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루팡에는 몇가지 유형이 있는데
첫번째는 ‘나 월급루팡이오’ 하며 그에 걸맞는 행동을 하는 당당형
둘째는 루팡이 아닌척 하지만 알고보면 루팡인 소심형
셋째는 본인은 열심히 하는데 남들이 루팡이라고 정해버리는 억울형
마지막으로는 본인은 하는거 없이 동료에게 부탁만 하는 짜증유발형이 있다.
우리 회사는 주니어보다 시니어가 많아 역피라미드형의 인력구조가 된지 한참이고
이제는 팀장보다 나이 많은 팀원이 많게는 50% 가까이 된다.
그래서 이런 당당형 형님들이 흔한데 대개 임금피크제를 앞두거나 곧 맞이하는 형님들의 하루는 이렇다.
- 오전 7시 전후 출근, 아침잠이 없거나 답답한 집일테니 그 누구보다 이른 출근을 한다.
- 오전 시간은 긴 커피타임과 유투브 시청으로 보낸다. 전날 미국 증시 현황을 보고 오전장을 예측한다던가 휴대폰으로 조간신문을 탐독한다.
- 11시부터 점심식사를 하는데 형님들에게 가장 액티브한 시간이다. 팀 내 주니어들과 교류 보다는 마음맞는 다른 시니어 형님들과 촘촘하게 약속을 잡아놓고 똘똘 뭉쳐 먹거나 회사밖 지인과 약속을 만들어 서둘러 나간다.
- 오후시간은 다시 유투브 시청과 함께 자리에서 가벼운 낮잠시간을 갖기도 한다.
유투브 시청이 많은 형님들에게 블루투스 이어폰은 필수품인데 그걸 낀채 팔짱 끼고 자는 모습을 보면 저게 이어폰인지 보청기인지 아리까리한 연세인 형님들이다.
- 오후 4시 한숨 자고 나면 슬슬 퇴근준비를 한다. 부스럭 부스럭 가방을 싸고는 4시 30분부터
5시까지 하나 둘 퇴근을 시작하는데 지금부터가 가족도 회사도 찾지 않는 형님들만의 본격 마이 라이프 시간이다.
두번째 소심형은 내가 속한 유형이기도 한데 자기 나름대로 맺힌 게 많은 내성적인 성격에서 주로
보이는 유형이다.
당당형 같이 대놓고 유투브를 보거나 낮잠 자는 배짱은 없으나 맺힌게 많아 절대 일은 안하겠다는 각오로 업무시간에 알게 모르게 딴짓 하는 유형이다.
PC에는 회의자료 또는 보고자료 작성 중이긴 하지만 늘 같은 페이지에서 오르락 내리락만 할
뿐 정작 신경쓰고 있는 곳은 휴대폰 화면이다.
상사와 동료에게는 업무를 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어 회의와 업무 미팅에 불려가긴 하지만
이미 유체이탈이라 회의에서는 아무 발언없이 뜻모를 낙서만 일삼다가 나오고 어쩌다가
업무가 주어질때면 그 업무를 왜 해야만 하는지 이유를 대라며 극도로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다가 주어진 업무가 이유가 있기라도 할때면 ‘저는 그런 역량이 안됩니다.‘ 라며 겸손을
가장한 불손하기 이를데 없는 발언으로 복장을 터뜨리게 만든다.
세번째 억울형은 이미 언급한 두 유형과 상이한데 본인은 열심히 한다고 하지만 주변인이 월급루팡
이라고 규정하기 때문인데 아마 열심히 하는 그 업무가 가치가 없는 일이거나 팀 KPI와 무관할 때 이런 유형이라고 지적받기 쉽다.
사실 이런 스타일은 월급루팡이라고 손가락질 받기 보다는 ‘애쓴다 애써’ 또는 ‘나름 한다고
하잖아’ 하는 동정을 더 많이 받는데 반대로 손가락질 받는 유형이 네번째 짜증유발형이다.
마지막인 짜증유발형은 자기가 손대는 일 없이 ‘이것 좀 도와줄래?’ ‘내가 잘 몰라서 말야’ 하는
요청이 일상화되어 이런 일, 저런 일을 동료들에게 미안한 기색없이 내민다.
그렇게 요청한 재료가 준비되면 본인은 조립만 하거나 메일에 첨부만 해서 자기가 한 일인양
여기저기 수신, 참조 걸어서 메일보내기 바쁜 밉상이다.
자기가 하는 일 없이 동료의 노력으로 결과물을 만들기 때문에 월급루팡이라고 할 수 있는데
때에 따라서는 이런 유형이 능력자이고 일 잘한다고 평가받는 거지 같은 조직문화를 가진
회사도 종종 있다.
월급루팡이라고 하는게 높은 연령 시니어 직원이 업무를 팽개치고 급여만 받아가는 것으로 생각
했는데 막상 쓰고 보니 나이가 많고 적고가 아니고 또 업무를 하고 안하고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업무하는지에 따라서 월급루팡이 될수도 또는 안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늙은 루팡, 젊은 루팡, 남자 루팡, 여자 루팡 도처에 루팡천지라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