지 않았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았다

그냥 나는 벼랑 끝에 걸터앉아 있을 뿐이었다


상황을 바꾸고 싶었다

몇 번이나 사라지고 싶었다

도대체 왜 사는 가 싶었다

남에게 친절을 베풀다가도

그대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생각에

놓아버리고 도망치기도 했었다


아니다 도망친 건 그 사람들이었다

나는 상처 입든 다쳐서 아프든 미쳐버리든

그대로 그 길가에 서 있는 고양이일 뿐이었다


벼랑이다

보란 듯이 또다시 벼랑이다


상황을 바꿔보고 싶었달까


그래서 날개를 찾는 대신에 걸었다

떨어진 걸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안다

벼랑에서 발을 떼고 벼랑 끝 벽을 걸었다

내가 발 디디던 세상의 차원을 바꿨다


벼랑은 내가 알던 벼랑이 아니었다

그저 또 다른 발 디딜 곳, 그저 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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