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정은 May 31. 2024

왜 의사의 절반은 불행하다고 느낄까?

의대 증원이 사실상 결정됐다. 어쨌든 매년 의대에 갈 수 있는 숫자는 상당 폭 늘어났다. 나를 포함해, 이제 아이를 대학에 보내야 할 학부모들은 이 문제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봤을까? 짐작컨대, 대개의 경우는 이렇게 생각했으리라.


내 아이, 의대 보내기 좀 더 쉬워지겠는 걸?


이 생각, 나도 했다. 


우리는 다양한 관점에서 의사라는 직업을 본다. 무엇보다 돈, 경제적 관점에서 의사, 좋은 직업이다. 이것에 동의하지 않는 이는 없으리라. 이 한 가지 이유 때문에 많은 학부모들이 자녀 공부를 시키고, 학원엘 보내고 의대를 보내고자 하는 것이리라. 그 욕망, 공감이 간다.


참 이상한 것은, 의사들이 의대 증원 문제에 한목소리로 반대하는 풍경이었다. 나는 단언컨대 이들이 무슨 명목으로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지 알 수 없다. 의료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둥 별별 이유를 다 대는데 내가 듣기엔 전혀 합리적이지가 않다. 내 눈엔 그저 의사 숫자 늘어나는 것을 기를 쓰고 반대하는 것처럼만 보인다. 윤리적 측면에서 이성적 측면에서 이들의 단체행동은 설득력이 한참 떨어진다. 의대 증원 문제에 집단적으로 찬성 의사를 보인 독일 의사들과는 아무튼 전혀 다른 행동이다. 이들의 행동은 집단 이기주의 정도로밖에 해석 불가능하다.


최근 한 통계에 의하면 현재 의사인 이들의 절반 가까이가 자신의 삶은 행복하지 않다고 대답했다. 이 말에 의아하다고 생각하는 이가 적지 않으리라. 돈도 많은데, 경제적으로 풍요로울 텐데... 왜? 의사들의 상당수는 직업적으로 보람을 느끼지 못한다는 데서 자신의 불행 이유를 찾았다. 돈을 많이 버는데 그 일이 자신과 맞지 않거나, 아무런 보람을 느끼지 못하면 인간은 그리 행복할 수가 없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다. 돈이 인간의 감정을 행복으로 이끌지는 못하는 것이다.


의대 증원보다 중요한 문제는 행복한 의사가 많아져야 한다는 데 있다. 이것은 개인의 성향, 개성, 적성과 연관이 있다. 공부를 잘하는 모든 이들이 의대에 가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좋지 않다. 의사가 되고 싶어서, 아픈 사람을 고쳐 주는 것이 내 삶의 보람일 것 같아서 의대에 가는 이들이 많아져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 교육의 작동원리는 순서가 뒤바꼈다. 의사가 먼저고 적성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의사의 불행은 환자의 불행으로 이어진다. 인간은 누구나 질병을 갖게 된다. 크고 작은 질병을 갖다가 죽을 운명, 그것이 인간의 운명이다. 그런 점에서, 좋은 의사, 행복한 의사의 존재는 특별하다. 한 명의 의사가 한 명의 환자에게 지니는 의미는 우리 생각보다 크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훌륭한 교사, 훌륭한 요리사, 훌륭한 작가, 훌륭한 감독, 훌륭한 기업가가 필요하다. 


우리 교육은 본말이 전도되어 있다. 아이의 적성, 목표, 개성이 먼저여야 한다. 아이들이 자유로운 환경 속에서 이것들을 발견하도록 돕는 것이 교육의 목표여야 한다. 직업은 그 다음  문제다. 이것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고는 우리 사회의 불행은 끝날 수 없으리라.


여러 가지 면에서 이는 불행한 일이다.







*구독을 부탁드립니다.

이전 07화 내가 운동하면서 싸우지 않는 이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