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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커밍우먼 Oct 08. 2021

동업의 실상을 솔직하게 이야기합니다.(초기#3)

그동안 내가 알았던 너는 어디있니

"어떤 일 하세요?"

"개인 사업하고 있어요"


"혼자 하세요?"

"아니요, 친구랑 같이해요."


"친구랑은 동업하지 말라고 하던데, 안 싸우세요?"


동업을 한다고 하면 물어오는 단골 질문이다.

오늘은 이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나는 닭 다리와 날개를 좋아하고 너는 퍽퍽 살을 좋아하지

 친구와 나는 십년지기이다. 단순한 십년지기가 아니라 10 동안 거의 날마다 봤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로 함께한 시간이 길다.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것도 가족들끼리도  안다. 심지어 지금은 친구의 삼촌, 이모부터 할머니까지 식사를  번쯤은 같이 해본 적이 있을 정도다.

 창업 초기, 나는 친구에 대해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그동안 본 모습이 다일 거라고. 우리는 같이 일해 본 적이 없었다. 서로를 응원해주고 조언해주는 사이였다. 성격도 식성도 나름 잘 맞았다.


 치킨을 시키면 나는 닭다리와 날개를  먹어치우고, 친구는 퍽퍽살을 먹는다. 우린 그렇게  맞았다.


#나는 너를 배려했을 뿐인데(갈등의 시작)

 "동업하면 안 싸워요?" 이 질문에 답을 할 시간인 것 같다. 싸웁니다. 많이.

 주변에 가까운 지인 혹은 친구의 모습을 떠올려 보시면 알 것이다. 혹은 나 자신도 괜찮다. 친구들에게 보여주는 모습, 사회생활을 하며 보여주는 모습, 가족과 있을 때의 모습 등 환경에 따라 나 자신을 얼마나 드러내는지는 다르다. 친구와 같이 일하기 전, 그의 일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고 친구도 마찬가지였다.

 사업을 하다 보면  마음대로 풀리지 않을 때가  많다. 그때마다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일하는 스타일이 정말 다르다. 플러스로 친구이다 보니 서로의 감정을 헤아리며 일을 하게 된다. 신경써야할 것이 더 많다. 동업자이기 전에 우린 친구니까. 그래서 일을 시작하기 전에 친구와 이야기했던 것이 있다.


'사업으로 우리의 관계에 위기가 온다면 사업을 내려놓자'

그만큼 친구로서 우리의 관계가 정말 중요하니까.



#지친다. 지쳐(갈등의 고조)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우리의 타깃 클라이언트는 '패션계'였다. 온리 폐션계라며 다른 카테고리는 하지 않겠다고 고집해 왔었다. 하지만 회사는 영리를 추구해야한다. 버티고 버텼던 우리는 결국 졌다. 모든 카테고리로 영역을 넓힐 수밖에 없었다.

 친구와 나는 어떤 안건을 두고 토론하는  좋아한다. 출장을 가면 그날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의견을 나누다 격정적인 토론으로 이어진다. 늦은 밤에. 자기 전에 맥주  캔쯤 마시고   말이다. 그래서 출장을 가면 자정지나서야 잔다. 감정이 상할 때도 있지만 친구와 하는 토론은 유익하고 재밌다.  아프다. 재미는 있지만 체력적으로 지칠 때가 있다.

 이렇게 토론만 했으면 지치지 않았을 거다. 갈등이 생긴 이후, 처음 보는 서로의 모습에 낯섦을 느끼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했다. 갈등이 반복되다 보니 최고조로 올라 서로 말도 안 하고 며칠이 지나고 나서야 이야기하며 제대로 싸우기도 했다. 심지어 지하철역에서도.

 여러 번 반복되다 보니 우리의 마음은 크게 지쳐버렸다.


우리, 괜찮은 걸까?



#관계회복에서 제일 중요한 것 : 의지(갈등의 해소)

 앞서 말했듯 우리는 참 많이도 싸웠다. 격정적으로 싸운 것은 아니지만 감정은 많이도 상했던 것 같다. 우리는 서로 감정이 상했을 때 왜 그렇게 상했는지 이야기하고 상대의 입장은 어땠는지 듣고 잘 풀어나간다. 지금도.

 하지만, 서로 지쳤던 시기에는 바로 이야기를 안 했다. 정리하고 말하고 싶었다. 표정은 이미 굳어서 움직이지조차 않는데. 좋지 않은 방법이었다. 생각을 정리하는 동안 관계가 정상적이지 않기에. 갈등은 가능한 빠르게 풀어야 한다.


 모든 관계에서 보면 누구나 갈등이 있다. 싸울 수 있다. 제일 중요한 건 어떻게 푸느냐. 사실 이런 과정에서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알게 된다. 내가 몰랐던 상대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에너지 소모가 크다는 거 누구보다 잘 안다.


 다만, 의지가 있어야 한다. 내가  사람과 관계를 회복하고 싶다는 의지.


회복의 의지가 없으면 모든 관계는 끝나버린다.


이런 과정을 겪고 난 지금, 나와 친구는 말 그대로 가족이 되어버렸다. 이젠 정말 모르는 모습이 없다. 감출 것도 감추고 싶은 것도 없다.


 우린 어떤 상황에서도 관계를 회복할 자신감이 생겼고 서로의 편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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