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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던컨 Oct 01. 2021

5. 월급루팡에게 열정이라니

열정 온앤오프




루팡이기로 한 각오를 망각하고 업무 열정을 보일 때가 있어 나도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아 그냥 알아서들 좀 해봐' 하는 일상이지만 가끔 그렇지 않을 때가 있어 아직 업무상 불능은 아님을 깨닫게 해 준다.  

 

매월 하기로 했던 목표를 못 맞추고

루징 페이스를 했을 경우나

곰손 동료의 답답한 업무처리를 보며

속 터져할 때나

신규 프로젝트가 주어질 때

'어디 제대로 한번 보여줘?' 하는 열정이 되살아 난다.

 

첫 번째 경우는 루팡이긴 하지만 업무적으로 공격받고 무시당하긴 싫어서

월별 실적 계획은 재깍재깍 맞춰 오고 있는데

어떤 한 달은 이런저런 사정으로 그렇지 못할 때가 생긴다.

 

그럴 때면 계획 미달도 자존심 상하지만

어떤 사유로 미달했고 다음 달 에는 어떤 노력으로 달성하겠다고 하는 반성문과 다짐문 성격의 보고가 더 자존심 상하게 한다.

 

그렇게 상한 자존심은 '그래 다음 달에는 반드시 보여주겠어' 하는 각오로 바뀌어 촘촘한 일자별 계획을 세워 다시 옭아매면 업무 열정이란 불길이 나를 휘감아 타오른다.

 

'열정이라니?  워~ 워~ 이러지 마!'   

 

두 번째는 말귀를 못 알아먹거나 손이 느린 동료가 꼼지락거리는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으면

'아유 그걸 그렇게 해서 되겠냐? 이리 줘봐 내가 해줄게!'라는 소리가 목까지 차오를 때가 있다.

 

'잘 봐 양식을 이렇게 만들어서 여기에다가 숫자를 딱딱 집어넣으면 비교가 되게끔 보이고 또 그걸 가지고 매일매일 추세가 보이말이야 응?'

열정 가득한 로 이미 동료가 하고 있던 업무를 다 마쳤다.

 

하지만 그건 생각 속의 내 모습이지 실제로는

"응 그래 잘하고 있어 천천히라도 그렇게 하면서 알아나가는 거지" 라며 동료를 다독인다.

 

세 번째는 'OOO TF'라는 데로 차출되어 별도 회의실에서 선발된 다른 동료들과 사무공간을 차리면서 회사의 관심을 받을 때 그럴 때 열정 불길에 또 휩싸인다.

 

매주 임원 회의에 TF 진척사항을 보고하며

관심 받던 TF가 사업화되 런칭하 사내방송에 나오고 언론보도에 한 줄이라도 언급이 되면

'아 이거 내가 하고 있는 거잖아!' 하며 화르륵 화르륵 열정 타는 소리를 듣게 된다.  

 

하지만 월급쟁이 사장 회사가 그렇듯이

사장이 바뀌면 전임 사장이 추진한 프로젝트는 대개 효율화라는 프레임에 비용 낭비로 몰려

다시 원복 되기 마련이다.

 

'그래 원래 루팡이었는데 무슨 열정?'   

 

늘 이렇게 열정 온 앤 오프를 통해 내 위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고

점점 더 '온' 되어 있는 시간보다 '오프' 된 시간이 길어지면서 진정한 루팡의 길을 찾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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