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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던컨 Oct 15. 2021

8. 월급루팡? 아직은 반팡

우리 부서에 있는 형님과 누님 그리고 내 나이

내 상사는 나보다 두 살이 어리지만

내가 담당하는 파트 조직 안에는 나보다 다섯 살 많은 형님과 두 살 많은 누님이 계신다.

그분들 입장에선 내가 나이 어린 상사일 테다.

 

짧지 않은 직장 생활하면서 나이 어린 상사도 처음이지만 나이 많은 동료를 리드해보는 것도 마찬가지라 연공서열 조직문화가 바뀌어 가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사실 나이 많은 동료에게 업무 지시하는 게 얼마나 어색한지 처음에는 "진행 부탁드립니다." 라며 '하소서체' 느낌의 높임말로 대했지만  

하다 보니 말만 높임말이지 '해라체'로 변모하여 닦달하는 느낌이 가득하다.

 

"이거 언제까지 하시기로 하신 거 아니었나요?"

"이건 왜 진행이 안되고 있죠?'

"안 되는 이유는 확인해보셨나요?"

정나미 딱 떨어지는 내 상사의 말투지만 어느새 나도 그런 말투를 따라 하고 있다.

 

그렇게 연배가 높은 동료에게 업무적으로 아쉬울 때가 종종 있는데


자기가 맡은 일은 제대로 파악하고 담당해줬으면 하는데 그렇지 못할 때가 많다.

내가 "이건 왜 이런 거예요? 원인이 뭐예요?"라고 물으면 "글쎄요 원인불명이죠"라고 대답하는데 이러면 더 이상 얘기를 이어갈 수가 없다.

'물어본 내가 미친놈이지' 하며 입을 닫다.

 

두 번째는 다들 직장생활 20년이 넘어 알만한 양반들인데 정말 너무한다 싶을 때가 있는데

예를 들어 업무목표 수립할 때

"저 친구는 나보다 담당업체가 많은데도 매출 목표가 적으니 내 목표가 불합리하다." 이런 식의 컴플레인을 제기하면 그 업체들 규모가 작고, 지금 상황이 좋지 않다며 내가 저 친구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걸 깨닫게 되면 

'아이 진짜! 하기 싫음 하지 마!' 라며 말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이다.

 

세 번째는 업무적으로 확인해달라고 요청한 사항에 대해서 묵묵부답일 때 '

내가 어리다고 무시하는 건가?' 런 심정이다.

내 요청을 인지하고 있고 답변도 해야 할

시점인데도 입을 꾹 다물고 있는 포즈는

사람을 부글부글 끓게 만든다.


옛날 사람 입장에선 개족보다.

 

내가 나이 많은 동료들에게 바라는 게 많은 것처럼

상사도 나이 많은 나에게 바라는 게 많을 것이다.

 

월급루팡 겠다 했지만 아직 그렇지 못한 나

아마 반팡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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